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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다브레드

빵을 배우는 길,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 처음빵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저는 늘 마음이 급했습니다. ‘빵을 빨리 잘 만들어야지.’‘사람들에게 금방 보여줄 수 있어야지.’ 이런 생각으로반죽을 서두르고,발효 시간을 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결과는 언제나 부족했지요.덜 익은 속살,금세 굳어버리는 식감,무너져버린 모양새. 결국,조급했던 마음이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한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빵은 네 속도를 따라가지 않아. 네가 빵의 속도를 따라가야지.” 그 한마디가제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빵을 배우는 길은누구와 경쟁할 필요가 없는 길입니다.누군가는 빠르게 새로운 레시피를 익히고,멋진 모양의 빵을뚝딱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저에게는 제가 걷는 속도가 있습니다.반죽을 느끼는손끝의 감각, 발효를 기다리며배워가는.. 더보기
빵을 굽는 건 결국 나를 굽는 일 빵을 굽다 보면,늘 같은 레시피와 같은 손길을 따라가는데도결과는 매번 조금씩 다릅니다. 밀가루와 물, 소금, 이스트나 발효종은 같은데,오늘의 반죽은어제의 반죽과 똑같지 않습니다. 날씨의 습도, 손끝의 힘, 기다림의 시간,그리고 제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가끔은‘조금만 더 기다리면 반죽이 더 부풀 거야’라는 생각에 욕심을 내지만,결국 무너져버린 모습을 보며후회할 때도 있습니다. 반대로,서두르다 덜 익은 속살을 마주하면,조급했던 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듯 부끄러워집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깨닫습니다. 빵을 굽는 과정은단순히 제빵 기술이 아니라,지금의 나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다는 것을요. 빵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반죽은 제가 쏟아낸인내와 마음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가.. 더보기
시간이 만든 맛 빵을 굽다 보면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빵은 시간과의 대화다.” 짧게는 몇 시간,길게는 하루가 넘는발효 과정을 거치며밀가루와 물, 소금, 발효종은 서로 어울리고 섞이며새로운 맛을 만들어냅니다.그 안에는 급하게는결코 얻을 수 없는 풍미가 숨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그 말을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은 바쁘다는 이유로,발효 시간을 조금 줄여서빵을 구운 적이 있습니다. 겉모습은 그럴듯했지만,막상 잘라보니속이 덜 익은 듯 촉촉했고맛 또한 깊이가 부족했습니다. 반대로,한 번은 반죽을 발효통에 넣은 채로 깜빡 잊고긴 시간을 보내버린 적도 있습니다.‘망했다’ 싶었는데,놀랍게도그 빵은 예상치 못한 향과 풍미를 품고 있었습니다. 기다림이 만든 차이가고스란히 맛에 담긴 순간이었죠. 특히천연 발효종을 사용.. 더보기
도구 욕심과 현실 차이 빵을 배우기 시작하면누구나 한 번쯤‘도구 욕심’이라는벽에 부딪힙니다. 처음에는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만 있으면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유튜브 영상 속 반짝이는반죽기와 전문 제빵사들의 손에 들린 도구들이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저 도구만 있으면 나도 저렇게 멋진 빵을 만들 수 있을 텐데…" 라는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반죽기 하나로 시작해보려다,어느새 계량저울을 0.1g 단위까지 잴 수 있는정밀한 제품으로 바꾸고,다양한 크기의 발효 바구니와 스크래퍼, 쿠키 틀, 온도계까지… 작은 주방 한쪽이 도구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그 많은 도구 중 실제로 손이 가는 건몇 가지뿐이었습니다. 빵을 배우면서 깨달은 건,도구는 어디까지나 .. 더보기
