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배우고 만들면서
가장 자주 만나는 재료는
단연 밀가루입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저 흰 가루, 반죽을 만드는 기본 재료 정도로만 여겼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작은 한 줌의 밀가루가
얼마나 큰 세상을 품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밀가루는 단순히 빵의 ‘재료’가 아니라,
빵의 성격을 결정하는 뿌리와도 같습니다.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
단어는 단순하지만
그 차이가 만들어내는 빵의 세계는 무궁무진합니다.
바게트의 바삭함,
브리오슈의 부드러움,
쿠키의 바스러짐까지
모두 밀가루에서 시작됩니다.
그 속에 들어 있는
단백질 함량, 글루텐 형성력, 제분 방식이
각각의 맛과 식감을 만들어 내지요.
어느 날 수업에서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밀가루를 알면 빵을 반쯤은 이해한 거예요.”
그 말을 들으며
한 줌의 밀가루를
손바닥에 올려본 적이 있습니다.
보드랍고 가벼운 그 가루가,
빵으로 부풀어 오를 때는
사람들을 웃게 하고,
어떤 날은 따뜻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습니다.
밀가루는 보이지 않게 농부의 땀, 땅의 기운,
그리고 제분소의 정성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손쉽게 만나는 재료이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시간이 녹아 있는 것이지요.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밀가루를 쓸 때마다 한 알 한 알이 고마워졌습니다.
담다브레드가 앞으로 구워낼
빵 역시 이런 마음을 담고 싶습니다.
평범한 밀가루 한 줌이 특별한 빵이 되는 순간,
그 안에 담긴 세상까지 함께 전해질 수 있도록.
작은 빵 한 조각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매개가 된다면
그것이 바로 제가 만들고 싶은 빵의 모습일 것입니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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