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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배우다

기다려야 맛이 완성되는 빵들 - 숙성과 시간의 역할 빵은 오븐에서 나오면 끝일 것 같지만,사실 어떤 빵들은그때부터 비로소 시작됩니다. 막 구워졌을 때보다하루, 이틀이 지나며맛이 더 깊어지는 빵들.그 빵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 슈톨렌이 그렇습니다.갓 구웠을 때보다며칠의 시간이 지나야버터와 과일, 견과의 맛이서로 어울리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각자의 존재감이 분명하지만시간이 흐르면서서로를 밀어내지 않고천천히 자리를 내어주죠. 그래서 슈톨렌은기다릴 줄 아는 사람에게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빵입니다. 천연발효 빵도 비슷합니다.빠르게 부풀릴 수는 있지만담다브레드는굳이 서두르지 않으려 합니다. 발효종이 스스로 움직일 시간을 주고,반죽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립니다.그 시간 동안맛은 부드러워지고,산미는 정돈되며,속은 더 편안해집.. 더보기
겨울에만 굽는 이유 - 슈톨렌이 기다림을 닮은 빵인 까닭 슈톨렌은 언제든 만들 수 있는 빵입니다.재료도, 레시피도 사계절 내내 크게 다르지 않죠.그런데도 이 빵은늘 겨울이 와야만 생각납니다. 담다브레드가 슈톨렌을겨울에만 굽고 싶은 이유도바로 그 지점에 있습니다. 슈톨렌은굽는 순간보다기다리는 시간이 더 긴 빵입니다. 오븐에서 나왔다고 해서곧바로 먹기 좋은 상태가 되지 않아요.버터가 스며들고,과일과 견과의 향이 어우러지고,며칠의 시간이 지나야비로소 이 빵의 표정이 완성됩니다. 그래서 슈톨렌은만드는 사람에게도, 먹는 사람에게도‘조금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을 요구합니다. 겨울이라는 계절도 닮아 있습니다.날은 짧고,무엇이든 천천히 움직이는 계절.서두르기보다조금 더 머무르게 되는 시간. 슈톨렌은 그런 겨울에 가장 잘 어울립니다.따뜻한 차 옆에서얇게 썰어 한 조각씩.. 더보기
레시피를 그대로 만들지 않는 이유 - 기준은 있지만 답은 없는 빵 처음 빵을 배울 때는레시피가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중량, 온도, 시간까지정확히 지키면 같은 빵이 나올 거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빵을 만들수록그 믿음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레시피로 만든 빵인데도어떤 날은 반죽이 지나치게 부드럽고,어떤 날은 유난히 단단했습니다. 분명 틀린 게 없는데결과는 늘 달랐어요.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레시피는 ‘정답’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걸요. 담다브레드에는지키는 기준은 있습니다.재료를 대하는 태도,과하지 않게 만드는 방향,몸에 부담을 남기지 않는 선택들. 하지만 그 기준 안에서모든 빵을 똑같이 만들지는 않아요. 오늘의 날씨,반죽의 상태,오븐의 열,그리고 만드는 사람의 컨디션까지—그날의 빵은 그날의 조건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담다브레드.. 더보기
다른 제과점에서 배운 한 가지 태도 - 나폴레옹 제과점에서 느낀 ‘흔들리지 않는 중심’ 오래된 제과점을 떠올리면먼저 기술이나 레시피를 생각하게 된다.하지만 나폴레옹 제과점에 다녀온 날,내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은 건의외로 기술이 아닌 태도였다.화려하지도,요즘 유행을 좇지도 않는데공간 전체에는 묘하게 단단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바쁘지만 급하지 않은 손길 매장은 분명 바빴다.사람도 많고, 빵도 끊임없이 나가는데손놀림은 급하지 않았다.진열을 정리하는 손,빵을 담아내는 동작,계산대 앞의 짧은 응대까지도모두가 정해진 속도를 가지고 있었다.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서두르지 않는다는 건자신의 리듬을 알고 있다는 뜻이구나.’ 오래 가는 곳의 공통점 나폴레옹 제과점의 빵은요란하지 않아다.자극적인 설명도, 과한 장식도 없었다.하지만 그 자리에오래 머물러 왔다는 사실 자체가이미 많은 걸 말해주고 있었다... 더보기
