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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킹기초

꿀의 얼굴 - 아카시아 꿀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빵에 꿀을 넣을 때"꿀은 다 같은 꿀이지"그렇게 생각한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어요.레시피에 "꿀 30g" 이라고 적혀 있으면집에 있는 아무 꿀이나 그대로 넣었어요.수확 시기가 다르든,꽃이 다르든 그건 별로 신경 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어느 날.한 선배가 저한테 꿀 네 병을 나란히 놓아주셨어요.아카시아 꿀밤꿀잡화꿀유채꿀"같은 레시피, 꿀만 바꿔서 각각 구워봐."솔직히 그때는 큰 차이가 안 날 거라 생각했어요.같은 밀가루, 같은 이스트, 같은 온도, 같은 시간.꿀만 바뀌었을 뿐인데 얼마나 달라지겠나 싶었어요. 오븐에서 나온 네 개의 빵을 나란히 놓았을 때저는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어요.색이 다 달랐어요.아카시아 꿀로 만든 건 은은한 밝은 갈색밤꿀로 만든 건 진한 갈색, 거의 캐러멜색잡화꿀로 만.. 더보기
베이커즈 퍼센트 활용법 - 1kg 반죽을 3kg로 늘릴 때 진짜 주의할 점 레시피를 두 배, 세 배로 늘리다가뭔가 어긋난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가족 모임 때문에 평소 양의 3배를 만들었는데반죽이 늘어지거나발효가 뜬금없이 빨리 끝나거나크럼이 원래 안 나오던 결로 나오거나. 저도 그랬어요.처음엔 그램 단위로 그냥 곱했어요.밀가루 500g → 1,500g 물 325g → 975g 소금 10g → 30g 이스트 5g → 15g 단순히 3을 곱한 거예요.근데 결과는 매번 다르게 나왔어요. R&D에서 스케일업할 때 쓰는 방법이베이커즈 퍼센트예요.이름은 어려운데 개념은 정말 단순해요. 밀가루를 100%로 잡고, 나머지 재료를 밀가루 대비 몇 %인지로 표시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이런 식빵 레시피가 있다면밀가루 500g 물 325g 소금 10g 이스트 5g 설탕 25g 버터 25g베이커즈.. 더보기
달걀의 무게 - 같은 한 개인데 왜 다 다를까 레시피에 이렇게 적혀 있는 걸 자주 보시죠? "달걀 1개" 너무 익숙한 표현이라저도 오랫동안 아무 의심 없이 썼어요. 근데 어느 날부터 같은 레시피로 만든 빵이하루는 촉촉하고 하루는 뻣뻣해지는 일이 반복됐어요.밀가루도 같고,버터도 같고,심지어 오븐 온도까지 똑같이 잡았는데 결과가 자꾸 흔들렸어요. 원인을 못 찾고 헤매다가 한 선배가 무심하게 물었어요. "달걀은 그램으로 재?" 그날 처음 알았어요.달걀 한 개의 무게가 사이즈별로 20% 이상 차이 난다는 걸. 한국에서 유통되는 달걀은 등급이 이렇게 나뉘어 있어요.왕란: 68g 이상특란: 60~68g대란: 52~60g중란: 44~52g소란: 44g 미만"달걀 1개"라고만 적힌 레시피는 사실 정말 애매한 표현이었어요. 특란과 소란은 무게가 15g 넘게 차이 나.. 더보기
빵 식히는 시간 - 갓 구운 빵 바로 자르면 안 되는 진짜 이유 빵을 오븐에서 꺼내자마자바로 자르고 싶은 마음, 너무 잘 알아요.향이 훅 올라오고,겉이 노릇하게 익어 있고,당장 한 조각 잘라보고 싶잖아요. 근데 그때 자르면 크럼이 뭉쳐서 질감이 무너져요.저도 그랬어요.처음 식빵을 구웠을 때 너무 궁금해서15분 만에 잘랐다가 단면이 축축해지고 결이 사라진 경험이 있어요. 빵이 오븐에서 나온 뒤에도안에서는 계속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굽는 순간에 전분이 팽창하면서 크럼 구조가 만들어졌지만이 구조는 뜨거울 때는 아직 젤리 같은 상태예요. 시간이 지나면서전분이 다시 안정된 결정으로 돌아가고수분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재분배돼요.이 과정을 크럼 안정화 라고 해요. 빵 온도를 보면 이렇게 흘러가요.오븐 직후: 안쪽 95도 크럼이 아직 뜨겁고 젤리처럼 유동적.30분 후: 안쪽 60.. 더보기
