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를 두 배, 세 배로 늘리다가
뭔가 어긋난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가족 모임 때문에 평소 양의 3배를 만들었는데
반죽이 늘어지거나
발효가 뜬금없이 빨리 끝나거나
크럼이 원래 안 나오던 결로 나오거나.
저도 그랬어요.
처음엔 그램 단위로 그냥 곱했어요.
밀가루 500g → 1,500g 물 325g → 975g 소금 10g → 30g 이스트 5g → 15g
단순히 3을 곱한 거예요.
근데 결과는 매번 다르게 나왔어요.
R&D에서 스케일업할 때 쓰는 방법이
베이커즈 퍼센트예요.
이름은 어려운데 개념은 정말 단순해요.
밀가루를 100%로 잡고,
나머지 재료를 밀가루 대비 몇 %인지로 표시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이런 식빵 레시피가 있다면
밀가루 500g 물 325g 소금 10g 이스트 5g 설탕 25g 버터 25g
베이커즈 퍼센트로 다시 쓰면 이렇게 돼요.
- 밀가루 100%
- 물 65%
- 소금 2%
- 이스트 1%
- 설탕 5%
- 버터 5%

이제 반죽을 3배로 늘리려면
밀가루만 1,500g으로 바꾸면 돼요.
나머지는 퍼센트를 그대로 유지하니까
- 밀가루 1,500g (100%)
- 물 975g (65%)
- 소금 30g (2%)
- 이스트 15g (1%)
- 설탕 75g (5%)
- 버터 75g (5%)
여기까지는 그냥 그램 곱셈과 결과가 같아요.
진짜 차이는 다음 단계에서 나와요.
R&D에서 배운 스케일업의 함정은 세 가지예요.
1. 이스트는 그대로 곱하면 안 돼요
반죽 양이 커지면 자체 열이 더 많이 생겨요.
3배 반죽이면 이스트를 정확히 3배 넣지 말고
약 2.5배 정도로 조정해요.
퍼센트로는 1% → 0.8% 정도.
이걸 안 하면 큰 반죽일수록 과발효가 빨리 와요.
2. 발효 시간이 달라져요
반죽이 크면 안쪽 온도가 더 잘 유지돼요.
같은 실온에서도 1kg 반죽보다 3kg 반죽이
발효가 20~30분 빨라져요.
시계로 재는 게 아니라 반죽 상태(부피 2배)로 판단해야 해요.

3. 반죽 온도 관리가 더 중요해져요
큰 반죽일수록 믹싱 마찰열이 커요.
목표 반죽 온도를 유지하려면
물 온도를 평소보다 2~3도 더 낮춰야 해요.
이 조정 없이 그냥 배율만 늘리면 반죽이 30도 넘게 나와서 글루텐이 약해져요.
이걸 매번 손으로 계산하긴 번거로워요.
저도 처음엔 엑셀에 표를 만들어 뒀고,
지금은 베이커스 노트 레시피 배율 변환기 로
밀가루 양만 바꾸면 모든 재료가 자동으로 계산돼요.
거기에 반죽 온도 계산기까지 같이 쓰면
스케일업할 때마다 계산기를 두드릴 일이 없어져요.

베이커즈 퍼센트가 진짜 힘을 발휘하는 건
레시피를 처음 만들 때가 아니라 레시피를 옮길 때예요.
500g 반죽을 3kg으로 늘려도, 10kg으로 늘려도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이유는 퍼센트라는 언어를 쓰기 때문이에요.
그램은 배치 단위지만 퍼센트는 레시피의 정체성이에요.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정확한 계량은 규모의 자유 라고요.
크게 만들어도, 작게 만들어도 결과가 흔들리지 않는 힘.
그게 베이커즈 퍼센트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거든요.
오늘 만들 레시피를 한 번 퍼센트로 다시 정리해 보세요.
숫자가 정리되는 순간 빵을 대하는 자세도 정리돼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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