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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배우다

“반죽의 실패가 알려준 것들”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

 

처음 반죽을 배울 때,

나는 반죽이 내 마음을 그대로 비춘다고 생각했다.
손끝이 망설이면 반죽도 거칠어지고,
조급하면 금세 질어버리고,
온도가 조금만 달라도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어느 날이었다.
유난히 습한 날씨에 반죽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물을 조금 덜 넣었나 싶어 다시 조정했지만,
결국 오븐 앞에 선 나는 속이 텅 빈 빵을 꺼내 들고 한참을 바라봤다.
겉은 그럴듯했지만,

속은 허공처럼 비어 있었다.
그때의 공허함은 오래 남았다.

 

하지만 며칠 뒤, 선생님이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빵은 완벽하지 않아도 돼요.
다만 그날의 마음이 담겼다면, 그게 이미 좋은 빵이에요.”

 

그 말이 내 안에서 천천히 부풀었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빵이 완벽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 속의 나를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반죽의 실패는, 어쩌면 내 마음이 쉬어가야 한다는 신호였다.
빵이 쉬어야 부풀 듯이,
사람도 가끔은 멈추고 기다릴 시간이 필요한 법이었다.

 

 

그 뒤로 나는 실패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수분이 많았던 날,

발효가 늦었던 날,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갔던 날.
그 기록들은 어느새 나의 "반죽 일기"가 되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일기 속 실패의 흔적들이 다음 빵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실패는 언제나 작은 위로의 형태로 돌아왔다.
성공한 반죽보다

실패한 반죽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그 시간 속에서

‘빵을 만든다’는 의미가 조금씩 깊어졌다.

 

담다브레드는

그런 빵을 만들고 싶다.
모양이 조금 달라도,

크기가 제각각이어도,
그 속에 따뜻한 온기와 진심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빵.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그 자체로 ‘사람의 손’이 느껴지는 빵 말이다.

 

 

오븐 안에서 부풀다 꺼진 반죽의 기억이
이제는 나에게 조용히 말해준다.

“괜찮아. 오늘도 다시 반죽할 수 있으니까.”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