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호밀의 얼굴 - 밀보다 오래된 곡물이 반죽에 남기는 것 지난 편에서 통밀가루를 다뤘어요.밀가루의 다른 얼굴을 만나면서 계절이 재료를 부른다는 감각을 함께 나눴었죠. 오늘은 또 다른 곡물, 호밀 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호밀은 밀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사실 완전히 다른 곡물이에요.저도 호밀을 처음 만졌을 때 "밀가루랑 같이 쓰면 되는 거 아닌가" 정도로 생각했어요.근데 아니었어요. 호밀은 밀과 다르게 다뤄야 해요. 호밀은 밀보다 훨씬 오래된 곡물이에요.역사적으로 유럽 북부·동부 지역에서밀이 잘 자라지 않는 추운 환경에서 호밀이 재배됐어요.그래서 독일·러시아·북유럽에서 호밀빵이 발달했죠. 담다브레드에서 예전에 독일 빵이 단단한 이유 - 오래 먹는 빵을 만드는 문화 라는 글을 쓴 적이 있어요.거기서 호밀을 잠깐 언급했는데,오늘은 호밀 자체를 재료로 자세히 다뤄볼게요.. 더보기
2차 발효 - 오븐 들어가기 전 마지막 부풀기 (반죽 시리즈 5편) 지난 편에서 성형과 벤치타임을 다뤘어요.발효 마친 반죽을 분할하고,둥글리고, 벤치타임 뒤에 최종 모양을 잡는 과정. 오늘은 그 다음 단계인 2차 발효 이야기예요.성형까지 끝난 반죽을 바로 오븐에 넣지 않아요.한 번 더 부풀리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그 시간이 왜 필요하고,어떻게 판단하는지 자세히 들여다볼게요. 성형 과정에서 반죽 안의 가스가 많이 빠져나가요.접고, 굴리고, 손으로 잡는 동안1차 발효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가 반쯤 흩어져요.그 상태로 오븐에 들어가면 빵이 잘 부풀지 않아요. 2차 발효는 그 흩어진 가스를 다시 만들어내는 시간이에요.이 시간이 있어야 오븐에 들어갔을 때 빵이 급격히 부풀 준비가 돼요. 2차 발효는 1차 발효와 조금 달라요.1차 발효시간: 2~3시간목표: 풍미 만들기 + 반죽 발.. 더보기
빵집 문을 열기 전 30분의 조용함 - 하루 중 가장 정성이 짙은 시간 오전 9시 30분.가게 문 앞에 걸어둔 팻말이 아직 "CLOSED" 인 시간. 빵집의 하루 중 저는 이 30분을 가장 좋아해요.이유는 잘 설명하기 어려운데 매일 이 시간이 되면 왠지 잠깐 마음이 조용해져요. 새벽부터 반죽을 만들고, 발효를 기다리고,성형하고, 오븐에 들여보내고, 꺼낸 빵을 식힘망에 옮기고.이 모든 일이 6시간 정도 걸려요. 10시에 문을 열려면 새벽 4시에 반죽을 시작해요.그리고 9시 30분쯤이 되면 갓 구운 빵들이 모두 식힘망 위에 놓여 있어요.진열대에 옮기기 딱 좋은 온도로 식은 상태.이때부터 30분이 저에게는 하루 중 가장 조용한 시간이에요. 빵을 하나씩 진열대로 옮겨요.앞에 놓을지, 뒤에 놓을지,어떤 각도로 놓을지, 어떤 조명 아래 놓을지.이 세밀한 결정들을 30분 동안 조용히 .. 더보기
통밀가루 - 가을·겨울 빵의 밑그림이 되는 곡물의 얼굴 계절이 바뀌면 자주 찾게 되는 재료가 있어요.여름엔 상대적으로 손이 잘 안 가지만 아침 공기가 서늘해지기 시작하면 갑자기 생각나는 재료.통밀가루 예요. 같은 빵인데 통밀이 들어가면 훨씬 진하고, 깊고, 든든해져요.아마 저만 그런 게 아닐 거예요. 먼저 통밀가루가 뭔지 짚고 갈게요.우리가 평소 쓰는 밀가루(강력분·중력분·박력분)는밀알의 하얀 속살(배유) 만 골라서 곱게 빻은 거예요.밀알의 껍질(밀기울)과 씨눈(배아)은 대부분 제거돼요. 통밀가루는 다르게 만들어져요.밀알을 껍질까지 통째로 빻아요.그래서 색이 갈색이고, 알갱이가 굵고, 향이 훨씬 진해요.밀 본연의 맛을 그대로 담고 있는 재료예요. 정리하면 통밀은 일반 밀가루와 이런 점들이 달라요. 1. 흡수율이 훨씬 높아요밀기울이 물을 많이 머금기 때문에 같.. 더보기
