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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 굽기 색, 황금빛이란 무엇일까? 빵을 굽다 보면, 어느 순간오븐 속에서 반죽이 ‘빵’이 되어가는 그 찰나가 있어요.반죽 위로 천천히 색이 입혀지면서,속은 익고, 겉은 바삭해지고,마침내 ‘황금빛’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순간이죠.하지만 그 ‘황금빛’이란 건,정해진 시간표처럼 딱딱 떨어지는 게 아니더라고요.불 조절, 습도, 오븐 문을 여닫는 타이밍,그리고 오늘의 온도까지.조금만 달라도 빛깔은 달라져요. ‘황금빛’은 정답이 아니라, 느낌이에요.어느 날은 조금 더 짙어도 좋고,또 다른 날은 살짝 연한 색이 더 마음에 들 때도 있어요.담다브레드는 그날그날의 반죽과 오븐 앞에서‘오늘의 황금빛’을 찾으려 애써요.그게 정답은 아니지만,맛과 향, 식감의 균형이 가장 잘 맞는 순간이기 때문이에요. 너무 바삭하지도, 너무 촉촉하지도 않게.황금빛이라는 .. 더보기
낭만 속에서 마주한 나의 길 - 낭만브레드에서 배운 것들 일요일 아침, 사람들이 한적한 골목 끝에서조용히 문을 연 작은 베이커리 하나를 만났습니다.이름처럼 참 낭만적인 곳 - ‘낭만브레드’. 그곳은 매일 열려 있는 빵집이 아니었습니다.일주일에 단 하루, 일요일에만 문을 여는 가게.나머지 날엔, 오직 ‘빵 수업’만을 위한 시간으로 채워진다고 해요. 처음엔 조금 낯설었어요.‘왜 더 자주 열지 않을까?’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선택이 조금은 이해됐습니다.그곳은 단순히 빵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빵을 ‘기르고 가꾸는’ 공간처럼 느껴졌거든요. 진열대에는 따뜻한 빵이 조용히 놓여 있었어요.눈길을 사로잡은 건, 에삐 바게트.나뭇잎처럼 가지런히 잘린 그 바게트는정갈하면서도 위트 있는 모양으로, 누군가의 식탁에 올려질 모습을 상상하게 했.. 더보기
“언젠가 열릴 그 문을 상상하며 - 공방의 하루를 그려보다” 아직 열리지 않은 문이 하나 있어요.그 문 너머엔, 내가 오랫동안 꿈꿔온 "담다브레드 공방" 이 있죠.지금은 회사 책상에 앉아 일하지만,잠깐 눈을 감으면 그 공간이 선명하게 떠올라요.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지만,이미 나만의 빵 냄새와 온기가 그곳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아요. 이른 아침, 반죽이 숨 쉬는 소리하루는 아침 일찍 시작돼요.불 꺼진 새벽의 키친에서,조용히 반죽을 꺼내어 손으로 눌러봅니다.살짝 탄 듯한 고소한 향이,기름기 없는 벽에 은은히 퍼지고기계가 아닌 손으로 반죽을 접을 때,그 안에 내 마음도 천천히 녹아들죠.“오늘은 어떤 빵을 만들까?”손님보다 내가 먼저 기대하는 아침입니다. 낮에는 빵보다 사람을 굽는 시간문이 열리고,처음 오는 손님이 조심스레 들어와요.“여기… 빵이 참 담백하네요... 더보기
[빵을 배우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 그 안에서 발견한 것들 조금은 이른 아침.평일인데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서울 종로, 오래된 골목에 자리 잡은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단순한 빵집이 아닌, "경험하는 공간" 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첫 느낌 - 마치 전시장을 걷는 기분 입구부터 베이글 향이 퍼진다.내부는 꼭 브런치 갤러리 같았다.하나하나 연출된 소품들, 유럽 감성의 키친웨어,그리고 갓 구워낸 베이글이 진열된 모습까지. 누군가에겐 ‘과한 연출’일지도 모르지만,그만큼 ‘정성’이 느껴졌다.브랜딩이 얼마나 중요한지,그게 사람의 기억에 얼마나 오래 남는지 새삼 실감했다. 빵 - 단단한 철학이 보이는 베이글가장 먼저 플레인 베이글과 트러플 에그 베이글,그리고 크림치즈 몇 가지를 골랐다. 놀랐던 건,겉은 정말 바삭한데 속은 쫄깃하게 살아있다는 것.‘이 정.. 더보기
