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빵을 만들 때
저는 이스트를 죽인 적이 있어요.
뜨거운 물에 풀었거든요.
"발효를 빨리 시키려면
따뜻한 물이 좋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한참을 기다려도
반죽이 안 부풀더라고요.
세 시간을 기다리고서야 이스트가 다 죽었다는 걸 알았어요.
이스트 봉지를 처음 받아
보면 정말 작아요.
500g 밀가루에 들어가는 양이 겨우 5g 이에요.
근데 그 5g이
빵 한 덩이 전체를
부풀게 해요.
그 작은 가루가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걸 저는 한참 뒤에야 알았어요.

이스트는 효모예요.
학명은 Saccharomyces cerevisiae.
밀가루 안의 당분을 먹고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만들어요.
이산화탄소가 반죽을 부풀게 하고
알코올이 풍미를 만들어요.
근데 이 효모는 살아있는 미생물이에요.
40도가 넘으면 약해지고, 55도가 넘으면 죽기 시작해요.
제가 부었던 뜨거운 물은
70도쯤이었어요.
그날 깨달았어요.
이스트는 그냥 가루가 아니라 살아 있는 재료 라는 걸.
다른 가루처럼 막 다루면
바로 죽어버려요.
이렇게 생각이 바뀌고 나서
저는 이스트를 다루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물은 항상 30~35도 미지근하게. 소금과 닿지 않게 따로 넣고, 설탕물에 먼저 풀어 활성 확인을 하고.
5분쯤 두면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와요.
"아 살아있구나."
그 순간이
지금도 좋아요.

여름엔 또 달라요.
실온이 30도를 넘으면
이스트가 너무 활발해져요.
평소 양 그대로 쓰면
1차 발효가 너무 빨리 끝나서
풍미가 거의 안 나와요.
여름엔 이스트를 20~30% 줄여 써야 해요.
대신 발효 시간을 길게 가져가면
같은 빵에서도
훨씬 깊은 풍미가 나와요.
효모를 다루다 보면
가끔 이상한 마음이 들어요.
이게 정말 살아 있는 거 맞나.
내가 잘 다뤄야 하나.
근데 답은 단순해요.
살아 있어요. 진짜.
증식하고, 먹고, 배출하고,
온도에 반응하고,
환경이 안 맞으면 죽어요.
다른 재료처럼
"양만 맞추면 된다"가 아니에요.
조건을 맞춰주면 이스트가 알아서 일을 해줘요.

빵을 굽는 일은
효모와 함께 일하는 거예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빵의 풍미가 좋다는 건 사실 이스트가 행복했다는 뜻 아닐까요.
뜨거운 물에 죽인 그날의 이스트가
가르쳐준 게 그거였어요.
작은 가루 한 봉지에도 살아있는 시간이 담겨 있다는 것.
오늘도 빵을 만들기 전에
저는 이스트가 살아있는지부터
먼저 확인해요.
거품이 올라오면
그날의 빵은
이미 절반쯤 성공한 거예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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