소금의 자리 - 1%가 빵 맛을 바꾼다는 걸 처음 안 날 빵에 들어가는 소금,그냥 짠맛 내는 거 아니에요?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어요.밀가루 1kg에 소금 20g.이 비율을 처음 봤을 때 저는 너무 많다고 생각했어요. "20g이면 너무 짜지 않나?"R&D 시절, 저는 그날 한 가지 실수를 했어요.소금을 10g만 넣어본 거예요. 겉으로 봐서는 별 차이가 없었어요.반죽도 잘 만들어졌고,발효도 평소처럼 됐고,오븐에서 나온 빵의 색도 비슷했어요. 근데 한 입 먹는 순간 이상한 게 느껴졌어요.밍밍하다는 느낌이 아니었어요.뭔가 풍미 자체가 빠져 있었어요. 빵에서 나오던 그 깊은 향, 씹을수록 올라오던 단맛, 밀가루 본연의 고소함.그게 다 흐려져 있었어요. 같이 일하던 선배가 한 입 먹어보더니 말했어요."소금 줄였지?"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어요. "소금은 짠.. 더보기
버터의 두 얼굴 - 처음으로 발효 버터를 만난 날 빵에 들어가는 버터,그냥 다 비슷한 줄 알았어요.가염, 무염 정도만 구분했지 다른 종류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R&D 시절, 한 선배가 작은 버터 한 조각을 입에 넣어줬어요. "이거랑 평소 쓰는 거랑 비교해봐." 먼저 평소 쓰던 버터를 한 입.부드럽고, 고소하고, 익숙한 맛.그 다음에 그 작은 조각을 한 입. 향이 완전히 달랐어요. 고소한데 살짝 새콤하고,요거트 같은 깊은 향이 입 안에 오래 남아 있었어요."이게 같은 버터예요?"선배가 웃으면서 말했어요."그게 발효 버터야." 그날 처음 알았어요.버터에도 발효 라는 게 있다는 걸.발효 버터는 우유에 유산균을 넣고 발효시킨 다음 만든 버터예요. 영어로는 컬처드 버터 (Cultured butter) 또는 유럽식 버터라고도 해요.발효 과정에서 유산이 만들어지면.. 더보기
물의 무게 - 같은 레시피인데 다른 빵이 나오던 이유 같은 레시피로 만든 빵인데왜 어떤 날은 다르게 나올까. 오랫동안 답을 못 찾았어요. 밀가루도 같고,이스트도 같고,계량도 정확했는데빵의 풍미는 미묘하게 달랐어요. 마지막까지 의심하지 않았던 건 물이었어요. R&D 시절, 한 선배가 이렇게 말했어요. "빵에 들어가는 재료 중 물이 제일 많은 거 알지?"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었어요.반죽 무게의 60~70%가 물이거든요.근데 저는 그 물을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어요. 수돗물이든,정수기 물이든,페트병 물이든"같은 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날 선배가 작은 실험을 보여줬어요.같은 레시피 세 개를 만들고 물만 다르게 했어요.하나는 수돗물하나는 정수기 물하나는 미네랄워터같은 시간, 같은 온도에서발효했는데 빵이 다 달랐어요. 수돗물로 만든 건 색이 옅고,정수기 물로.. 더보기
이스트 한 봉지의 무게 - 효모를 죽이지 않고 살려 쓴다는 것 처음 빵을 만들 때저는 이스트를 죽인 적이 있어요. 뜨거운 물에 풀었거든요. "발효를 빨리 시키려면따뜻한 물이 좋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한참을 기다려도반죽이 안 부풀더라고요. 세 시간을 기다리고서야 이스트가 다 죽었다는 걸 알았어요. 이스트 봉지를 처음 받아보면 정말 작아요. 500g 밀가루에 들어가는 양이 겨우 5g 이에요. 근데 그 5g이빵 한 덩이 전체를부풀게 해요. 그 작은 가루가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걸 저는 한참 뒤에야 알았어요. 이스트는 효모예요. 학명은 Saccharomyces cerevisiae. 밀가루 안의 당분을 먹고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만들어요. 이산화탄소가 반죽을 부풀게 하고알코올이 풍미를 만들어요. 근데 이 효모는 살아있는 미생물이에요. 40도가 넘으면 약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