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굽는다는 건 단순히
‘레시피를 재현하는 과정’이 아니예요
같은 밀가루, 같은 물, 같은 이스트를 써도
결과는 매번 달라집니다.
그날의 온도, 습도, 반죽의 힘, 발효의 길이, 오븐 내부의 공기 흐름…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수많은 변수가
빵의 결을 만들죠.
저는 그래서 매번 굽고 난 뒤
반드시 기록을 남기는 습관이 생겼어요
날짜와 날씨, 반죽의 온도, 수분율,
1차 발효와 2차 발효의 시간, 반죽을 손끝으로 눌렀을 때의 탄성,
그리고 오븐에 넣기 전 빵이 보여주는
‘숨 쉬는 듯한’ 표정까지.
마지막으로
꺼냈을 때의 향, 크러스트의 색, 크럼의 질감까지 적어 둡니다.
이렇게 꼼꼼히 적다 보면,
단순한 ‘조리의 메모’가 아니라
한 권의 빵 일기가 되어갑니다.
성공적인 빵은
다음에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
아쉬운 빵은
원인을 찾아 다음엔 더 나아지기 위해.
그 과정에서 저는 제 손과 오븐이 만들어내는
‘담다브레드만의 패턴’을 발견하게 되요
기록은 또 다른 의미로도 소중합니다.
다시 꺼내 읽을 때면,
그날 빵과 함께했던 제 마음과 상황까지 떠오르거든요.
새벽에 반죽을 치대던 고요한 시간,
발효 중 부엌 가득 퍼지던 미묘한 향기,
오븐 속에서 점점 부풀어 오르던 장면들.
그 모든 순간이 글과 사진 속에 고스란히 살아 있습니다.
언젠가 담다브레드가 제 공간을 갖게 된다면,
이 기록들은
단순한 레시피북을 넘어
‘빵으로 살아온 시간의 연대기’가 될 것입니다.
빵은 입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기록으로도 오래오래 음미할 수 있다는 걸 저는 매번 느낍니다.
그리고
그 기록들이 쌓일수록,
제 빵은 조금 더 저다운 맛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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