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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다브레드 이야기

“추석 이후의 식탁” - 가족, 그리고 나눔의 온기

 

명절이 지나고 나면,

집 안은 한결 조용해진다.
북적이던 식탁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남은 전과 과일, 송편 몇 개가

명절의 흔적처럼 남아 있다.

하지만 그 잔잔한 풍경 속에서

나는 늘 ‘빵 굽는 마음’을 떠올린다.

 

빵을 굽는다는 건

어쩌면 명절의 마음을 일상으로 이어가는 일이다.
누군가를 위해 준비하고,

기다리고, 나누는 그 과정 자체가
가족의 식탁과 닮아 있다.
오븐 속에서

부풀어 오르는 반죽을 바라보는 시간은
솥 위에서 보글보글 끓던 명절 음식의 냄새와 겹쳐진다.

 


 

 

추석이 지나면,

나는 남은 재료로 새로운 빵을 구워본다.
밤, 단호박, 무화과, 쌀가루 같은 재료들.
계절의 풍성함이

남긴 흔적들을 버리지 않고,
다시 새로운 맛으로

이어가는 그 시간은
마치 식탁 위의 온기를 다시 살려내는 일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빵은,

끝이 아닌 이어짐의 음식일지도 모른다.
다 먹고 나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따뜻한 향과 나눔의 기억이 오래도록 머문다.
한 조각의 빵이

남은 사람에게 미소를 남기고,
그 미소가 다시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하게 만든다.

 


 

담다브레드가

지향하는 빵의 철학도 그렇다.
크게 과시하지 않아도 좋다.
누군가의 식탁 한켠에 놓여,
조용히 마음을 따뜻하게 덮어주는 그런 빵이면 충분하다.
나눔은 거창한 행위가 아니라,
하루를 함께 나누는 마음의 모양이니까.

 

오늘도

나는 작은 식탁 위에 빵 한 덩이를 올려놓는다.
차 한 잔을 옆에 두고,
누군가에게 따뜻한 안부를 건네듯 천천히 나눈다.
추석이 끝나도,

그 온기는 계속된다.
빵이 식탁 위에서 전하는 가장 부드러운 나눔처럼.

 

 

빵을굽는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