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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다브레드

천연발효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여정 처음 천연발효를 접했을 때는,그저 호기심이었습니다.‘이스트를 넣지 않아도 빵이 부풀까?’‘자연 속 미생물만으로 충분할까?’그 단순한 궁금증이저를 아주 긴 여정으로 이끌었습니다. 처음엔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하루를 꼬박 기다렸는데도기포 하나 생기지 않은 반죽,과하게 발효되어시큼해진 냄새에 결국 버려야 했던 반죽들.그런 날이 며칠, 몇 주씩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그 실패가 싫지 않았습니다.어느 날은반죽의 표면에 조그만 기포가 맺히는 걸 보고,‘아, 살아 있구나’ 하는 묘한 감동이 밀려왔죠.그때 알았습니다.천연발효는 기술이 아니라 기다림과 관찰의 예술이라는 걸요. 천연발효종은살아 있는 존재입니다.온도, 습도, 밀가루의 종류, 그리고 만드는 사람의 손끝 ~모든 것이 미세하게 영향을 주며서로의 균형.. 더보기
“화면 너머의 빵, 손끝의 온도” -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 사이에서 요즘은 무엇이든‘온라인’으로 배울 수 있다.빵을 만드는 일도 예외는 아니다.좋아하는 제빵사가 영상을 통해 반죽을 보여주고,발효의 포인트를 설명해주는 세상이다.덕분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언제든 배울 수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아무리 잘 만들어진 강의를 봐도그 반죽의 **“질감”**은 화면 너머에서 닿지 않는다.지금 이 손끝에 느껴지는 온기,살짝 늘어나는 글루텐의 탄력,그 모든 건 오프라인 수업 속에서야 비로소 배워졌다. 처음 오프라인 수업을 들었을 때,강사님의 손이 반죽을 다루는 방식이 달랐다.영상에서 보던 움직임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때로는 망설임 없이 단단했다.그 리듬을 눈앞에서 보자“아, 반죽도 사람의 마음을 닮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수업이 ‘지식’을 .. 더보기
“반죽의 실패가 알려준 것들”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 처음 반죽을 배울 때,나는 반죽이 내 마음을 그대로 비춘다고 생각했다.손끝이 망설이면 반죽도 거칠어지고,조급하면 금세 질어버리고,온도가 조금만 달라도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어느 날이었다.유난히 습한 날씨에 반죽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물을 조금 덜 넣었나 싶어 다시 조정했지만,결국 오븐 앞에 선 나는 속이 텅 빈 빵을 꺼내 들고 한참을 바라봤다.겉은 그럴듯했지만,속은 허공처럼 비어 있었다.그때의 공허함은 오래 남았다. 하지만 며칠 뒤, 선생님이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빵은 완벽하지 않아도 돼요.다만 그날의 마음이 담겼다면, 그게 이미 좋은 빵이에요.” 그 말이 내 안에서 천천히 부풀었다.나는 그제야 알았다.빵이 완벽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 속의 나를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다.. 더보기
“불과 향의 대화” - '브랑제리 가마'에서 배운 온도의 철학 빵집의 문을 열자마자느껴지는 건 단순한 구운 빵의 향이 아니었다.‘따뜻함’이라는 단어가 향으로 존재한다면, 아마 이런 냄새일 것이다.부드럽게 퍼지는 버터 향,천천히 구워지는 밀의 고소함,그리고 그 사이를 조심스레 조율하는 오븐 온도(불)의 숨결이 있었다. 브랑제리 가마의 공간은 조용했다.기계음 대신,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소리와돌 오븐이 ‘후욱’ 하고 숨을 내쉬는 듯한 온도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그곳의 장인들은 말이 적었다.대신 그들의 손끝은온도를 읽고, 색을 보고, 냄새로 시간을 맞췄다.온도계를 들고 있지 않아도그들은 “이제 됐어요” 하고 말할 줄 아는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날 나는 깨달았다.‘불’은 단순히 굽는 도구가 아니라, 빵의 성격을 완성하는 언어라는 것을.조금만 세면 표면이 타고, .. 더보기
