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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해서 더 어려운 빵 - 나가사키 카스테라가 다시 불리는 이유 요즘 나가사키 카스테라가 다시 자주 언급됩니다.화려한 토핑도 없고,겹겹이 접는 공정도 없습니다.그저 네모난 모양의, 아주 단정한 빵. 그런데 이상하게도사람들은 이 단순한 빵 앞에서 다시 멈춰 섭니다. 카스테라는 재료부터가 솔직합니다.계란, 설탕, 밀가루, 그리고 물엿이나 꿀.이 정도면 설명은 끝.하지만 바로 그 단순함 때문에만드는 사람의 실력과 태도가 숨을 곳이 없습니다. 계란을 어떻게 풀었는지,공기를 어디까지 품게 했는지,굽는 동안 오븐을 얼마나 믿고 기다렸는지.조금만 흔들려도 결과는 바로 드러납니다.기교로 감출 수 있는 구간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카스테라는‘쉬운 빵’이 아니라정직한 빵에 가깝습니다. 요즘 이 빵이 다시 유행하는 이유도어쩌면 거기에 있는지도 모른니다.자극적인 맛과 복잡한 구조.. 더보기
왜 지금 ‘쫀득함’일까 - 식감이 먼저 기억되는 시대의 빵 요즘 빵과 제과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습니다.바로 ‘쫀득함’이죠.두바이 쫀득 쿠키,쫀득한 식빵,쫀득한 베이글.맛보다 먼저 식감이 이름이 되고, 설명이 됩니다. 왜 하필 지금, 사람들은 이 ‘쫀득함’에 끌리는 걸까. 먼저 떠오른 건 속도였습니다.하루가 너무 빠르게 흘러가지요.음식도, 정보도, 감정도 빠르게 소비되고요.이럴수록 사람들은 한 입 안에서라도확실하게 느껴지는 무언가를 원하게 됩니다. 쫀득한 식감은 즉각적입니다.베어 무는 순간 바로 반응이 옵니다.씹히고,늘어나고,다시 돌아오는 탄력.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기억합니다.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대신,분명한 만족을 남깁니다. 하지만 쫀득함이 단순히 자극적인 식감만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그 안에는 ‘안정감’도 있습니다.너무 바삭.. 더보기
유행하는 빵 앞에서 멈춰 서 본다 - 두바이 쫀득 쿠키와 나가사키 카스테라를 보며 든 생각 요즘 빵 이야기를 하다 보면꼭 한 번쯤은 이름이 오르는 것들이 있습니다.두바이 쫀득 쿠키, 나가사키 카스테라.SNS를 넘기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줄을 서서 사 먹었다는 이야기들도 흔하지요. 솔직히 말하면,나 역시 처음엔 궁금했어요.왜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을까.무엇이 사람들을 이 빵들 앞에 멈춰 서게 만들었을까. 그래서 일부러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그 유행을 바라보았습니다.당장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보다, “이 빵들이 지금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건드리고 있을까” 를 먼저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두바이 쫀득 쿠키는 이름 그대로 식감이 강렬해요.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느껴지는 쫀득함,씹을수록 이어지는 단맛과 밀도.복잡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즉각적으로 만족을 줍니다.요즘처럼 빠른 일상 속에서는,이런 즉각.. 더보기
겨울 빵이 더 따뜻한 이유 - 차가운 계절이 빵 맛에 남기는 것 겨울에 빵을 굽다 보면같은 레시피라도 맛이 조금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분명 재료는 같고,과정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빵을 꺼내는 순간의 공기와 온도가그 맛에 다른 결을 남깁니다. 차가운 계절은 주방을 더 조용하게 만듭니다.여름처럼 반죽이 급하게 움직이지 않고,발효는 한 박자 느려집니다.그 느림 덕분에반죽은 더 많은 시간을 버티고,맛은 조금 더 깊어질 여유를 얻게 되지요. 겨울의 주방에서는오븐의 불빛이 유난히 선명합니다.차가운 공기 속에서따뜻한 열이 퍼질 때,그 온도 차이가 몸으로 먼저 느낄수가 있습니다.그래서인지 빵을 굽는 사람도자연스럽게 더 집중하게 되지요.문을 닫고,소리를 줄이고,손의 감각에 귀를 기울이게 되지요. 겨울 빵이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단순히 온도 때문만은 아닙니다.차가운 계절일.. 더보기
