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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배우다

“불과 향의 대화” - '브랑제리 가마'에서 배운 온도의 철학

 

빵집의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건 단순한 구운 빵의 향이 아니었다.
따뜻함’이라는 단어가 향으로 존재한다면, 아마 이런 냄새일 것이다.
부드럽게 퍼지는 버터 향,

천천히 구워지는 밀의 고소함,
그리고 그 사이를 조심스레 조율하는 오븐 온도(불)의 숨결이 있었다.

 

 

 

브랑제리 가마의 공간은 조용했다.
기계음 대신,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소리와
돌 오븐이 ‘후욱’ 하고 숨을 내쉬는 듯한 온도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곳의 장인들은 말이 적었다.
대신 그들의 손끝은

온도를 읽고, 을 보고, 냄새로 시간을 맞췄다.
온도계를 들고 있지 않아도
그들은 “이제 됐어요” 하고 말할 줄 아는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날 나는 깨달았다.
‘불’은 단순히 굽는 도구가 아니라,

빵의 성격을 완성하는 언어라는 것을.
조금만 세면 표면이 타고, 약하면 속이 무너진다.
그 사이의 미묘한 온도 - 바로 그 지점에 장인의 철학이 있었다.
그들은 “빵을 굽는다”보다 "불과 대화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그리고 또 하나 느낀 건,
‘향기’는 마음의 기억을 남긴다는 것이었다.
빵이 오븐에서 막 나왔을 때 퍼지는 향은
그날의 공기와 감정까지 담아버린다.
그 향을 맡는 순간, 사람들은 잠시 멈추고 미소 짓는다.
그건 단순히 구운 밀가루 냄새가 아니라,
누군가의 손끝이 만든 따뜻한 하루의 향이었다.

 

브랑제리 가마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견학이 아니었다.
그곳은 나에게 ‘빵을 만든다’는 말보다
온도를 다룬다’, ‘마음을 굽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뜨거운 불이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는 태도.
손끝에서 시작해 향기로 끝나는 완벽한 리듬.

 


 

담다브레드가 앞으로 만들어갈 빵도
그런 온도를 닮고 싶다.
불을 다루는 손끝의 섬세함,
그리고 향으로 전해지는 따뜻한 마음.
그 모든 것을 담아,
하루의 시작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향기 있는 빵"을 굽고 싶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