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도구 욕심과 현실 차이 빵을 배우기 시작하면누구나 한 번쯤‘도구 욕심’이라는벽에 부딪힙니다. 처음에는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만 있으면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유튜브 영상 속 반짝이는반죽기와 전문 제빵사들의 손에 들린 도구들이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저 도구만 있으면 나도 저렇게 멋진 빵을 만들 수 있을 텐데…" 라는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반죽기 하나로 시작해보려다,어느새 계량저울을 0.1g 단위까지 잴 수 있는정밀한 제품으로 바꾸고,다양한 크기의 발효 바구니와 스크래퍼, 쿠키 틀, 온도계까지… 작은 주방 한쪽이 도구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그 많은 도구 중 실제로 손이 가는 건몇 가지뿐이었습니다. 빵을 배우면서 깨달은 건,도구는 어디까지나 .. 더보기
작은 빵집의 장점이란… 큰 제과점이나 프랜차이즈 빵집에 들어서면,늘 풍성한 진열대와 눈길을 사로잡는다양한 제품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택의 폭도 넓고,규모가 크다 보니 편리함이 있다는장점도 분명합니다. 하지만저는 오히려작은 빵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힘이있다고 생각합니다.작은 빵집은매일 똑같은 모습으로빵을 내놓을 수 없습니다. 반죽의 상태, 날씨, 온도와 습도에 따라조금씩 달라지고,그 차이를 세심히 살피는 눈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작은 빵집의 빵은늘 "오늘의 맛"을 가집니다. 어제와 똑같을 수는 없지만,그만큼 오늘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또한작은 빵집에서는고객과의 거리가 멀지 않습니다. 어떤 빵을 좋아하는지,어떤 부분을 더 원하는지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손님 한 분, 한 분을 떠올리며반죽을 하.. 더보기
소금, 빵의 숨은 조연 빵을 만들 때,소금은 늘 조용히 무대 뒤에 서 있습니다. 밀가루, 물, 이스트처럼 눈에 띄는 주연은 아니지만,그 작은 존재가 없으면빵은 결코 제 맛을 낼 수 없습니다. 소금은빵의 맛을 정리하는 조율자입니다. 단순히 짠맛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밀가루와 발효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단맛과곡물의 고소함을 선명하게 드러내죠.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음을 맞추는 지휘자처럼다른 재료들이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또한 소금은빵의 구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글루텐 형성을 도와반죽이 더 단단하고 탄력 있게 자라도록 하며,발효 속도를 조절해 풍미가 깊어질 시간을 벌어줍니다. 만약소금이 없다면,반죽은 쉽게 퍼지고맛은 평평해져버립니다. 빵을 굽다 보면,소금이 ‘적당히’ 들어간다는 것이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 더보기
두 번째 발효의 마법, 기다림이 주는 맛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두 번째 발효’ 는 마치 무대에 오르기 전,깊게 숨을 고르는 순간과도 같아요 1차 발효를 통해이미 반죽은 생명을 얻었지만,이 마지막 발효 시간을 거치면서비로소 빵으로서의 성격과 매력을 완성하게 됩니다. 두 번째 발효 시간은짧게는 20분, 길게는 한 시간 이상.이 순간의 온도와 습도는 무척 중요합니다. 너무 빠르면깊은 향을 품지 못하고,너무 느리면힘이 빠져 오븐 속에서 제 모습을 펼치지 못하죠. 그래서 이때는아기에게 포근한 이불을 덮어주듯세심하게 환경을 챙겨줍니다.저는 이 시간을 ‘기다림의 미학’이라 부릅니다. 반죽을 만지지 않고,다만 지켜보는 시간.미세하게 부풀어 오르는 표면,점점 은은해지는 발효향,손끝으로 눌렀을 때 느껴지는 부드러운 탄성.그 모든 변화가작은 기적처럼 다.. 더보기
