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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이 많아질수록 고민도 깊어진다」 - 크림도넛·폭신한 케이크 유행 앞에서의 선택 요즘 빵집 진열대를 보면크림이 주인공인 빵들이 눈에 띄어요.속이 보이지 않을 만큼 가득 찬 크림도넛,숟가락이 필요할 정도로 부드러운 케이크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의 만족감은 분명해요.부드럽고,달콤하고,풍성하죠.그래서 더 많은 크림,더 폭신한 식감이유행처럼 번져가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빵을 만드는 입장에서는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와요.“이 풍성함이 끝난 뒤에도, 이 빵을 다시 찾게 될까?”크림은 주인공이 될 수도, 부담이 될 수도 크림은 빵을 화려하게 만들어주는 재료예요.하지만 동시에 가장 빠르게 질릴 수 있는 재료이기도 하죠.너무 많으면 빵보다 크림만 기억에 남고,한 개를 다 먹기 전에 손이 멈추기도 해요. 담다브레드는 그래서크림을 대할 때 늘 조심스러워요.‘많이 넣을 수 있느냐’보.. 더보기
겨울의 끝자락에서 굽는 빵 - 가장 추운 달에 가장 단단해지는 기준 1월의 주방은 유난히 차분합니다.문을 열면 찬 공기가 먼저 들어오고,반죽은 쉽게 움직이지 않습니다.손이 닿는 모든 것이조금씩 더 천천히 반응합니다. 이 계절의 반죽은사람의 조급함을 그대로 드러냅니다.조금만 서두르면 발효는 흐트러지고,조금만 방심하면 온도는 금세 어긋납니다.그래서 겨울의 빵은기술보다 태도를 먼저 묻습니다. 1월의 온도는빵을 만드는 사람에게 늘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지금 기다릴 수 있는가.조금 더 지켜볼 여유가 있는가. 여름처럼 밀어붙일 수 없고,가을처럼 자연에 맡기기도 어렵습니다.이 계절에는 손이 더 많이 개입하게 됩니다.덮어주고, 옮겨주고,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옆에 머문답니다. 겨울 발효는 느립니다.하지만 그 느림 속에서반죽은 스스로 자리를 잡습니다.급하게 부풀지 않는 대신속.. 더보기
새해에도 빵은 갑자기 달라지지 않는다 - 목표보다 루틴을 믿기로 한 이유 새해가 되면 무엇이든 새로워질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하지만 작업대 앞에 서면그 기대는 금세 현실로 돌아오지요.반죽은 여전히 같은 밀가루로 시작되고,손의 움직임도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빵은 새해라고 해서갑자기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올해는큰 목표보다 루틴을 믿기로 했습니다.더 많은 빵을 굽겠다는 다짐보다,매일 같은 시간에 반죽을 만지는 일.완벽한 결과보다,기본을 반복하는 하루. 제빵을 배우며 알게 된 것은성장은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어느 날 갑자기 손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어제와 같은 동작을 오늘도 했을 때조금씩 쌓이는 감각. 새해 다짐은 종종지금의 나를 부정하는 데서 시작합니다.하지만 빵은 그렇지 않습니다.어제의 반죽 위에오늘의 시간이 더해질 뿐입니다. .. 더보기
1월에 다시 펼쳐보는 노트 한 권 - 지난 해의 기록과 올해의 방향 1월이 되면 자연스럽게 노트 한 권을 다시 펼치게 됩니다.새 노트를 꺼내기보다는,지난 해에 쓰다 만 페이지들을 먼저 넘겨보지요. 빵을 배우며 남긴 메모들,반죽 비율 옆에 적힌 짧은 감정,잘 되지 않았던 날에 그어놓은 작은 표시들.이 노트는 계획서라기보다시간이 쌓인 기록에 가깝습니다. 처음에는 성공한 것만 적으려 했어요.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실패한 날의 메모가 더 많아지게 되었지요.“수분 과다”,“기다리지 못함”,“오늘은 마음이 급했다.”기술적인 기록 사이에사람의 상태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1월에 다시 읽어보면그 메모들이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오히려 그때는 몰랐던 이유들이이제야 또렷해집니다.왜 그 반죽이 말을 듣지 않았는지,왜 그날의 빵이 마음에 남지 않았는지. 이 노트는잘한 것을 확인.. 더보기
