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굽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빵은 시간과의 대화다.”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하루가 넘는
발효 과정을 거치며
밀가루와 물, 소금, 발효종은 서로 어울리고 섞이며
새로운 맛을 만들어냅니다.
그 안에는 급하게는
결코 얻을 수 없는 풍미가 숨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말을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은 바쁘다는 이유로,
발효 시간을 조금 줄여서
빵을 구운 적이 있습니다.
겉모습은 그럴듯했지만,
막상 잘라보니
속이 덜 익은 듯 촉촉했고
맛 또한 깊이가 부족했습니다.
반대로,
한 번은 반죽을 발효통에 넣은 채로 깜빡 잊고
긴 시간을 보내버린 적도 있습니다.
‘망했다’ 싶었는데,
놀랍게도
그 빵은 예상치 못한 향과 풍미를 품고 있었습니다.
기다림이 만든 차이가
고스란히 맛에 담긴 순간이었죠.
특히
천연 발효종을 사용할 때
그 차이는 더 크게 다가옵니다.
하루, 이틀씩 기다려야 하지만,
그 기다림 속에서
빵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시간이 빚은 선물이 됩니다.
발효의 깊이가
풍미를 결정하고,
그 풍미는
다시 먹는 사람의 기억을 흔듭니다.
단번에 사라지는 맛이 아니라,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맛이 되는 것입니다.
빵을 굽는다는 건
결국 시간을 존중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빠름이 미덕이 되는 세상 속에서,
오히려 느리고 더딘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빵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오늘 하루, 무엇을 기다릴 줄 아는가?”
담다브레드가 만들고 싶은 빵도
바로 그런 빵입니다.
한 조각을 베어 물었을 때,
그 속에 담긴 깊은 맛이
단순히 밀가루와 발효종의 결과가 아니라,
기다림과 정성이 빚어낸 결과처럼 다가오길 바랍니다.
시간이 만든 맛.
그래서 더욱 귀하고,
그래서 더욱 소중합니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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