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수업이 있었지만,
지금도 유난히 선명하게 기억나는 날이 있어요.
그날은 유독 반죽이 잘 안 되는 날이었어요.
밀가루는 날씨에 따라 기분이 바뀐다더니,
정말 말 그대로 ‘틀어져버린 하루’였죠.
당황한 표정이 티가 났는지,
선생님께서 조용히 다가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반죽이 네 마음처럼 안 풀릴 땐,
그저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봐.
반죽도 사람도, 너무 몰아세우면 더 굳어버려.”
그 말 한마디에 얼굴이 뜨거워졌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빵을 배우는 이 길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나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이라는 걸요.
그날 수업은 기술보다도 마음을 배운 날이었어요.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단, 실패를 받아들이는 법.
완벽함보다는 진심을 담는 태도.
그 이후부터였던 것 같아요.
‘어떻게 만들까’보다 ‘어떤 마음으로 만들까’를 더 자주 생각하게 된 건.
수업이 끝난 후,
구워낸 빵 하나를 반으로 잘라 나눠 먹던 그 순간.
따뜻한 빵 속에서
조금은 단단해진 제 마음도 함께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날의 실패와 그날의 따뜻함은
지금의 담다브레드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어요.
빵은 결국 마음이라고,
그 수업은 제게 그렇게 가르쳐줬습니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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