빵을 기록하는 이유 빵을 굽는다는 건 단순히‘레시피를 재현하는 과정’이 아니예요같은 밀가루, 같은 물, 같은 이스트를 써도결과는 매번 달라집니다. 그날의 온도, 습도, 반죽의 힘, 발효의 길이, 오븐 내부의 공기 흐름…눈에 잘 보이지 않는 수많은 변수가빵의 결을 만들죠.저는 그래서 매번 굽고 난 뒤반드시 기록을 남기는 습관이 생겼어요 날짜와 날씨, 반죽의 온도, 수분율,1차 발효와 2차 발효의 시간, 반죽을 손끝으로 눌렀을 때의 탄성,그리고 오븐에 넣기 전 빵이 보여주는‘숨 쉬는 듯한’ 표정까지. 마지막으로꺼냈을 때의 향, 크러스트의 색, 크럼의 질감까지 적어 둡니다. 이렇게 꼼꼼히 적다 보면,단순한 ‘조리의 메모’가 아니라한 권의 빵 일기가 되어갑니다. 성공적인 빵은다음에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아쉬운 빵은원인을 찾.. 더보기
돌판 오븐이 주는 차이 처음 돌판 오븐을 마주했을 때,무언가 단단하고 믿음직스러운 느낌이 들었어요.화려하진 않지만, 오래도록 제 자리를 지켜온 듯한 온기.그건 마치, 묵묵하게 일하는 장인의 손 같았죠. 일반 오븐과는 달리,돌판 오븐은 빵을 직접적인 열기가 아닌바닥에서 올라오는 열로 전체적으로 고루고루 익혀줍니다. 빵이 굽히는 동안,반죽과 돌 사이에 오가는 따뜻한 대화처럼~천천히, 깊게, 그리고 부드럽게… 온도보다 ‘전해지는 열’이 중요한 순간일반 오븐에서는 금세 겉이 익고 속은 덜 익는 경우가 있어요.하지만 돌판 오븐은 달라요. 안에서부터 익어가는 느낌,마치 마음 깊은 곳부터 차오르는 따뜻함처럼요.반죽이 바닥에 닿는 순간,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돌에 기대고,그 짧은 찰나에 빵은 자신만의 숨결을 품기 시작합니다. 더 바삭하게.. 더보기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 수많은 수업이 있었지만,지금도 유난히 선명하게 기억나는 날이 있어요. 그날은 유독 반죽이 잘 안 되는 날이었어요.밀가루는 날씨에 따라 기분이 바뀐다더니,정말 말 그대로 ‘틀어져버린 하루’였죠.당황한 표정이 티가 났는지,선생님께서 조용히 다가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반죽이 네 마음처럼 안 풀릴 땐,그저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봐.반죽도 사람도, 너무 몰아세우면 더 굳어버려.” 그 말 한마디에 얼굴이 뜨거워졌어요.그때 깨달았어요. 빵을 배우는 이 길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나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이라는 걸요. 그날 수업은 기술보다도 마음을 배운 날이었어요.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단, 실패를 받아들이는 법. 완벽함보다는 진심을 담는 태도.그 이후부터였던 것 같아요.‘어떻게 만들까’보다 ‘어떤 마음으로 만.. 더보기
[담다브레드]빵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누군가에게 빵은 단순한 음식일 수 있습니다.하지만 저에게 빵은 조금 다릅니다.반죽을 하고, 굽고, 포장하는 모든 과정 속엔늘 전하고 싶은 말이 담겨 있어요. “괜찮아요.”“오늘도 수고 많았어요.”“잘 먹고 잘 쉬어요.” 말로 꺼내지 못하는 마음을저는 빵에 담아 건네고 싶었어요. 저는 빵이, 위로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마음을 녹이고, 허기를 채우고,어느새 작은 기쁨이 되어주는 것.그게 빵의 힘이라고 생각해요.그래서 담다브레드는늘 부드러운 맛보다 든든한 마음을,달콤함보단 편안함을,보여주기 위한 것보다 진짜를 담은 빵을 만들고 싶었어요. 어느 날, 고요한 아침에 빵을 굽고 있을 때였어요.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내가 굽는 이 빵 한 조각이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 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