새해에도 변하지 않는 기준 - 2026년 담다브레드가 지키고 싶은 한 가지 새해가 되면 자연스럽게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올해는 무엇을 더 할지,어디까지 가고 싶은지,어떤 모습을 그리고 있는지. 하지만 2026년을 맞이하며 나는목표보다 먼저 기준을 떠올리게 됩니다.얼마나 많이 굽느냐보다,어떤 마음으로 굽고 싶은지가더 중요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담다브레드가새해에도 지키고 싶은 한 가지는 단순합니다.빵을 만들기 전에, 이유를 먼저 묻는 것.이 빵이 왜 필요한지,누구를 위한 것인지,지금 이 시기에 어울리는지. 조금 느려지더라도그 질문을 건너뛰지 않는 것이올해 내가 스스로에게 정한 기준입니다. 제빵을 배우며 알게 된 사실은기술은 빠르게 늘 수 있지만,기준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무엇을 만들지보다무엇을 만들지 않기로 할지 결정하는 일이오히려 더 어렵고 중요합니다. 그래.. 더보기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남은 반죽들 - 끝내 굽지 못한 생각과 배운 것들 한 해의 끝에 서면,작업대 위를 한 번 더 바라보게 됩니다.오늘 굽지 않은 반죽은 없는지,마음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 생각은 무엇인지. 올해도 나는 많은 반죽을 만졌습니다.손에 익숙해진 것도 있었고,끝내 원하는 결을 만들지 못한 것도 있었지요.어떤 반죽은 오븐에 들어가기 전에 접어두었고,어떤 생각은 아직 꺼내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모두 굽지 못한 것이 꼭 실패는 아니었습니다.시간이 부족했던 날도 있었고,아직 내 손이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날도 있었지요.그때는 아쉬움으로 남았지만,지금 생각해보면 그 반죽들은 나에게‘아직’이라는 시간을 알려준 것 같았습니다. 빵을 만들며 배운 가장 큰 깨달음 중 하나는모든 반죽이 같은 날,같은 속도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급하게 굽.. 더보기
겨울 주방의 풍경 -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오븐 사이 겨울 주방은문을 여는 순간부터 다릅니다.차가운 공기가 먼저 들어오고,그 뒤를 따라오븐의 열이 천천히 공간을 채웁니다. 이 계절의 주방은늘 두 가지 온도가 공존합니다. 손은 차갑고,반죽은 평소보다 느리게 움직입니다.물의 온도를 조금 더 살피고,반죽이 놀라지 않도록손길도 자연스럽게 조심스러워져요. 겨울에는빵이 사람을 시험하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조금만 서두르면 바로 티가 나고,조금만 방심해도반죽은 제 속도를 잃어버리죠. 그래서 겨울 주방에서는자연스럽게 천천히 일하게 됩니다. 오븐의 불이 켜지면주방의 분위기도 달라집니다.차가웠던 공기 사이로따뜻한 열이 번지고,빵이 굽히는 소리와 향이조용히 공간을 채워요. 그 순간만큼은겨울도 잠시 멈춰 있는 것 같습니다. 겨울은기다림이 자연스러운 계절입니다.빵도,.. 더보기
기다려야 맛이 완성되는 빵들 - 숙성과 시간의 역할 빵은 오븐에서 나오면 끝일 것 같지만,사실 어떤 빵들은그때부터 비로소 시작됩니다. 막 구워졌을 때보다하루, 이틀이 지나며맛이 더 깊어지는 빵들.그 빵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 슈톨렌이 그렇습니다.갓 구웠을 때보다며칠의 시간이 지나야버터와 과일, 견과의 맛이서로 어울리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각자의 존재감이 분명하지만시간이 흐르면서서로를 밀어내지 않고천천히 자리를 내어주죠. 그래서 슈톨렌은기다릴 줄 아는 사람에게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빵입니다. 천연발효 빵도 비슷합니다.빠르게 부풀릴 수는 있지만담다브레드는굳이 서두르지 않으려 합니다. 발효종이 스스로 움직일 시간을 주고,반죽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립니다.그 시간 동안맛은 부드러워지고,산미는 정돈되며,속은 더 편안해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