성형과 벤치타임 - 반죽을 다루는 손의 기술 (반죽 시리즈 4편) 지난 편에서 1차 발효를 다뤘어요.반죽이 부풀어 오르며 풍미가 만들어지는 그 시간. 오늘은 그 다음 단계인 성형 이야기예요.발효 끝난 반죽을 만지는 순간 저는 늘 잠깐 멈춰요.이 반죽이 몇 시간 동안 만들어온 결을손 하나로 무너뜨릴 수도 있고 반대로 살릴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성형은 정말 미묘한 단계예요. 성형은 사실 하나의 동작이 아니에요.네 개의 작은 단계로 나뉘어 있어요. 1. 분할 (Divide) 2. 둥글리기 (Preshape) 3. 벤치타임 (Bench rest) 4. 성형 (Final shape)이 네 단계가 각각 무엇을 하는지 하나씩 짚어볼게요. 1. 분할 (Divide)발효 마친 반죽을 저울로 재서 같은 무게로 나눠요.식빵이라면 400~500g씩, 바게트라면 250g씩, 모닝빵이라면 4.. 더보기
출시를 조금 더 늦추기로 했어요 - 왜 시간을 더 두기로 했는지 오늘도 조심스럽게 소식을 하나 드리려고 글을 씁니다. 원가계산 시스템 정식 출시를 조금 더 늦추기로 했어요.원래는 9월 말안에 정식 출시를 목표로 했는데지금은 10월 중순, 혹은 11월 을 바라보고 있어요.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결정을 하면서 며칠 동안 고민이 많았어요.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면 9월 말 출시를 밀어붙일 수도 있었어요. 기능은 큰 틀에서 갖춰져 있고 UI도 다듬어놓았고결제 시스템만 붙이면 정식으로 열 수 있는 상태예요."그냥 예정대로 가면 되지 않나."이 생각을 몇 번이나 했어요.근데 매번 답이 같았어요."아직은 아니야." 이유를 정리하면 두 가지예요. 첫 번째. 테스터 피드백을 아직 충분히 못 받았어요.테스터 여정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지원해주신 분들의 목소리를 이제 막 듣기 시작.. 더보기
9월 문턱, 아침 공기가 달라지는 순간 - 계절이 반죽을 바꿔놓아요 며칠 전 새벽에 창문을 열었어요.몇 주 전과 다르게 공기가 살짝 서늘해요. 아직 낮에는 30도 가까이 올라가지만새벽 5시의 공기는 분명히 8월과 달라요.이럴 때 저는 반죽을 마주하면 살짝 긴장돼요.계절이 바뀌면 반죽도 함께 바뀌거든요. 여름 내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반죽을 만들었어요.밤새 시원했던 공기 덕에 반죽 온도가 안정적이었고 발효도 예측 가능했어요.여름 새벽은 여름 반죽의 친구였어요. 근데 9월이 되면 새벽 공기가 서서히 달라져요.25도였던 새벽이 22도가 되고,어느 날 아침엔 20도까지 떨어져요.이 3~5도 차이가 반죽에겐 큰 변화예요. 같은 레시피로 반죽을 만들었는데어제와 다른 결과가 나와요.여름 내내 65% 가수율로 잘 되던 반죽이 9월 되면 살짝 되직해져요. 밀가루도 공기 중 습도를 덜.. 더보기
믹서의 차이 - 손·핸드믹서·스탠드·스파이럴이 만드는 반죽의 차이 빵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신 분들이가장 많이 하시는 질문이 있어요. "저도 스탠드 믹서 사야 할까요?""손반죽이랑 뭐가 달라요?""스파이럴 믹서는 뭔가요?" 저도 처음에 이 질문 앞에서 오래 헤맸어요.돈을 얼마나 쓰면 얼마나 다른 빵이 나오는지 감이 안 왔거든요.오늘은 이 네 가지 도구를 R&D 관점에서 정리해 드릴게요. 1. 손반죽 (Hand Kneading)가장 원시적이면서 가장 정직한 방법.두 손으로 반죽을 접고, 늘리고, 치대는 방식이에요.시간: 15~20분장점: 반죽 상태를 손으로 직접 느낌단점: 힘들고 오래 걸림마찰열: 낮음 (1~2도)손반죽의 진짜 가치는 반죽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에요.처음엔 끈적이던 반죽이 어느 순간 갑자기 매끄러워지는 그 순간.이 감각은 손반죽에서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