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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반죽 수분 조절 - 비 오는 날 빵이 자꾸 질어지는 이유 비 오는 날 빵을 굽다가평소보다 반죽이 너무 진 경험,혹시 있으신가요? 같은 레시피, 같은 밀가루인데어느 날은 탱탱하고 어느 날은 손에 달라붙어요. 저도 처음엔 컨디션 탓인 줄 알았어요. 근데 한참 뒤에 알았어요. 문제는 공기 중 습도였거든요. 밀가루는 살아 있는 재료처럼주변 공기를 그대로 흡수해요. 습도가 높으면 밀가루도 수분을 머금어요.전문 용어로 흡습성 이라고 해요. 장마철 상대습도가 80~90%까지 올라가면1kg 밀가루 안에 이미수분이 0.5~1.5% 더 들어가 있어요. 숫자로는 작아 보이지만빵 한 덩이 기준 5~15g의 차이예요. 5g 차이가 별 거 아닌 것 같아도반죽의 손맛은 완전히 달라져요. 겨울에 가수율 65%로 잘 되던 레시피가장마철엔 같은 65%로 만들면손에 달라붙고 늘어져요. 처음엔.. 더보기
이스트 한 봉지의 무게 - 효모를 죽이지 않고 살려 쓴다는 것 처음 빵을 만들 때저는 이스트를 죽인 적이 있어요. 뜨거운 물에 풀었거든요. "발효를 빨리 시키려면따뜻한 물이 좋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한참을 기다려도반죽이 안 부풀더라고요. 세 시간을 기다리고서야 이스트가 다 죽었다는 걸 알았어요. 이스트 봉지를 처음 받아보면 정말 작아요. 500g 밀가루에 들어가는 양이 겨우 5g 이에요. 근데 그 5g이빵 한 덩이 전체를부풀게 해요. 그 작은 가루가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걸 저는 한참 뒤에야 알았어요. 이스트는 효모예요. 학명은 Saccharomyces cerevisiae. 밀가루 안의 당분을 먹고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만들어요. 이산화탄소가 반죽을 부풀게 하고알코올이 풍미를 만들어요. 근데 이 효모는 살아있는 미생물이에요. 40도가 넘으면 약해.. 더보기
베이커리 용어사전을 만들고 있어요 - 'R&D는 아는 말, 베이커는 모르는 말'에 대해 요즘 또 새 도구를하나 만들고 있어요. 이번엔 베이커리 용어사전이에요. 처음엔 별 거 아닌 줄 알았어요. 용어 몇 개 정리해서검색되게 만들면 끝일 줄 알았거든요. 근데 막상 시작해보니 전혀 단순하지 않더라고요. 문제는 같은 단어를 현장과 책이 다르게 쓰는 경우가 많다는 거였어요. 예를 들어 "오토리즈". R&D 책에는 "밀가루와 물만 미리 섞어20~60분 휴지시키는 과정"이라고 나와요. 근데 현장 베이커들은"잠깐 쉬게 두는 시간"이라고 부르거나아예 다른 의미로 쓰기도 해요. 같은 단어, 다른 의미. 이걸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며칠을 고민했어요. 또 다른 예가 "오버나잇"이에요. 어떤 책에는 저온 장시간 발효 라고 적혀 있고, 다른 곳에서는"하룻밤 두는 모든 작업"이라고 더 넓게 써요. 베이커 한 명한.. 더보기
여름 베이킹 글루텐 형성 - 35도 작업장에서 반죽 망하지 않는 법 같은 레시피인데여름엔 빵이 잘 안 부푸는 경험,혹시 있으신가요? 겨울엔 탱탱하던 반죽이여름엔 자꾸 늘어지거나 끊어져서당황한 적 있을 거예요. 저도 그랬어요. 처음엔 효모가 문제인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니었어요. 문제는 글루텐이었거든요. 여름엔 글루텐이 평소보다 빨리 약해져요. 이유는 단순해요. 밀가루 안에는 글루텐을 만드는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 있어요. 근데 같이 들어 있는 프로테아제(단백질 분해효소) 가 온도가 높아질수록 활발해져요. 이게 글루텐을 분해해 버리거든요. 실온 30도가 넘으면효소 활성이 거의 두 배가 돼요. 게다가 반죽 온도까지 올라가면1차 발효가 너무 빨라지면서글루텐이 충분히 자라기 전에가스가 만들어져요.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기공이 거칠고,신장성이 떨어지고,구워도 잘 안 부풀고,풍미도.. 더보기
