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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이야기

소금의 자리 - 1%가 빵 맛을 바꾼다는 걸 처음 안 날

 

빵에 들어가는 소금,

그냥 짠맛 내는 거 아니에요?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어요.

밀가루 1kg에 소금 20g.

이 비율을 처음 봤을 때 저는 너무 많다고 생각했어요.

 

"20g이면 너무 짜지 않나?"

R&D 시절, 저는 그날 한 가지 실수를 했어요.

소금을 10g만 넣어본 거예요.

 

 

겉으로 봐서는 별 차이가 없었어요.

반죽도 잘 만들어졌고,

발효도 평소처럼 됐고,

오븐에서 나온 빵의 색도 비슷했어요.

 

근데 한 입 먹는 순간 이상한 게 느껴졌어요.

밍밍하다는 느낌이 아니었어요.

뭔가 풍미 자체가 빠져 있었어요.

 

빵에서 나오던 그 깊은 향, 씹을수록 올라오던 단맛, 밀가루 본연의 고소함.

그게 다 흐려져 있었어요.

 

같이 일하던 선배가 한 입 먹어보더니 말했어요.

"소금 줄였지?"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어요.

 

"소금은 짠맛만 만드는 게 아니야. 빵 전체의 풍미 지휘자거든."

 

그날 처음 알았어요.

소금이 빵에서 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걸.

 

 

R&D에서는 소금의 역할을 크게 네 가지로 봐요.

 

1. 맛 조절

짠맛만 내는 게 아니에요.

다른 재료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요.

소금이 부족하면 단맛, 고소함, 향까지 다 흐려져요.

 

2. 글루텐 강화

소금은 밀가루의 글루텐을 더 단단하고 탄력 있게 만들어요.

소금이 빠지면 반죽이 흐물흐물해지고 빵 구조가 약해져요.

 

3. 발효 조절

소금은 이스트의 활동을 살짝 억제해요.

이게 나쁜 게 아니에요.

발효가 너무 빨라지지 않게 조절해서

풍미가 제대로 만들어지도록 도와줘요.

 

4. 보존성

소금은 수분 활동을 줄여서 빵이

곰팡이에 덜 취약하게 만들어요.

같은 빵이라도 소금 양이 적으면 더 빨리 상해요.

이 네 가지가 다 1% 안에서 결정된다는 게 저한테는 충격이었어요.

 

🖼️ [이미지 5 추천] 밀가루와 소금 비율 — 검색어: "베이커즈 퍼센트"

 

베이커즈 퍼센트 기준으로 소금은 보통 1.8~2% 예요.

밀가루 1kg에 18~20g.

이걸 1.5%로 줄여도 풍미가 무너지고

2.3% 이상 올리면 이스트가 약해져서 발효가 안 돼요.

 

1% 안에서 모든 게 결정되는 거죠.

가끔 그래요.

가장 작은 비율의 재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날 이후로 저는 소금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어요.

비싼 발효 버터나 유기농 밀가루보다

먼저 챙기는 게 좋은 소금이에요.

 

정제염 대신 천일염을 쓰고,

미네랄이 살아 있는 소금을 골라요.

가장 평범해 보이는 재료가 빵의 인상을 결정한다는 걸 이제는 알거든요.

빵을 만들 때 가장 마지막에 넣는 재료가

사실은 가장 먼저 정해져야 하는 재료라는 것.

 

소금의 자리는 그렇게 조용하지만 가장 큰 자리예요.

오늘 빵을 굽다가 "소금 좀 줄여볼까" 싶으시면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세요.

빠진 그 1g이 빵 전체의 깊이를 바꿔놓을 수도 있거든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