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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배우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 그 안에서 발견한 것들 조금은 이른 아침.평일인데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서울 종로, 오래된 골목에 자리 잡은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단순한 빵집이 아닌, "경험하는 공간" 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첫 느낌 - 마치 전시장을 걷는 기분 입구부터 베이글 향이 퍼진다.내부는 꼭 브런치 갤러리 같았다.하나하나 연출된 소품들, 유럽 감성의 키친웨어,그리고 갓 구워낸 베이글이 진열된 모습까지. 누군가에겐 ‘과한 연출’일지도 모르지만,그만큼 ‘정성’이 느껴졌다.브랜딩이 얼마나 중요한지,그게 사람의 기억에 얼마나 오래 남는지 새삼 실감했다. 빵 - 단단한 철학이 보이는 베이글가장 먼저 플레인 베이글과 트러플 에그 베이글,그리고 크림치즈 몇 가지를 골랐다. 놀랐던 건,겉은 정말 바삭한데 속은 쫄깃하게 살아있다는 것.‘이 정.. 더보기
담다브레드 이야기 - 이름에 담긴 마음 "왜 '담다 브레드' 일까요?"이름을 정하는 건,작은 씨앗을 심는 일 같았어요.무엇을 담아야 오래도록 자라날 수 있을까..그 질문 하나로 며칠을 고민했던 기억이 나요. 그날도 늦은 밤이었어요.메모장엔 수십 개의 이름 후보가 적혀 있었고,한쪽 오븐에선 막 반죽을 마친 빵이 익어가고 있었죠.하루의 고단함이 밀려오던 그때,오븐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가 마음을 스르르 풀어주었어요.그 향기 속에서 문득 떠올랐어요. “이 빵엔 참 많은 걸 담고 있구나…”재료 하나하나에 담긴 선택,버터 대신 오일을 쓰는 이유,가공되지 않은 재료를 고르는 고민,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를 위한 진심. 담다 - 마음을, 재료를, 사람을‘담다’라는 단어는단순히 넣는다는 의미가 아니었어요.조금 더 정성스럽고, 따뜻하게 품는 느낌.그 단어 하나.. 더보기
이스트 vs 천연발효 - 담다브레드는 어디쯤일까요? 빵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처음으로 혼란스러웠던 단어가 '이스트'와 ‘천연발효종'이었어요.어떤 수업에서는"이스트는 인공적이고 좋지 않다"고 했고,또 다른 곳에서는"천연발효종은 어렵고 까다롭다"고 했죠. 처음엔 무조건 천연발효가 더 건강한 거 아닐까? 생각했어요.느리지만 자연스럽고,시간을 들인 만큼 더 좋은 맛이 날 거라고 믿었거든요.하지만 직접 반죽하고, 발효시키고, 굽는 시간을 지나면서조금씩 생각이 달라졌어요. 이스트는 빠르고 정확하게 이스트는 효모를 인공적으로 배양한 재료예요.빠른 시간 안에 반죽을 부풀게 해줘서시간이 부족할 때나 안정적인 결과가 필요할 때 정말 고마운 존재죠. 또한 이스트로 만든 빵은균일한 식감, 깔끔한 맛을 내기에 적합해요.그래서 아침식사용 식빵이나 바삭한 바게트를 만들 때 유용하게.. 더보기
머랭이 오르지 않던 날 오늘은 뭔가 기분이 괜찮은 날이었어요.오븐은 예열되어 있었고, 반죽도 잘 됐고,머랭만 올려 베이킹을 마무리하면 '끝' 완벽했을 텐데..거품기는 돌아가고, 흰자는 돌고 도는데머랭은 끝내 오르지 않았습니다.주걱으로 쿡 찍으면 그대로 흘러내리고,한참을 휘젓고 나서야 겨우 거품만 가득했죠. 왜 이럴까.달걀 온도는 맞췄는데,설탕도 천천히 나눠 넣었고,볼에 물기 하나 없이 준비했는데…그러다 문득,"이렇게 해서 뭐가 되긴 할까?"그런 마음이 툭 하고 튀어나왔어요. ㅠㅠ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어요.머랭은 여전히 흐물거리고,주방에는 작은 정적이 흘렀어요.실패한 거죠.이제 와서 뭐라도 억지로 구울 수는 있지만그게 더 아쉬울 것 같았어요.그래서 도구들을 조용히 내려놓았어요.불도 끄고, 오븐도 식히고.그냥 오늘은 이걸로 충분.. 더보기
