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빵집은
아직 세상이 잠들어 있는 시간에
가장 먼저 깨어납니다.
거리는 고요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반죽기의 둥근 소리와 오븐의 예열되는 열기가 공기를 가득 채웁니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저는 묘한 설렘을 느낍니다.
마치 하루가 저에게
“준비됐니?”
하고 조용히 말을 거는 듯합니다.
아침의 빵집은
단순히 ‘빵을 굽는 시간’이 아닙니다.
반죽을 나누고 모양을 잡으며 하나씩 정리해 나가는 과정은
제게 작은 의식처럼 느껴집니다.
밀가루가 가득 묻은 손으로
반죽을 다루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어제의 피로나 복잡했던 생각들도 조금씩 가라앉습니다.
하루를 여는 이 시간은,
저를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돌려놓는 힘이 있습니다.
특히 오븐에서
첫 빵이 구워져 나올 때의 순간은
늘 특별합니다.
따뜻한 증기와 함께 번지는 고소한 향기.
그 향이 빵집 안 가득 퍼질 때면,
아직 열지 않은 문 밖 세상까지도
덩달아 깨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오늘도 잘 시작해 보자.”
그 향기는 제게 그런 다짐을 심어주곤 합니다.
아침 빵집의 풍경은
손님들에게도 작은 선물이 됩니다.
아직 이른 시간,
출근길에 들러 따끈한 빵을
집어 가는 분들의 얼굴에는
피곤함 대신 미소가 스칩니다.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첫 끼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가족을 위한 작은 정성이 되어
테이블 위에 놓이겠지요.
그 모습을 떠올리면,
밤새 지친 몸도 금세 힘을 얻습니다.
빵집의 아침은
그래서 ‘빵을 만드는 시간’이자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밀가루와 반죽이 채워주는 건
단순히 식탁 위의 음식이 아니라,
하루를 시작하는 기운과 따뜻함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아침마다
같은 의식을 반복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반복이 빵집을 특별하게 만들고,
저를 조금 더 단단하게 세워줍니다.
하루가 분주해지고 정신없이 흘러가기 전에,
새벽의 빵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 고요한 집중과 향기,
그것이 바로 빵집의 아침이 특별한 이유입니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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