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죽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손이 멈춘다.
처음에는
단지 팔이 아파서 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그 멈춤의 시간,
바로 그때 빵이 숨을 쉬기 시작한다는 것을.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쉬어가기’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치대고, 당기고, 접어 올리며 긴장했던 반죽 속에
온기가 스며들고,
밀가루와 물, 소금, 효모가
서로를 알아가는 순간이기도 하다.
사람의 손이 멈추면,
반죽은 스스로의 리듬으로 움직인다.
그 고요한 시간 속에서
반죽은 자신만의 결을 만들고, 또 단단해진다.
이 시간을 무시하고 서두르면,
겉은 그럴듯해도
속은 허무한 빵이 된다.
빵뿐만 아니라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쉬어야 다시 단단해지고,
잠시 멈춰야 다음 걸음을 내디딜 힘이 생긴다.
나는 오븐 옆에서 그 사실을 자주 떠올린다.
열기와 소음 속에서도 반죽을 쉬게 해주는 시간,
그건 나에게도 숨을 고르는 순간이 된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반죽의 부드러움이
어제보다 조금 더 유연해졌을 때,
그건 멈춤이 만들어낸 결과다.
빵은 기다림의 예술이고,
기다림은 결국 멈춤을 품은 시간이다.
담다브레드가 추구하는 빵의 리듬도 마찬가지다.
빨리 부풀지 않아도 좋다.
천천히,
스스로의 호흡으로 자라나면 된다.
우리가 만드는 빵에는
그 멈춤의 흔적이 있다.
잠시의 고요 속에서 익어가는 시간,
그 속에 담긴 온도와 마음이
빵의 맛을 완성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반죽을 덮은 천을 조심스레 씌우며 이렇게 중얼거린다.
“쉬어가도 괜찮아. 그 시간도 빵의 일부니까.”
빵을굽는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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