베이커스 노트에 또 도구를 만들고 있어요 - 도구 하나가 생기면, 작업 하나가 사라지더라고요 요즘 또 새로운 도구를하나 만들고 있어요. 베이커스 노트에 들어갈새 기능이에요. 이번 주말도 노트북 앞에 앉아서몇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왜 자꾸 도구를 만들고 있을까." 처음엔 단순했어요. 원가 계산이 불편해서원가계산 시스템을 만들었고 레시피 스케일을 자주 바꾸다 보니스케일 변환 도구를 만들었어요. 다 제가 매번 하던 작업을 편하게 만들고 싶어서였어요. 근데 만들다 보니혼자 쓰기 아까웠어요. 저랑 똑같이새벽 4시에 일어나서계산기를 두드리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도구를 하나 만들 때마다저는 이런 질문을 던져요. "이 도구가 사라지게 만드는 작업은 뭘까." 도구를 만드는 이유는새로운 일을 추가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기존에 하던 반복 작업을 없애기 위해서예요. 원가 계산 .. 더보기
밀가루 보관법 - 여름에 벌레 안 생기게 하는 R&D 노하우 여름에 밀가루 봉지를 열었더니 작은 벌레가 기어다닌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처음 그걸 봤을 때저는 한참 멍하니 있었어요. 새로 산 지 한 달도 안 된 강력분이었거든요. 봉지째 통째로 버렸어요. 그날부터 밀가루 보관을 R&D 관점으로 다시 보기 시작했어요. 여름에 밀가루에 생기는 벌레는 대부분 밀가루게예요. 정식 이름은 거짓쌀도둑거저리.영어로는 Confused flour beetle. 이 벌레는 어디서 갑자기 오는 게 아니에요. 밀가루 자체에 알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요. 겨울엔 부화하지 않고 있다가실온이 25도를 넘으면2~3주 만에 성충이 되거든요. 여름에 갑자기 보이는 이유가 이거예요. R&D에서 가장 먼저 가르치는 건 "개봉 즉시 옮겨 담아라" 예요. 종이 봉지나 비닐 봉지째로 두면공기·습기·해충.. 더보기
반죽 온도 계산법 - 여름엔 왜 발효가 빨라질까 (목표온도 × 3 공식) 여름이 되니 같은 레시피인데 발효가 너무 빨리 끝난 경험,혹시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어요. 겨울에 3시간 걸리던 1차 발효가여름엔 1시간 30분 만에이미 부풀어 있더라고요. 처음엔 효모가 좋아져서 그런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니었어요. 문제는 반죽 온도였거든요. 빵 반죽은 목표 반죽 온도라는 게 있어요. 식빵은 보통 26~27도.크루아상 같은 저온 발효는 24도.호밀빵은 25도 정도. 이 온도가 정확해야발효 시간이 일정해지고빵의 풍미도 안정돼요. 근데 여름엔 그게 어려워요. 실온이 30도가 넘으면가만히 둬도 반죽이 따뜻해지거든요. R&D에서는 이런 공식을 써요. 물 온도 = (목표 반죽 온도 × 3) - 실온 - 밀가루 온도 - 마찰열 처음 보면 복잡해 보이지만풀어 쓰면 단순해요. 예를 들어볼게요.목표 .. 더보기
틀린 단가표를 들고 시작했던 베이커리 - 매출은 분명했지만 통장은 비어있었다 베이커리를 시작했을 때저는 단가표 한 장에모든 걸 적어두고 있었어요. 식빵 한 개 2,500원.크림빵 한 개 1,800원.파운드케이크 한 조각 1,200원. 종이 한 장에 정리된 숫자가그땐 참 든든해 보였거든요. 근데 그 단가표는 처음부터 틀려 있었어요. 저는 재료비만 계산하고 있었거든요. 밀가루 얼마, 버터 얼마,설탕 얼마, 우유 얼마. 영수증을 모아서빵 한 개당 들어간 재료비를계산한 거였어요. 거기서 멈췄어요. 새벽 4시부터 일어나서 4시간을 매달린내 시간은 어디에도 들어 있지 않았어요. 전기세, 가스비, 임대료,오븐 감가상각. 이런 것들도 단가표에는 없었죠. "손님이 사가는 건 빵이지기세가 아니잖아."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지금 돌아보면정말 순진했어요. 매출은 매일 들어왔어요. 하루 30만 원, 4..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