소금, 빵의 숨은 조연 빵을 만들 때,소금은 늘 조용히 무대 뒤에 서 있습니다. 밀가루, 물, 이스트처럼 눈에 띄는 주연은 아니지만,그 작은 존재가 없으면빵은 결코 제 맛을 낼 수 없습니다. 소금은빵의 맛을 정리하는 조율자입니다. 단순히 짠맛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밀가루와 발효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단맛과곡물의 고소함을 선명하게 드러내죠.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음을 맞추는 지휘자처럼다른 재료들이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또한 소금은빵의 구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글루텐 형성을 도와반죽이 더 단단하고 탄력 있게 자라도록 하며,발효 속도를 조절해 풍미가 깊어질 시간을 벌어줍니다. 만약소금이 없다면,반죽은 쉽게 퍼지고맛은 평평해져버립니다. 빵을 굽다 보면,소금이 ‘적당히’ 들어간다는 것이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 더보기
두 번째 발효의 마법, 기다림이 주는 맛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두 번째 발효’ 는 마치 무대에 오르기 전,깊게 숨을 고르는 순간과도 같아요 1차 발효를 통해이미 반죽은 생명을 얻었지만,이 마지막 발효 시간을 거치면서비로소 빵으로서의 성격과 매력을 완성하게 됩니다. 두 번째 발효 시간은짧게는 20분, 길게는 한 시간 이상.이 순간의 온도와 습도는 무척 중요합니다. 너무 빠르면깊은 향을 품지 못하고,너무 느리면힘이 빠져 오븐 속에서 제 모습을 펼치지 못하죠. 그래서 이때는아기에게 포근한 이불을 덮어주듯세심하게 환경을 챙겨줍니다.저는 이 시간을 ‘기다림의 미학’이라 부릅니다. 반죽을 만지지 않고,다만 지켜보는 시간.미세하게 부풀어 오르는 표면,점점 은은해지는 발효향,손끝으로 눌렀을 때 느껴지는 부드러운 탄성.그 모든 변화가작은 기적처럼 다.. 더보기
돌판 오븐이 주는 차이 처음 돌판 오븐을 마주했을 때,무언가 단단하고 믿음직스러운 느낌이 들었어요.화려하진 않지만, 오래도록 제 자리를 지켜온 듯한 온기.그건 마치, 묵묵하게 일하는 장인의 손 같았죠. 일반 오븐과는 달리,돌판 오븐은 빵을 직접적인 열기가 아닌바닥에서 올라오는 열로 전체적으로 고루고루 익혀줍니다. 빵이 굽히는 동안,반죽과 돌 사이에 오가는 따뜻한 대화처럼~천천히, 깊게, 그리고 부드럽게… 온도보다 ‘전해지는 열’이 중요한 순간일반 오븐에서는 금세 겉이 익고 속은 덜 익는 경우가 있어요.하지만 돌판 오븐은 달라요. 안에서부터 익어가는 느낌,마치 마음 깊은 곳부터 차오르는 따뜻함처럼요.반죽이 바닥에 닿는 순간,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돌에 기대고,그 짧은 찰나에 빵은 자신만의 숨결을 품기 시작합니다. 더 바삭하게.. 더보기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 수많은 수업이 있었지만,지금도 유난히 선명하게 기억나는 날이 있어요. 그날은 유독 반죽이 잘 안 되는 날이었어요.밀가루는 날씨에 따라 기분이 바뀐다더니,정말 말 그대로 ‘틀어져버린 하루’였죠.당황한 표정이 티가 났는지,선생님께서 조용히 다가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반죽이 네 마음처럼 안 풀릴 땐,그저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봐.반죽도 사람도, 너무 몰아세우면 더 굳어버려.” 그 말 한마디에 얼굴이 뜨거워졌어요.그때 깨달았어요. 빵을 배우는 이 길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나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이라는 걸요. 그날 수업은 기술보다도 마음을 배운 날이었어요.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단, 실패를 받아들이는 법. 완벽함보다는 진심을 담는 태도.그 이후부터였던 것 같아요.‘어떻게 만들까’보다 ‘어떤 마음으로 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