“하루의 끝에 굽는 빵” - 고요한 시간의 위로 하루가 저물 무렵,주방 안은 고요해집니다.한동안 울리던 반죽기 소리도 멎고,따뜻한 오븐 불빛만이 벽에 그림자를 드리웁니다.모든 일이 잠시 멈춘 그 시간,저는 다시 빵을 굽습니다. 누군가는 아침을 위해 굽고,저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굽습니다.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죠.아침의 빵이 활기와 시작을 위한 것이라면,밤의 빵은 하루의 무게를 덜어내는 과정입니다. 하루 종일 손을 움직였던 그 손으로마지막 반죽을 다듬으며 생각합니다.“오늘의 나는 어떤 마음으로 빵을 만들었을까.”빵이 익어가는 냄새 속에는,기쁨도, 피로도, 작은 후회도 함께 섞여 있습니다. 그 냄새가 퍼질 때마다마음 한쪽이 조금씩 풀립니다.누군가를 위해 굽는 빵이지만,그 순간만큼은 제 자신을 위해 굽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은 그런 생각을 했습.. 더보기
“빵을 만들며 배운 균형” - 손과 마음의 무게 맞추기 빵 반죽을 하다 보면,생각보다 자주 ‘균형’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됩니다.손의 힘, 반죽의 수분,발효의 시간, 오븐의 온도.어느 한쪽으로 기울면,빵은 금세 제 기질을 드러내죠. 너무 세게 반죽하면 질겨지고,너무 약하면 탄력이 없습니다.발효가 지나치면 신맛이 돌고,덜 되면 속이 익지 않죠. 그 사이를 찾는 일이야말로,빵을 굽는 사람이 매일 새롭게 배워야 하는 일 같습니다. 처음에는 기술로 해결하려 했습니다.정확한 온도, 시간, 반죽 강도, 습도를 기록하며‘정답’을 찾고 싶었어요.하지만 어느 날,똑같은 조건으로 반죽했는데도빵의 결과가 다르게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따라 마음이 복잡했고,손끝이 조금은 조급했습니다.그 작은 차이가반죽에도 그대로 전해진 것이었죠.그때 깨달았어요 ~빵의 균형은 ‘기술의 정.. 더보기
“가을, 발효가 더 깊어지는 계절” - 온도와 시간의 대화 가을이 오면공기가 달라진다.여름의 습하고급한 열기가 잦아들고,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한 바람이 스며든다.이때부터 빵 반죽은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온도가 낮아지고,공기의 밀도가 달라지면서발효는 비로소 ‘대화’가 되는 계절이 된다. 여름엔 온도계를 자주 들여다보며발효의 속도를 조절해야 했다.조금만 방심해도 반죽은 숨이 차서 제멋대로 부풀었다. 하지만가을엔 반죽이 한결 느긋하다.천천히,그러나 확실하게 부풀어 오르며‘지금 이대로 충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나는 그 모습을 보며,빵이 아니라시간 그 자체를 굽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발효는기다림의 예술이다. 그 기다림은 단순히 시간이 흐르길 바라며멈춰 서 있는 것이 아니라,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냄새로 느끼며조용히 반죽과 대화를 이어가는 시간.. 더보기
“추석 이후의 식탁” - 가족, 그리고 나눔의 온기 명절이 지나고 나면,집 안은 한결 조용해진다.북적이던 식탁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남은 전과 과일, 송편 몇 개가명절의 흔적처럼 남아 있다.하지만 그 잔잔한 풍경 속에서나는 늘 ‘빵 굽는 마음’을 떠올린다. 빵을 굽는다는 건어쩌면 명절의 마음을 일상으로 이어가는 일이다.누군가를 위해 준비하고,기다리고, 나누는 그 과정 자체가가족의 식탁과 닮아 있다.오븐 속에서부풀어 오르는 반죽을 바라보는 시간은솥 위에서 보글보글 끓던 명절 음식의 냄새와 겹쳐진다. 추석이 지나면,나는 남은 재료로 새로운 빵을 구워본다.밤, 단호박, 무화과, 쌀가루 같은 재료들.계절의 풍성함이남긴 흔적들을 버리지 않고,다시 새로운 맛으로이어가는 그 시간은마치 식탁 위의 온기를 다시 살려내는 일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빵은,끝이 아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