빵을 계속 배우는 이유 - 아직 다 알지 못했기 때문에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이미 많은 것을 배웠는데,왜 나는 아직도 빵을 배우고 있을까. 레시피는 손에 익었고반죽의 흐름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되었는데여전히 수업을 듣고,노트를 적고,다른 사람의 손길을 유심히 바라본다.그 이유는 단순하다.아직 다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빵은 한 번 배웠다고 끝나는 대상이 아니었다.같은 밀가루, 같은 물, 같은 발효종을 써도날씨가 바뀌면 결과가 달라지고손의 온도가 달라지면 반죽의 성격도 변한다.어제 잘 되던 것이 오늘은 말썽을 부리고실패라고 생각했던 반죽이다음 날 더 나은 빵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배움은 멈추지 않는다.기술을 더 쌓기 위해서라기보다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다.빵을 만들수록 확신보다는 질문이 늘어난다.“왜 오늘은 이럴까?”“이 반죽은 무엇을 원하.. 더보기
실패 노트 한 페이지 - 아직 공개하고 싶지 않았던 기록들 노트 한쪽에적혀 있는 글씨는 대부분 작다.잘된 날의 기록보다,잘 안 된 날의 기록이 더 많기 때문이다.반죽이 무너졌던 날,발효가 과했던 날,오븐에서 꺼내자마자 마음이 먼저 내려앉았던 날들.그런 날의 기록은 이상하게도 더 조심스럽게 적게 된다. 어느 날은반죽이 유난히 질었다.레시피는 분명 같았고,손의 감각도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반죽은 끝내 원하는 탄력을 찾지 못했다.‘오늘은 여기까지’라고 적어 내려가며그날의 온도, 습도, 반죽을 만지던 내 마음 상태까지 함께 적었다.지금 돌아보면,그날의 반죽은 실패라기보다내가 놓치고 있던 것을 조용히 알려준 신호였다. 실패한 빵은 말이 없다.다만 식어가는 표면과 기대와 다른 결이‘다음엔 다르게 해보라’는 메시지를 남길 뿐이다.그 메시지를 그냥 넘기지 않기 위해나는.. 더보기
빵을 배우러 가는 길에서 든 생각 - 배움의 끝은 언제나 다시 시작 아침 공기가 유난히 차가운 날이면,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더 또렷해진다.빵을 배우러 가는 길,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거리 위를 걸으면작은 설렘이 따라온다.오늘은 어떤 반죽을 만질까,어떤 시행착오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그리고 오늘은 어제보다 나아갈 수 있을까.이 짧은 걸음 사이에서 어김없이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배움은 끝이 아니라, 항상 다시 시작이구나.’ 처음 제빵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나는 어느 정도의 지식과 기술이 쌓이면‘이제 됐다’라는 순간이 올 줄 알았다.그런데 배우면 배울수록그 끝이라고 여겼던 지점이 점점 더 멀어졌다.온도, 시간, 습도, 밀가루의 성질, 손의 감각…하나를 이해하면 또 다른 질문이 생기고,한 번의 성공 뒤에는 새로운 실패가 따라왔다.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과정이 지치기보다는 .. 더보기
작은 도구 하나가 바꾼 작업대의 풍경 - 디테일이 만드는 차이 제빵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나는 “기술”과 “시간”이 가장 중요한 줄 알았다.반죽을 잘하고, 발효를 잘 맞추고,굽기만 제대로 하면 되는 줄 알았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작은 요소들이오히려 빵의 완성도를 크게 바꾼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시작은 작은 도구 하나였다. 어느 날,선생님이 작업대 위에 조용히 올려둔 하나의 스크래퍼.이미 집에도 있는 평범한 도구였지만,손에 쥐는 순간 느낌이 달랐다.두께가 조금 다르고,가장자리가 더 부드럽게 처리되어 있을 뿐인데반죽을 긁어낼 때 잡아당김이 거의 없었고,작업대에 남는 잔여물도 깔끔하게 정리됐다. 그때 알았다.도구는 단순히 ‘편하게 하려고’ 쓰는 게 아니라손이 원하는 움직임을 정확하게 돕는 존재라는 걸. 이후로도 변화는 계속 이어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