반죽 온도에 마음을 배우다 조급함을 내려놓게 해 준 아주 조용한 깨달음 처음엔 잘 몰랐어요.레시피에 적힌 반죽 온도 숫자를 맞추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어떤 빵 반죽 온도 24도”“어떤 빵 반죽 온도 27도” 그게 뭐라고,그날 따라 실내 온도가 조금 낮거나손이 차가웠다는 이유로반죽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어요. 어느 날은 반죽이 부풀지 않았고,어느 날은 겉은 부풀어 올랐는데 속은 텅 비어 있었어요.그때마다 나는 “왜 안 되지?” 하고조급한 마음으로 원인을 찾아 헤맸죠.그런데 어느 날, 문득 알게 됐어요.반죽 온도는 ‘숫자’가 아니라 ‘태도’라는 걸. 빵을 만든다는 건,‘빨리’보다는 ‘알맞은 때’를 기다리는 일이더라고요.온도가 맞지 않으면 반죽이 스트레스를 받는것 같았어요.그저 덜 부풀고 마는 게 아니라,속 안에서부터 .. 더보기
[담다브레드] 아직 굽지 못한 나만의 빵 빵을 굽기 시작하고 나서나는 ‘굽는 것’보다 ‘머릿속에 오래 품는 것’이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하루하루 반죽하고,구워내고, 다시 배우고,그 과정을 반복하면서도마음속에 한 가지 빵을 오래도록 품고 있었습니다.아직 그 빵은 모양도 없고,이름도 없고,레시피도 없어요.하지만 제 안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빵이에요. 그 빵은 아주 소박하고,그리 특별하지 않을지도 몰라요.화려한 토핑도, 멋진 장식도 없고,그저 고소하고 따뜻한 냄새로 주방을 채우는 빵. 하지만 그 빵을 굽는 날에는마음이 평온해지고,내가 굽는 이유를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그 빵은 누군가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빵이었으면 좋겠고,기억 속 엄마의 손맛처럼단단하지만 부드러운 위로가 되었으면 해요. 나는 아직 그 빵을 굽지 .. 더보기
담다브레드의 정직한 재료 이야기 - ⑧ 우리밀 "흙 내음, 바람, 햇살…"빵 한 조각에도 우리 땅이 들어 있어요."우리가 매일 먹는 빵.그 주재료인 밀가루는 대부분 수입밀로 만들어집니다.하지만 담다브레드는 묻습니다. “정말 꼭 멀리서 온 밀가루만 써야 할까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 땅에서 자란 '우리밀'을빵의 주재료 중 하나로 선택하고 있어요. 100%는 아니지만, 가능한 한 가까운 밀 담다브레드는 솔직하게 말합니다.모든 제품에 우리밀만을 고집하지는 않습니다.특정한 풍미와 질감을 위해프랑스 밀가루나 강력분을 쓰는 경우도 있어요.하지만 그 안에서도 늘 고민합니다. “이 빵은 우리밀로 만들어도 괜찮을까?” “조금 더 우리밀 비중을 늘릴 수 없을까?” 우리밀이 가진 의미,그 가치를 알기에가능한 곳에는 우리밀을 가장 먼저 생각합니다. 지역마다 다른, .. 더보기
좋은 재료란 무엇인가.. 담다브레드가 재료를 고르는 기준빵을 만들며 가장 자주 하는 생각이 있어요.“정말 좋은 재료란 무엇일까?”값이 비싼 재료?유기농 마크가 붙은 재료?아니면 유명한 산지에서 온 것?정답은 하나가 아니었어요.담다브레드가 생각하는 좋은 재료란,"누가 먹어도 괜찮고, 매일 먹어도 부담 없는 재료" 예요. ‘건강’을 말하지만 ‘맛’도 포기하지 않기 건강을 생각한 빵이라고 해서건조하고 퍽퍽한 맛이어야 한다는 생각은담다브레드와 맞지 않았어요. 우리는 몸에 편한 재료로도 충분히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다고 믿어요.그래서 건강과 맛 사이에서 늘 균형을 고민한답니다.소금을 고를 때도,설탕을 줄일 때도,버터 대신 오일을 선택할 때도,늘 기준은 같았어요.“매일 먹는 사람의 몸에, 이건 괜찮을까?” 유행보다, 내 기준을 따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