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돌판 오븐이 주는 차이 처음 돌판 오븐을 마주했을 때,무언가 단단하고 믿음직스러운 느낌이 들었어요.화려하진 않지만, 오래도록 제 자리를 지켜온 듯한 온기.그건 마치, 묵묵하게 일하는 장인의 손 같았죠. 일반 오븐과는 달리,돌판 오븐은 빵을 직접적인 열기가 아닌바닥에서 올라오는 열로 전체적으로 고루고루 익혀줍니다. 빵이 굽히는 동안,반죽과 돌 사이에 오가는 따뜻한 대화처럼~천천히, 깊게, 그리고 부드럽게… 온도보다 ‘전해지는 열’이 중요한 순간일반 오븐에서는 금세 겉이 익고 속은 덜 익는 경우가 있어요.하지만 돌판 오븐은 달라요. 안에서부터 익어가는 느낌,마치 마음 깊은 곳부터 차오르는 따뜻함처럼요.반죽이 바닥에 닿는 순간,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돌에 기대고,그 짧은 찰나에 빵은 자신만의 숨결을 품기 시작합니다. 더 바삭하게.. 더보기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 수많은 수업이 있었지만,지금도 유난히 선명하게 기억나는 날이 있어요. 그날은 유독 반죽이 잘 안 되는 날이었어요.밀가루는 날씨에 따라 기분이 바뀐다더니,정말 말 그대로 ‘틀어져버린 하루’였죠.당황한 표정이 티가 났는지,선생님께서 조용히 다가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반죽이 네 마음처럼 안 풀릴 땐,그저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봐.반죽도 사람도, 너무 몰아세우면 더 굳어버려.” 그 말 한마디에 얼굴이 뜨거워졌어요.그때 깨달았어요. 빵을 배우는 이 길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나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이라는 걸요. 그날 수업은 기술보다도 마음을 배운 날이었어요.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단, 실패를 받아들이는 법. 완벽함보다는 진심을 담는 태도.그 이후부터였던 것 같아요.‘어떻게 만들까’보다 ‘어떤 마음으로 만.. 더보기
[담다브레드]빵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누군가에게 빵은 단순한 음식일 수 있습니다.하지만 저에게 빵은 조금 다릅니다.반죽을 하고, 굽고, 포장하는 모든 과정 속엔늘 전하고 싶은 말이 담겨 있어요. “괜찮아요.”“오늘도 수고 많았어요.”“잘 먹고 잘 쉬어요.” 말로 꺼내지 못하는 마음을저는 빵에 담아 건네고 싶었어요. 저는 빵이, 위로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마음을 녹이고, 허기를 채우고,어느새 작은 기쁨이 되어주는 것.그게 빵의 힘이라고 생각해요.그래서 담다브레드는늘 부드러운 맛보다 든든한 마음을,달콤함보단 편안함을,보여주기 위한 것보다 진짜를 담은 빵을 만들고 싶었어요. 어느 날, 고요한 아침에 빵을 굽고 있을 때였어요.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내가 굽는 이 빵 한 조각이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 충.. 더보기
빵 수업에서 배운 진짜 태도 처음 수업을 들으러 갔을 땐솔직히 기술을 배우러 갔어요.‘반죽 온도는 몇 도가 좋을까?’‘어떤 재료가 더 쫄깃함을 줄까?’그런 기술적인 것들이 궁금했거든요.그런데 신기하게도,수업을 몇 번 듣다 보니진짜 배운 건 ‘빵을 대하는 태도’였어요. 기다림은 빵의 시간, 마음의 시간강사님의 말씀이 아직도 기억나요.“빵은 급하게 만들면 안 돼요.빵이 익어갈 시간을 기다릴 줄 알아야 하죠.”그 말은 단순히 발효 시간만을 뜻하지 않았어요.손에 익는 감각, 반죽을 느끼는 마음,그리고 재료를 바라보는 눈까지—빵은 나를 다듬는 시간이었어요. 빵이 잘 되지 않아도 괜찮아어느 날, 반죽이 제대로 안 돼서결국 다시 시작한 적이 있어요.속상했지만, 강사님은 말씀하셨어요.“실패는 과정이에요.빵은 그날의 마음도 담기니까요.”그 말이.. 더보기
