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배우다 썸네일형 리스트형 발효의 향기를 처음 맡던 날 - 빵이 살아난다는 것의 의미 처음 반죽을 만들어 놓고기다리던 그날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밀가루와 물,소금, 그리고 작은 발효종을 섞어 놓고덮개를 덮었을 때는솔직히 아무런 기대도 없었어요. 그저‘과연 이게 빵이 될까?’하는 의문뿐이었죠.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 덮개를 살짝 걷는 순간,작은 기적이 제 눈앞에 펼쳐졌습니다.차분히 잠들어 있던 반죽이서서히 숨을 쉬고 있었어요. 작은 기포들이 보글보글 올라와 표면을 간질이고,손끝으로 만져보니이전보다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느낌이 전해졌습니다. 그 순간,반죽이 단순한 밀가루 덩어리가 아니라시간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졌습니다. 발효에서 나는 향은 참 묘합니다.처음에는 새콤하고 낯선 냄새에 고개를 갸웃했지만,곧 고소한 곡물 냄새와 어우러지며마치 오랜 친구처럼 따뜻하게 다.. 더보기 시간과 손길이 만든 결, 크루아상 이야기 크루아상을 처음 반죽했을 때를잊을 수 없습니다.버터와 반죽을 여러 번 접어 올리며,그 속에 층층이 시간이 쌓여가는 것을 보았지요. 손끝은 힘들었지만,밀대에 눌리고 펴지는 반죽은마치 작은 숨결을 품은 듯 살아 움직였습니다. 크루아상은 단순히 빵이 아닙니다.반죽과 버터를 반복해 접는 라미네이팅 과정은마치 한 장 한 장 이야기를 쓰는 것과도 같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차가운 휴식 시간을 주어야만,결이 고운 층들이 살아납니다.그 기다림이 없으면크루아상은 결코 바삭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낼 수 없습니다. 구워진 크루아상을 오븐에서 꺼낼 때면,바삭한 결이 반짝이며 햇살을 머금은 듯 빛납니다.한 입 베어 물면,겹겹이 쌓인 시간과 정성이 입안에서 무너져 내리고,고소한 버터 향이 퍼집니다. 그 순간 깨닫게 됩니다.빵은.. 더보기 작은 실패가 알려주는 큰 배움 빵을 배우다 보면,누구나 한 번쯤은 실패를 겪습니다.발효가 덜 되어 딱딱해진 반죽,오븐에서 너무 오래 구워 타버린 빵,혹은 레시피대로 했는데도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을 때.저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습니다.첫 수업에서 바게트를 만들었을 때였죠.반죽도 나름 매끈하게 된 것 같아 뿌듯했는데,오븐에서 꺼내보니 기대했던 바삭함은커녕무겁고 질긴 바게트가 되어 있었습니다. 속이 차갑게 식은 듯 촉촉하지도 않았고, 맛은 그저 밍밍했습니다.그날 저는 ‘빵 굽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구나’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그 실패들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왜 나는 이렇게 서툴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습니다.실패는 단순히 결과가 아니라 과정 속의 선.. 더보기 빵을 배우는 순간, 기술보다 마음이 먼저 빵을 배우다 보면늘 놀라운 사실을 하나씩 하나씩 깨닫습니다. 기술은 책에서 배울 수 있고,손의 감각은 시간이 쌓이며 익숙해지지만,결국빵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이 가장 먼저 자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처음 빵을 배우러 갔을 때저는 오븐의 불 조절이나 발효 시간 같은기술적인 부분이제일 중요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빵은 정직합니다. 대충 한 건 대충 드러나고, 정성껏 한 건 정성대로 보여줘요.” 그 말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었습니다. 밀가루와 물,소금, 이스트 혹은 발효종이 단순한 재료들이 만나 빵이 되기까지는, 사람의 마음과 태도가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반죽을 대하는 손길이 거칠면 빵도 거칠어지고, 조급한 마음으로 시간을 줄이면 맛도 얕아집니다. 반대로 차분히.. 더보기 연남동에서 배운 크로와상의 태도 - 크로와상랩 방문기 며칠 전,연남동의 크로와상랩을다녀왔습니다. 이름처럼‘연구소’라는 단어가 붙은 곳이라,그들의 빵은단순한 판매용 제품이 아니라오랜 시간 실험하고다듬은 결과물처럼 느껴졌습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풍기는 버터 향, 바삭하게 겹겹이 쌓인 결, 그리고 진열대 위에서저마다의 자리를 지키는 크로와상들. 그 순간 저는 “아, 이곳은 단순히 빵을 굽는 곳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맛본 것은기본 크로와상이었지만,그 속에 담긴 건단순한 ‘버터와 밀가루의 조합’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균형’이었습니다.버터의 고소함이 과하지 않게,결의 바삭함과 속의 부드러움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맛.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연습과 연구의 결과물일 겁니다. 담다브레드를 준비하는 입장에서이.. 더보기 빵을 배우는 길,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 처음빵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저는 늘 마음이 급했습니다. ‘빵을 빨리 잘 만들어야지.’‘사람들에게 금방 보여줄 수 있어야지.’ 이런 생각으로반죽을 서두르고,발효 시간을 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결과는 언제나 부족했지요.덜 익은 속살,금세 굳어버리는 식감,무너져버린 모양새. 결국,조급했던 마음이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한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빵은 네 속도를 따라가지 않아. 네가 빵의 속도를 따라가야지.” 그 한마디가제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빵을 배우는 길은누구와 경쟁할 필요가 없는 길입니다.누군가는 빠르게 새로운 레시피를 익히고,멋진 모양의 빵을뚝딱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저에게는 제가 걷는 속도가 있습니다.반죽을 느끼는손끝의 감각, 발효를 기다리며배워가는.. 더보기 도구 욕심과 현실 차이 빵을 배우기 시작하면누구나 한 번쯤‘도구 욕심’이라는벽에 부딪힙니다. 처음에는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만 있으면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유튜브 영상 속 반짝이는반죽기와 전문 제빵사들의 손에 들린 도구들이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저 도구만 있으면 나도 저렇게 멋진 빵을 만들 수 있을 텐데…" 라는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반죽기 하나로 시작해보려다,어느새 계량저울을 0.1g 단위까지 잴 수 있는정밀한 제품으로 바꾸고,다양한 크기의 발효 바구니와 스크래퍼, 쿠키 틀, 온도계까지… 작은 주방 한쪽이 도구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그 많은 도구 중 실제로 손이 가는 건몇 가지뿐이었습니다. 빵을 배우면서 깨달은 건,도구는 어디까지나 .. 더보기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 수많은 수업이 있었지만,지금도 유난히 선명하게 기억나는 날이 있어요. 그날은 유독 반죽이 잘 안 되는 날이었어요.밀가루는 날씨에 따라 기분이 바뀐다더니,정말 말 그대로 ‘틀어져버린 하루’였죠.당황한 표정이 티가 났는지,선생님께서 조용히 다가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반죽이 네 마음처럼 안 풀릴 땐,그저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봐.반죽도 사람도, 너무 몰아세우면 더 굳어버려.” 그 말 한마디에 얼굴이 뜨거워졌어요.그때 깨달았어요. 빵을 배우는 이 길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나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이라는 걸요. 그날 수업은 기술보다도 마음을 배운 날이었어요.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단, 실패를 받아들이는 법. 완벽함보다는 진심을 담는 태도.그 이후부터였던 것 같아요.‘어떻게 만들까’보다 ‘어떤 마음으로 만..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