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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패가 알려주는 큰 배움 빵을 배우다 보면,누구나 한 번쯤은 실패를 겪습니다.발효가 덜 되어 딱딱해진 반죽,오븐에서 너무 오래 구워 타버린 빵,혹은 레시피대로 했는데도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을 때.저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습니다.첫 수업에서 바게트를 만들었을 때였죠.반죽도 나름 매끈하게 된 것 같아 뿌듯했는데,오븐에서 꺼내보니 기대했던 바삭함은커녕무겁고 질긴 바게트가 되어 있었습니다. 속이 차갑게 식은 듯 촉촉하지도 않았고, 맛은 그저 밍밍했습니다.그날 저는 ‘빵 굽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구나’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그 실패들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왜 나는 이렇게 서툴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습니다.실패는 단순히 결과가 아니라 과정 속의 선.. 더보기
버터, 빵을 춤추게 하는 재료 - 풍미와 질감을 만드는 힘 빵을 만들 때마다늘 놀라는 재료가 있습니다.바로 버터입니다. 소금처럼 소량만 들어가도전체 맛을 좌우하는 재료가 있는가 하면,버터는 존재 자체가빵의 개성을 바꿔놓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갓 구운 크루아상을 떠올려보면,바삭하게 부서지는 결 사이로흘러나오는 은은한 버터 향이가장 먼저 다가옵니다.그 향은 단순한 맛을 넘어,먹는 사람의 기억 속에 오래 남습니다. 식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버터가 들어간 식빵은부드럽고 촉촉한 질감을 가지며,시간이 지나도 쉽게 푸석해지지 않습니다. 바로 이 차이가,버터가 빵 속에서 맡고 있는 특별한 역할을 보여줍니다.버터는단순히 기름진 맛을 내는 것이 아니라,빵의 질감을 조율하고 풍미를 입히는 지휘자와 같습니다. 버터가 충분히 들어간 반죽은부드럽게 늘어지고,오븐 속에서 구워지.. 더보기
빵을 배우는 순간, 기술보다 마음이 먼저 빵을 배우다 보면늘 놀라운 사실을 하나씩 하나씩 깨닫습니다. 기술은 책에서 배울 수 있고,손의 감각은 시간이 쌓이며 익숙해지지만,결국빵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이 가장 먼저 자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처음 빵을 배우러 갔을 때저는 오븐의 불 조절이나 발효 시간 같은기술적인 부분이제일 중요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빵은 정직합니다. 대충 한 건 대충 드러나고, 정성껏 한 건 정성대로 보여줘요.” 그 말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었습니다. 밀가루와 물,소금, 이스트 혹은 발효종이 단순한 재료들이 만나 빵이 되기까지는, 사람의 마음과 태도가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반죽을 대하는 손길이 거칠면 빵도 거칠어지고, 조급한 마음으로 시간을 줄이면 맛도 얕아집니다. 반대로 차분히.. 더보기
빵집은 공간이자 이야기입니다 - 담다브레드가 그리고 싶은 공간 빵집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어떤 장면이 그려지시나요?갓 구운 빵의 향이 퍼지는 따뜻한 공간,진열대 위에 가지런히 놓인 빵들,그리고 빵을 고르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하지만담다브레드가 그리고 싶은 빵집은그보다 조금 더 특별합니다. 단순히 빵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머무르고 싶고, 이야기가 피어나는 공간이 되는 것.그것이 제가 꿈꾸는 담다브레드의 모습입니다. 빵은본래 사람을 이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줄 작은 선물로,가족이 함께 나누는 식탁의 중심으로,혹은 혼자 있는 순간을 따뜻하게 지켜주는 존재로. 그래서 담다브레드의 공간은빵을 매개로 한 이야기와 온기가머무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머릿속에는 종종 이런 장면이 그려집니다.아침 일찍, 갓 구운 빵이식어가는 진열대 앞에 서서커피를 한 모금 들이킨.. 더보기
연남동에서 배운 크로와상의 태도 - 크로와상랩 방문기 며칠 전,연남동의 크로와상랩을다녀왔습니다. 이름처럼‘연구소’라는 단어가 붙은 곳이라,그들의 빵은단순한 판매용 제품이 아니라오랜 시간 실험하고다듬은 결과물처럼 느껴졌습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풍기는 버터 향, 바삭하게 겹겹이 쌓인 결, 그리고 진열대 위에서저마다의 자리를 지키는 크로와상들. 그 순간 저는 “아, 이곳은 단순히 빵을 굽는 곳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맛본 것은기본 크로와상이었지만,그 속에 담긴 건단순한 ‘버터와 밀가루의 조합’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균형’이었습니다.버터의 고소함이 과하지 않게,결의 바삭함과 속의 부드러움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맛.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연습과 연구의 결과물일 겁니다. 담다브레드를 준비하는 입장에서이.. 더보기
빵을 배우는 길,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 처음빵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저는 늘 마음이 급했습니다. ‘빵을 빨리 잘 만들어야지.’‘사람들에게 금방 보여줄 수 있어야지.’ 이런 생각으로반죽을 서두르고,발효 시간을 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결과는 언제나 부족했지요.덜 익은 속살,금세 굳어버리는 식감,무너져버린 모양새. 결국,조급했던 마음이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한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빵은 네 속도를 따라가지 않아. 네가 빵의 속도를 따라가야지.” 그 한마디가제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빵을 배우는 길은누구와 경쟁할 필요가 없는 길입니다.누군가는 빠르게 새로운 레시피를 익히고,멋진 모양의 빵을뚝딱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저에게는 제가 걷는 속도가 있습니다.반죽을 느끼는손끝의 감각, 발효를 기다리며배워가는.. 더보기
빵을 굽는 건 결국 나를 굽는 일 빵을 굽다 보면,늘 같은 레시피와 같은 손길을 따라가는데도결과는 매번 조금씩 다릅니다. 밀가루와 물, 소금, 이스트나 발효종은 같은데,오늘의 반죽은어제의 반죽과 똑같지 않습니다. 날씨의 습도, 손끝의 힘, 기다림의 시간,그리고 제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가끔은‘조금만 더 기다리면 반죽이 더 부풀 거야’라는 생각에 욕심을 내지만,결국 무너져버린 모습을 보며후회할 때도 있습니다. 반대로,서두르다 덜 익은 속살을 마주하면,조급했던 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듯 부끄러워집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깨닫습니다. 빵을 굽는 과정은단순히 제빵 기술이 아니라,지금의 나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다는 것을요. 빵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반죽은 제가 쏟아낸인내와 마음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가.. 더보기
시간이 만든 맛 빵을 굽다 보면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빵은 시간과의 대화다.” 짧게는 몇 시간,길게는 하루가 넘는발효 과정을 거치며밀가루와 물, 소금, 발효종은 서로 어울리고 섞이며새로운 맛을 만들어냅니다.그 안에는 급하게는결코 얻을 수 없는 풍미가 숨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그 말을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은 바쁘다는 이유로,발효 시간을 조금 줄여서빵을 구운 적이 있습니다. 겉모습은 그럴듯했지만,막상 잘라보니속이 덜 익은 듯 촉촉했고맛 또한 깊이가 부족했습니다. 반대로,한 번은 반죽을 발효통에 넣은 채로 깜빡 잊고긴 시간을 보내버린 적도 있습니다.‘망했다’ 싶었는데,놀랍게도그 빵은 예상치 못한 향과 풍미를 품고 있었습니다. 기다림이 만든 차이가고스란히 맛에 담긴 순간이었죠. 특히천연 발효종을 사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