담다브레드 이야기 - 이름에 담긴 마음 "왜 '담다 브레드' 일까요?"이름을 정하는 건,작은 씨앗을 심는 일 같았어요.무엇을 담아야 오래도록 자라날 수 있을까..그 질문 하나로 며칠을 고민했던 기억이 나요. 그날도 늦은 밤이었어요.메모장엔 수십 개의 이름 후보가 적혀 있었고,한쪽 오븐에선 막 반죽을 마친 빵이 익어가고 있었죠.하루의 고단함이 밀려오던 그때,오븐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가 마음을 스르르 풀어주었어요.그 향기 속에서 문득 떠올랐어요. “이 빵엔 참 많은 걸 담고 있구나…”재료 하나하나에 담긴 선택,버터 대신 오일을 쓰는 이유,가공되지 않은 재료를 고르는 고민,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를 위한 진심. 담다 - 마음을, 재료를, 사람을‘담다’라는 단어는단순히 넣는다는 의미가 아니었어요.조금 더 정성스럽고, 따뜻하게 품는 느낌.그 단어 하나.. 더보기
이스트 vs 천연발효 - 담다브레드는 어디쯤일까요? 빵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처음으로 혼란스러웠던 단어가 '이스트'와 ‘천연발효종'이었어요.어떤 수업에서는"이스트는 인공적이고 좋지 않다"고 했고,또 다른 곳에서는"천연발효종은 어렵고 까다롭다"고 했죠. 처음엔 무조건 천연발효가 더 건강한 거 아닐까? 생각했어요.느리지만 자연스럽고,시간을 들인 만큼 더 좋은 맛이 날 거라고 믿었거든요.하지만 직접 반죽하고, 발효시키고, 굽는 시간을 지나면서조금씩 생각이 달라졌어요. 이스트는 빠르고 정확하게 이스트는 효모를 인공적으로 배양한 재료예요.빠른 시간 안에 반죽을 부풀게 해줘서시간이 부족할 때나 안정적인 결과가 필요할 때 정말 고마운 존재죠. 또한 이스트로 만든 빵은균일한 식감, 깔끔한 맛을 내기에 적합해요.그래서 아침식사용 식빵이나 바삭한 바게트를 만들 때 유용하게.. 더보기
머랭이 오르지 않던 날 오늘은 뭔가 기분이 괜찮은 날이었어요.오븐은 예열되어 있었고, 반죽도 잘 됐고,머랭만 올려 베이킹을 마무리하면 '끝' 완벽했을 텐데..거품기는 돌아가고, 흰자는 돌고 도는데머랭은 끝내 오르지 않았습니다.주걱으로 쿡 찍으면 그대로 흘러내리고,한참을 휘젓고 나서야 겨우 거품만 가득했죠. 왜 이럴까.달걀 온도는 맞췄는데,설탕도 천천히 나눠 넣었고,볼에 물기 하나 없이 준비했는데…그러다 문득,"이렇게 해서 뭐가 되긴 할까?"그런 마음이 툭 하고 튀어나왔어요. ㅠㅠ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어요.머랭은 여전히 흐물거리고,주방에는 작은 정적이 흘렀어요.실패한 거죠.이제 와서 뭐라도 억지로 구울 수는 있지만그게 더 아쉬울 것 같았어요.그래서 도구들을 조용히 내려놓았어요.불도 끄고, 오븐도 식히고.그냥 오늘은 이걸로 충분.. 더보기
반죽 온도에 마음을 배우다 조급함을 내려놓게 해 준 아주 조용한 깨달음 처음엔 잘 몰랐어요.레시피에 적힌 반죽 온도 숫자를 맞추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어떤 빵 반죽 온도 24도”“어떤 빵 반죽 온도 27도” 그게 뭐라고,그날 따라 실내 온도가 조금 낮거나손이 차가웠다는 이유로반죽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어요. 어느 날은 반죽이 부풀지 않았고,어느 날은 겉은 부풀어 올랐는데 속은 텅 비어 있었어요.그때마다 나는 “왜 안 되지?” 하고조급한 마음으로 원인을 찾아 헤맸죠.그런데 어느 날, 문득 알게 됐어요.반죽 온도는 ‘숫자’가 아니라 ‘태도’라는 걸. 빵을 만든다는 건,‘빨리’보다는 ‘알맞은 때’를 기다리는 일이더라고요.온도가 맞지 않으면 반죽이 스트레스를 받는것 같았어요.그저 덜 부풀고 마는 게 아니라,속 안에서부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