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굽다 보면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오븐에서 막 나온 빵을 바라볼 때가 아닙니다.
저에게 진짜 특별한 순간은
그 빵에 손길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는 때입니다.
빵은 기계가 찍어내는 모양이 아닙니다.
반죽을 접고, 모양을 잡고, 칼집을 내는 과정마다 사람의 호흡이 들어갑니다.
칼집 하나의 깊이, 손끝의 힘, 반죽을 다루는 속도까지~
그 모든 차이가 결국 빵 위에 흔적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같은 레시피라도,
같은 오븐이라도,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의 빵이 태어나는 것이지요.
제가 처음 바게트를 구웠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조심스럽게 칼집을 내며 “제발 잘 터져라” 하고 기도하던 마음,
그 떨림이 그대로 빵 위의 결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빵을 건네받은 누군가가 “따뜻하다”라고 말해주었을 때,
단순한 맛 이상의 무언가가 전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빵 위에 남겨진 손길은
곧 만드는 사람의 마음입니다.
정성스럽게 접은 반죽은 차분함을,
힘주어 잡은 모양은 단단한 의지를,
그리고 조심스레 올린 장식은
작은 배려를 말해줍니다.
빵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전해지는 위로와 따뜻함은
결국 이 손길에서 비롯됩니다.
담다브레드가 지향하는 것도 이 부분입니다.
완벽하게 똑같은 모양의 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전해지는 빵을 굽는 것.
손길이 느껴지는 빵 한 조각은,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빵은 그저 음식이 아니라,
작은 위로와 진심을 담아 건네는 편지와도 같습니다.
그리고 그 편지에는 언제나, 굽는 이의 손길이 남아 있습니다.
빵을굽는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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