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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터가 사용을 시작한 밤 - 답장을 기다리며 며칠 전 메일 한 통이 왔어요. "오늘부터 사용해볼게요." 이 짧은 한 문장이 저에겐 정말 큰 순간이었어요.지난 몇 달 동안 저 혼자 상상하고 만들었던 원가계산 시스템이이제 정말 다른 사람의 손에 잡히는 그 순간이었거든요. 메일을 받고 저는 한참을 창밖만 봤어요.이 도구를 처음 만들 때는"완성되면 얼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자" 는 마음뿐이었어요. 근데 정작 그 순간이 오니 설렘보다 걱정이 앞섰어요."내가 만든 이 도구가 그분에게 도움이 될까?""버튼 위치가 헷갈리시진 않을까?""제가 놓친 부분을 발견하시면 어떡하지?"📱 화면을 몇 번이나 확인했어요. 혹시 답장이 왔을까 봐. 메일을 보낼 때 정말 오래 고민했어요.어떻게 안내해야 편안하게 사용하실까.사용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알려드릴까아니면 자유롭게 만져.. 더보기
이스트의 얼굴 - 인스턴트·드라이·생이스트가 각자 다른 이유 빵을 만들다 보면 이런 질문 자주 보이시죠?"이 레시피는 인스턴트 이스트인가요, 드라이 이스트인가요?"또는"생이스트로 대체하려면 얼마나 넣어야 해요?" 저도 이 질문 앞에서 오랫동안 헷갈렸어요."어차피 이스트인데 다 같은 거 아냐?"그렇게 생각했어요.근데 이 셋은 얼굴이 완전히 다른 재료예요. 먼저 이스트가 뭔지부터.이스트는 살아있는 미생물 (효모)이에요. 학명은 Saccharomyces cerevisiae. 이걸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다른 세 종류가 나와요. 1. 생이스트 (Fresh Yeast)수분을 살려둔 이스트. 말 그대로 살아있는 상태.주로 큐브 형태로 판매돼요.수분 함량: 약 70%보관: 냉장 필수 (2주 이내 사용)사용법: 미지근한 물에 풀어서 사용특징: 발효 향이 가장 진하고 순.. 더보기
1차 발효 —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시간의 비밀 (반죽 시리즈 3편) 지난 편에서 믹싱을 다뤘어요.밀가루와 물이 만나 글루텐 그물망이 만들어지는 과정. 오늘은 그다음 단계인 1차 발효 이야기예요.반죽을 볼에 담고 따뜻한 곳에 두는 이 시간.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1차 발효를 이해하려면 먼저 이스트가 하는 일을 알아야 해요.이스트는 살아있는 미생물이에요.반죽 안의 당분을 먹고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만들어요.이산화탄소 → 반죽을 부풀림알코올 → 풍미를 만듦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요. 반죽이 커지면서 동시에 향이 깊어지는 거예요.시간이 지날수록 빵의 향은 더 진해져요. 1차 발효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변수가 있어요. 1. 시간 2~3시간이 표준. 저온 장시간 발효는 6~12시간. 2. 온도 이스트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는 24~28도. 30도가 넘으면 .. 더보기
오븐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 - 굽기가 완성되는 마지막 순간 반죽이 오븐에 들어가는 순간 저는 카운트다운을 시작해요.25분. 이 시간 동안 오븐 안에서는 정말 많은 일이 벌어져요.저는 그 앞에 조용히 서서 오븐 창을 들여다보곤 해요.가끔 이 시간을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어요. 처음 3분 반죽이 급격히 부풀어요.이걸 오븐 스프링 이라고 해요. 오븐 열이 반죽 안으로 스며들면서안의 공기와 이스트가 만든 가스가 한꺼번에 팽창해요.이 3분이 사실 굽기의 가장 극적인 순간이에요.반죽 표면은 아직 부드러운데안에서 밀어올리는 힘이 빵의 최종 볼륨을 결정해요. 5~7분 표면이 서서히 마르기 시작해요.수분이 증발하면서 크러스트가 형성돼요. 이때 오븐 문을 열면 안 돼요.찬 공기가 들어가는 순간 반죽이 놀라서 주저앉거든요.오븐 창으로만 조용히 보는 게 규칙이에요.. 더보기