계란, 꼭 필요한 걸까? 계란은 오랫동안 제과제빵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였어요.풍미를 더해주고, 반죽의 조직을 부드럽게 해주며,색도 곱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존재죠.하지만 어느 날 문득,“꼭 계란이어야 할까?”라는 질문이 들었습니다. 계란 없이도 빵은 만들어진다담다브레드는 건강한 빵을 지향하며,계란을 반드시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레시피를 고민해왔어요.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분도 있고,조금 더 가볍고 편안한 빵을 원하는 분도 있기 때문이에요.실제로 담다브레드에서는계란을 넣지 않은 빵을 더 자주 만들고 있어요.식감은 조금 달라지지만,올리브오일이나 우유, 혹은 천연 발효종으로도 충분히풍미 깊은 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계란을 쓸 때도 기준이 있어요물론, 어떤 레시피는 계란이 꼭 필요할 때도 있어요.그럴 땐 무조건 뺄 수는 없죠.그래서.. 더보기
[담다브레드] 작은 변화가 만든 새로운 결 빵을 만든다는 건, 늘 같은 것 같지만 사실은 조금씩 다릅니다.똑같은 레시피, 같은 재료, 익숙한 손길이었는데도,어느 날은 빵결이 더 부드럽고, 또 어느 날은 풍미가 다르게 느껴지곤 합니다.그럴 때마다 저는 멈춰서 생각해봐요.“무엇이 달랐을까?” 1도, 1그램, 1분의 차이담다브레드의 빵은 늘 정직한 재료로 만듭니다.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작은 디테일’에 대한 민감함이에요. 예를 들어,하루는 반죽 수분율을 1% 줄여봤더니,굽고 나서 식감이 살짝 더 단단해졌어요.또 하루는 발효 시간을 10분 더 길게 두었더니,겉은 더 바삭하고 속은 놀라울 만큼 부드러웠어요. 이 작은 차이들이빵결을 바꾸고,씹을 때의 여운을 만들고,입안에서 느껴지는 풍미를 바꾸는 걸 알게 됐어요. 그 작은 변화는, 나를 바꾸기도 .. 더보기
“굽지 않아도 배우는 날” - 반죽이 없는 날, 더 많이 배우는 시간 빵을 굽지 않는 날이 있어요.손에 밀가루도 묻지 않고, 반죽 소리도 들리지 않는 하루.오븐도 쉬고, 나도 잠시 멈추는 날이죠.그런데 신기하게도,그런 날들이 오히려 가장 많이 배우는 날이 되곤 해요. 손이 멈출 때, 마음이 일어나는 시간반죽을 쉬게 하듯,나도 잠시 마음을 쉬게 해요.좋은 빵이란 무엇인지,나는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했는지,어떤 사람에게 어떤 빵을 주고 싶은지—그런 생각들이, 고요한 틈을 타고 마음 깊숙이 찾아오죠.굽지 않아도, 나는 계속 담다브레드가 되어가고 있어요. 가게 앞을 서성이며,이웃 빵집을 들여다보며,시장 골목을 걷다가 들리는 오래된 장인의 손끝 소리를 들으며~굽지 않는 하루에도‘배움’은 사방에 흩어져 있어요.빵을 구워야만 빵을 배울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가끔은 멀리서 .. 더보기
밀가루 없이 빵을 만든다면? 빵을 굽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밀가루 없이도 빵을 만들 수 있을까?”처음엔 단순한 상상이었어요.혹은,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식단을 보며그들의 선택을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었죠.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빵.도대체 어떤 식감일까? 어떤 맛일까?정말 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빵의 정의는 어디까지일까우리가 흔히 말하는 ‘빵’은밀가루와 물, 이스트, 소금으로 시작합니다.하지만 요즘은 밀가루 대신귀리, 퀴노아, 아몬드가루, 쌀가루 등다양한 재료로 빵을 구워요.그런 빵은 가볍기도 하고,소화가 잘되기도 하고,글루텐에 민감한 분들께는 꼭 필요한 선택이죠.그렇다면밀가루 없는 빵도 ‘빵’일까요?혹은 그냥, 새로운 ‘무언가’일까요? 담다브레드가 추구하는 방향담다브레드는 밀가루,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