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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이야기

달걀의 무게 - 같은 한 개인데 왜 다 다를까

레시피에 이렇게 적혀 있는 걸 자주 보시죠?

 

"달걀 1개"

 

너무 익숙한 표현이라

저도 오랫동안 아무 의심 없이 썼어요.

 

근데 어느 날부터 같은 레시피로 만든 빵이

하루는 촉촉하고 하루는 뻣뻣해지는 일이 반복됐어요.

밀가루도 같고,

버터도 같고,

심지어 오븐 온도까지 똑같이 잡았는데 결과가 자꾸 흔들렸어요.

 

원인을 못 찾고 헤매다가 한 선배가 무심하게 물었어요.

 

"달걀은 그램으로 재?"

 

그날 처음 알았어요.

달걀 한 개의 무게가 사이즈별로 20% 이상 차이 난다는 걸.

 

한국에서 유통되는 달걀은 등급이 이렇게 나뉘어 있어요.

  • 왕란: 68g 이상
  • 특란: 60~68g
  • 대란: 52~60g
  • 중란: 44~52g
  • 소란: 44g 미만

"달걀 1개"라고만 적힌 레시피는 사실 정말 애매한 표현이었어요.

 

특란과 소란은 무게가 15g 넘게 차이 나요.

이 15g이 반죽 전체의 수분·단백질·풍미를 조용히 바꿔놓고 있었던 거예요.

 

 

R&D에서는 달걀을 그램 단위로 계량해요.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서 쓸 때는 더 세밀하게 잡아요.

 

흰자: 30~35g (한 개당) 노른자: 17~20g (한 개당)

 

빵 레시피에 "달걀 3개"라고 적힌 걸 그램으로 다시 계산하면

특란 기준 약 180g 정도예요.

이걸 소란으로 만들면 150g 안팎.

 

같은 "3개"인데 30g 차이, 반죽 무게로 치면 5% 편차예요.

이 정도면 발효 시간도 달라지고 크럼 결도 달라져요.

 

그날 이후로 저는 습관이 바뀌었어요.

레시피를 볼 때 "달걀 1개"라고 적혀 있으면

"몇 그램인가" 부터 확인해요.

 

책이나 유튜브 레시피는 대부분 특란 기준으로 적혀 있어요.

특란 한 개 = 약 60g (껍질 제외 55g)

이 기준에 맞춰서 그램으로 다시 계산하고 반죽에 넣어요.

 

 

특히 브리오슈나 카스텔라처럼

달걀 비율이 높은 빵일수록 편차가 크게 나타나요.

같은 레시피인데도

카스텔라 결이 달라지는 이유가 대부분 여기에 있어요.

R&D 시절 저는 "실력이 늘고 줄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정확도가 있고 없고"의 문제라는 걸 배웠어요.

 

가끔 생각해요.

빵을 만드는 일은 결국 재료를 존중하는 일이더라고요.

 

달걀 하나를 그램으로 재는 일이 사소해 보일 수 있어요.

근데 그 사소한 습관이 빵의 안정성을 만들어요.

 

 

레시피에 "달걀 1개"라고 적혀 있으면 한 번 저울에 올려보세요.

55g일 수도,

45g일 수도,

65g일 수도 있어요.

 

그 숫자를 아는 순간 빵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져요.

정확한 계량은 재료에 대한 존중이고

빵의 결과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조용한 힘이에요.

오늘 만들 빵의 달걀, 저울에 한 번 올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