설탕은 단맛만 내는 게 아니더라고요 - 보습·발효·색·식감의 비밀 빵에 들어가는 설탕,단맛 조절 그 이상은 아니지 않을까? 오랫동안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식빵 레시피에 설탕 20g이 있으면"조금 덜 달게 만들어볼까" 싶어서 그냥 반으로 줄여본 적이 있어요. 결과는 완전히 다른 빵이었어요.색은 옅고, 발효는 뜬금없이 늦어졌고,크럼은 예전 같은 부드러움이 없었어요.같은 밀가루, 같은 이스트, 같은 시간인데설탕 하나 줄인 것뿐인데 빵의 인상 전체가 달라졌어요. 그날 알았어요.설탕은 그냥 단맛이 아니라 빵의 여러 얼굴을 만드는 재료라는 걸. R&D에서는 설탕의 역할을 크게 네 가지로 봐요. 1. 단맛 (물론)이건 가장 눈에 보이는 역할이에요.빵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밀가루 대비 2~10% 정도 설탕을 넣어요.식빵: 2~5%단과자빵: 8~12%브리오슈: 10~15%이.. 더보기
믹싱의 세계 - 글루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지난 편에서 반죽의 4단계를 개괄해봤어요. 오늘은 그 첫 번째 단계 믹싱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해 볼게요.밀가루에 물을 넣고 섞으면 반죽이 만들어져요.너무 당연한 이 일이 사실은 어떤 신비한 과정을 거치는지 아시나요?빵을 처음 만들 때 저도 몰랐어요.그냥 섞으면 되는 줄 알았어요. 밀가루 안에는 두 종류의 단백질이 있어요.글리아딘 (Gliadin)글루테닌 (Glutenin)이 둘은 밀가루가 마른 상태일 땐 서로 만나지 않고 각자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물이 들어오는 순간 이 둘이 만나기 시작해요. 글리아딘은 유연하게 늘어나는 성질, 글루테닌은 단단하게 잡아주는 성질.이 두 성질이 결합하면 "글루텐" 이라는 그물망이 만들어져요. 근데 물이 만나기만 하면 자동으로 글루텐이 완성되는 게 아니에요.물리적.. 더보기
도구를 처음 다른 사람 손에 맡긴 날 - 곧 시작될 그 순간에 대하여 이번 주말이 지나면 드디어 그 순간이 와요.몇 달 동안 혼자 만들어온 원가계산 시스템을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게 되는 순간. 곧 지원해주신 분들께 사용 안내 메일을 보낼 예정이에요.메일 하나를 쓰는 데 며칠째 여러 번 다시 쓰고 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저는 두 가지 감정 사이를 왔다 갔다 해요.두려움과 설렘. 몇 달 동안 이 도구는 저의 상상 속에서만 완벽했어요.혼자 만들 땐 제가 편한 흐름으로 짤 수 있었고 막히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어요.근데 이제는 달라져요. 다른 사람이 이 도구를 열었을 때 제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쓰실 거예요.제가 당연하다고 여긴 버튼을 못 찾으실 수도 있고, 제가 안 넣은 기능을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솔직히 두려워요."이 도구가 부족하다는 걸 그.. 더보기
반죽의 4단계 - 믹싱부터 2차 발효까지 전체 흐름 이해하기 빵을 처음 만들어보고 싶은 분이라면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하셨을 거예요. "레시피를 봐도 정확히 뭐부터 뭐까지 하는 건지 감이 안 와요." 밀가루에 물 넣고,잠깐 반죽하고,어딘가에 두고,다시 만지고,또 두고,굽고. 이 흐름이 정리되지 않으면매번 레시피 옆에 앉아 "지금은 몇 번째지" 를 헷갈리게 돼요. 저도 처음에 그랬어요.오늘은 빵 반죽의 전체 흐름을 딱 4단계로 정리해 드릴게요. 각 단계의 상세는 다음 편부터 하나씩 이어갈 예정이니 이 글은 전체 지도 같은 역할이에요. 1단계. 믹싱 (반죽하기)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를 한 볼에 넣고 섞는 단계예요.여기서 두 가지 일이 일어나요.재료가 균일하게 섞이고글루텐이 만들어지기 시작해요글루텐은 밀가루 안의 단백질이 물과 만나 그물망을 형성하는 거예요. 이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