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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배우는 순간, 기술보다 마음이 먼저 빵을 배우다 보면늘 놀라운 사실을 하나씩 하나씩 깨닫습니다. 기술은 책에서 배울 수 있고,손의 감각은 시간이 쌓이며 익숙해지지만,결국빵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이 가장 먼저 자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처음 빵을 배우러 갔을 때저는 오븐의 불 조절이나 발효 시간 같은기술적인 부분이제일 중요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빵은 정직합니다. 대충 한 건 대충 드러나고, 정성껏 한 건 정성대로 보여줘요.” 그 말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었습니다. 밀가루와 물,소금, 이스트 혹은 발효종이 단순한 재료들이 만나 빵이 되기까지는, 사람의 마음과 태도가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반죽을 대하는 손길이 거칠면 빵도 거칠어지고, 조급한 마음으로 시간을 줄이면 맛도 얕아집니다. 반대로 차분히.. 더보기
빵집은 공간이자 이야기입니다 - 담다브레드가 그리고 싶은 공간 빵집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어떤 장면이 그려지시나요?갓 구운 빵의 향이 퍼지는 따뜻한 공간,진열대 위에 가지런히 놓인 빵들,그리고 빵을 고르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하지만담다브레드가 그리고 싶은 빵집은그보다 조금 더 특별합니다. 단순히 빵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머무르고 싶고, 이야기가 피어나는 공간이 되는 것.그것이 제가 꿈꾸는 담다브레드의 모습입니다. 빵은본래 사람을 이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줄 작은 선물로,가족이 함께 나누는 식탁의 중심으로,혹은 혼자 있는 순간을 따뜻하게 지켜주는 존재로. 그래서 담다브레드의 공간은빵을 매개로 한 이야기와 온기가머무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머릿속에는 종종 이런 장면이 그려집니다.아침 일찍, 갓 구운 빵이식어가는 진열대 앞에 서서커피를 한 모금 들이킨.. 더보기
연남동에서 배운 크로와상의 태도 - 크로와상랩 방문기 며칠 전,연남동의 크로와상랩을다녀왔습니다. 이름처럼‘연구소’라는 단어가 붙은 곳이라,그들의 빵은단순한 판매용 제품이 아니라오랜 시간 실험하고다듬은 결과물처럼 느껴졌습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풍기는 버터 향, 바삭하게 겹겹이 쌓인 결, 그리고 진열대 위에서저마다의 자리를 지키는 크로와상들. 그 순간 저는 “아, 이곳은 단순히 빵을 굽는 곳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맛본 것은기본 크로와상이었지만,그 속에 담긴 건단순한 ‘버터와 밀가루의 조합’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균형’이었습니다.버터의 고소함이 과하지 않게,결의 바삭함과 속의 부드러움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맛.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연습과 연구의 결과물일 겁니다. 담다브레드를 준비하는 입장에서이.. 더보기
빵을 배우는 길,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 처음빵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저는 늘 마음이 급했습니다. ‘빵을 빨리 잘 만들어야지.’‘사람들에게 금방 보여줄 수 있어야지.’ 이런 생각으로반죽을 서두르고,발효 시간을 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결과는 언제나 부족했지요.덜 익은 속살,금세 굳어버리는 식감,무너져버린 모양새. 결국,조급했던 마음이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한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빵은 네 속도를 따라가지 않아. 네가 빵의 속도를 따라가야지.” 그 한마디가제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빵을 배우는 길은누구와 경쟁할 필요가 없는 길입니다.누군가는 빠르게 새로운 레시피를 익히고,멋진 모양의 빵을뚝딱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저에게는 제가 걷는 속도가 있습니다.반죽을 느끼는손끝의 감각, 발효를 기다리며배워가는.. 더보기
빵을 굽는 건 결국 나를 굽는 일 빵을 굽다 보면,늘 같은 레시피와 같은 손길을 따라가는데도결과는 매번 조금씩 다릅니다. 밀가루와 물, 소금, 이스트나 발효종은 같은데,오늘의 반죽은어제의 반죽과 똑같지 않습니다. 날씨의 습도, 손끝의 힘, 기다림의 시간,그리고 제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가끔은‘조금만 더 기다리면 반죽이 더 부풀 거야’라는 생각에 욕심을 내지만,결국 무너져버린 모습을 보며후회할 때도 있습니다. 반대로,서두르다 덜 익은 속살을 마주하면,조급했던 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듯 부끄러워집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깨닫습니다. 빵을 굽는 과정은단순히 제빵 기술이 아니라,지금의 나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다는 것을요. 빵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반죽은 제가 쏟아낸인내와 마음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가.. 더보기
시간이 만든 맛 빵을 굽다 보면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빵은 시간과의 대화다.” 짧게는 몇 시간,길게는 하루가 넘는발효 과정을 거치며밀가루와 물, 소금, 발효종은 서로 어울리고 섞이며새로운 맛을 만들어냅니다.그 안에는 급하게는결코 얻을 수 없는 풍미가 숨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그 말을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은 바쁘다는 이유로,발효 시간을 조금 줄여서빵을 구운 적이 있습니다. 겉모습은 그럴듯했지만,막상 잘라보니속이 덜 익은 듯 촉촉했고맛 또한 깊이가 부족했습니다. 반대로,한 번은 반죽을 발효통에 넣은 채로 깜빡 잊고긴 시간을 보내버린 적도 있습니다.‘망했다’ 싶었는데,놀랍게도그 빵은 예상치 못한 향과 풍미를 품고 있었습니다. 기다림이 만든 차이가고스란히 맛에 담긴 순간이었죠. 특히천연 발효종을 사용.. 더보기
도구 욕심과 현실 차이 빵을 배우기 시작하면누구나 한 번쯤‘도구 욕심’이라는벽에 부딪힙니다. 처음에는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만 있으면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유튜브 영상 속 반짝이는반죽기와 전문 제빵사들의 손에 들린 도구들이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저 도구만 있으면 나도 저렇게 멋진 빵을 만들 수 있을 텐데…" 라는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반죽기 하나로 시작해보려다,어느새 계량저울을 0.1g 단위까지 잴 수 있는정밀한 제품으로 바꾸고,다양한 크기의 발효 바구니와 스크래퍼, 쿠키 틀, 온도계까지… 작은 주방 한쪽이 도구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그 많은 도구 중 실제로 손이 가는 건몇 가지뿐이었습니다. 빵을 배우면서 깨달은 건,도구는 어디까지나 .. 더보기
작은 빵집의 장점이란… 큰 제과점이나 프랜차이즈 빵집에 들어서면,늘 풍성한 진열대와 눈길을 사로잡는다양한 제품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택의 폭도 넓고,규모가 크다 보니 편리함이 있다는장점도 분명합니다. 하지만저는 오히려작은 빵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힘이있다고 생각합니다.작은 빵집은매일 똑같은 모습으로빵을 내놓을 수 없습니다. 반죽의 상태, 날씨, 온도와 습도에 따라조금씩 달라지고,그 차이를 세심히 살피는 눈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작은 빵집의 빵은늘 "오늘의 맛"을 가집니다. 어제와 똑같을 수는 없지만,그만큼 오늘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또한작은 빵집에서는고객과의 거리가 멀지 않습니다. 어떤 빵을 좋아하는지,어떤 부분을 더 원하는지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손님 한 분, 한 분을 떠올리며반죽을 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