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단순히 밀가루와 물, 이스트로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빵 속에는
늘 시간과 계절이 함께 들어갑니다.
담다브레드는 빵 한 조각에도
지금 이 순간의 계절이 묻어나기를 바랍니다.
봄의 빵은
연두빛 설렘을 닮았습니다.
막 움트는 새싹처럼 가볍고 산뜻한 재료가 어울립니다.
쑥이나 딸기, 혹은 은은한 허브를 넣어 만든 빵은
갓 피어난 꽃 향기처럼 입안에서 번집니다.
첫 한 입이 주는 가벼움은,
마치 긴 겨울 끝에 만난 햇살 같은 따뜻한 위로가 됩니다.
여름의 빵은
조금 더 활기차고 강렬합니다.
햇빛을 머금은 옥수수나 달콤한 블루베리,
상큼한 레몬이 제철의 선물로 반죽에 스며듭니다.
더위 속에서 쉽게 지치던 몸도,
이런 상큼한 빵을 한 조각 베어 물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여름의 빵은 그래서 ‘휴식 같은 활력’을 담고 있습니다.
가을의 빵은
가장 풍성합니다.
곡식이 익어가고, 들판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계절.
고소한 견과류, 달콤한 고구마, 단호박이 어우러진 빵은
그 자체로 가을의 따뜻한 포근함을 닮았습니다.
바삭한 껍질 속에 고소한 향이
가득 담긴 바게트 한 조각은,
선선한 바람과 함께 차분한 사색을 불러옵니다.
겨울의 빵은
무엇보다 깊고 진합니다.
추운 계절일수록 빵은 따뜻함을 품어야 합니다.
천천히 발효된 사워도우, 달콤한 건과일이 들어간 파네토네,
혹은 짙은 풍미의 호밀빵.
모두 겨울 저녁의 고요함과 잘 어울립니다.
따뜻한 차와 곁들여 먹는 순간,
단순한 빵이 아니라 계절의 온기를 나누는 시간이 됩니다.
이렇게 네 계절의 빵은
서로 다른 색과 향, 맛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들과 나누며 더 빛난다는 것입니다.
봄에는 가볍게 친구들과,
여름에는 피크닉 바구니에 담아,
가을에는 가족과 저녁 식탁에서,
겨울에는 오랜만에 모인 이웃과 함께. 계절은 흘러가도,
그 안에서 함께한 빵의 기억은 오래 남습니다.
담다브레드가 만들고 싶은 빵도 바로 이런 빵입니다.
그 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순간을 담아,
한 조각의 빵으로 사람들에게 건네는 것. 그
래서 담다브레드는 빵을 굽는 일이 곧 계절을 굽는 일이라 믿습니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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