유행 빵을 담다브레드 식으로 만든다면 - 트렌드와 철학 사이에서의 선택 만약 요즘 유행하는 빵을담다브레드 식으로 만든다면,아마 먼저 레시피를 펼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신 이런 질문부터 해볼 것 같습니다.이 빵을 왜 만들고 싶은지,이 유행 속에서 꼭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 유행하는 빵들은 대체로 분명한 장점이 있습니다.눈에 띄고,기억에 남고,한 입에 설명되는 매력이 있습니다.두바이 쫀득 쿠키의 질감,나가사키 카스테라의 단정함처럼 말이죠. 하지만 담다브레드라면그 매력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조금 천천히 옆에서 바라볼 것 같습니다. 쫀득함이 유행이라면그 식감을 더 세게 만들기보다는왜 사람들이 그 식감을 좋아하는지부터 생각할 것입니다.빠르게 사라지지 않고,입 안에 잠시 머무는 감각.그 ‘머무름’을 어떻게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달콤함이 포인트라면당도를 높이는 대신재.. 더보기
단순해서 더 어려운 빵 - 나가사키 카스테라가 다시 불리는 이유 요즘 나가사키 카스테라가 다시 자주 언급됩니다.화려한 토핑도 없고,겹겹이 접는 공정도 없습니다.그저 네모난 모양의, 아주 단정한 빵. 그런데 이상하게도사람들은 이 단순한 빵 앞에서 다시 멈춰 섭니다. 카스테라는 재료부터가 솔직합니다.계란, 설탕, 밀가루, 그리고 물엿이나 꿀.이 정도면 설명은 끝.하지만 바로 그 단순함 때문에만드는 사람의 실력과 태도가 숨을 곳이 없습니다. 계란을 어떻게 풀었는지,공기를 어디까지 품게 했는지,굽는 동안 오븐을 얼마나 믿고 기다렸는지.조금만 흔들려도 결과는 바로 드러납니다.기교로 감출 수 있는 구간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카스테라는‘쉬운 빵’이 아니라정직한 빵에 가깝습니다. 요즘 이 빵이 다시 유행하는 이유도어쩌면 거기에 있는지도 모른니다.자극적인 맛과 복잡한 구조.. 더보기
왜 지금 ‘쫀득함’일까 - 식감이 먼저 기억되는 시대의 빵 요즘 빵과 제과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습니다.바로 ‘쫀득함’이죠.두바이 쫀득 쿠키,쫀득한 식빵,쫀득한 베이글.맛보다 먼저 식감이 이름이 되고, 설명이 됩니다. 왜 하필 지금, 사람들은 이 ‘쫀득함’에 끌리는 걸까. 먼저 떠오른 건 속도였습니다.하루가 너무 빠르게 흘러가지요.음식도, 정보도, 감정도 빠르게 소비되고요.이럴수록 사람들은 한 입 안에서라도확실하게 느껴지는 무언가를 원하게 됩니다. 쫀득한 식감은 즉각적입니다.베어 무는 순간 바로 반응이 옵니다.씹히고,늘어나고,다시 돌아오는 탄력.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기억합니다.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대신,분명한 만족을 남깁니다. 하지만 쫀득함이 단순히 자극적인 식감만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그 안에는 ‘안정감’도 있습니다.너무 바삭.. 더보기
유행하는 빵 앞에서 멈춰 서 본다 - 두바이 쫀득 쿠키와 나가사키 카스테라를 보며 든 생각 요즘 빵 이야기를 하다 보면꼭 한 번쯤은 이름이 오르는 것들이 있습니다.두바이 쫀득 쿠키, 나가사키 카스테라.SNS를 넘기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줄을 서서 사 먹었다는 이야기들도 흔하지요. 솔직히 말하면,나 역시 처음엔 궁금했어요.왜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을까.무엇이 사람들을 이 빵들 앞에 멈춰 서게 만들었을까. 그래서 일부러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그 유행을 바라보았습니다.당장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보다, “이 빵들이 지금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건드리고 있을까” 를 먼저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두바이 쫀득 쿠키는 이름 그대로 식감이 강렬해요.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느껴지는 쫀득함,씹을수록 이어지는 단맛과 밀도.복잡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즉각적으로 만족을 줍니다.요즘처럼 빠른 일상 속에서는,이런 즉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