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두 번째 발효’ 는
마치 무대에 오르기 전,
깊게 숨을 고르는 순간과도 같아요
1차 발효를 통해
이미 반죽은 생명을 얻었지만,
이 마지막 발효 시간을 거치면서
비로소 빵으로서의
성격과 매력을 완성하게 됩니다.
두 번째 발효 시간은
짧게는 20분, 길게는 한 시간 이상.
이 순간의 온도와 습도는 무척 중요합니다.
너무 빠르면
깊은 향을 품지 못하고,
너무 느리면
힘이 빠져 오븐 속에서 제 모습을 펼치지 못하죠.
그래서 이때는
아기에게 포근한 이불을 덮어주듯
세심하게 환경을 챙겨줍니다.
저는 이 시간을 ‘기다림의 미학’이라 부릅니다.
반죽을 만지지 않고,
다만 지켜보는 시간.
미세하게 부풀어 오르는 표면,
점점 은은해지는 발효향,
손끝으로 눌렀을 때 느껴지는 부드러운 탄성.
그 모든 변화가
작은 기적처럼 다가옵니다.
기다림이 끝나면,
오븐 속에서 반죽은
단단한 껍질과 촉촉한 속살을 가진 빵으로 거듭납니다.
두 번째 발효가 남긴 것은
단순한 부피가 아니라,
부드러운 식감, 깊이 있는 향,
그리고 오래도록 남는 맛입니다.
빵은
기다림 속에서 완성이 되는거죠
그리고
그 기다림을 사랑하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빵을 만드는 사람’이 됩니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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