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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배우다

빵을 배우러 가는 길에서 든 생각 - 배움의 끝은 언제나 다시 시작

 

 

아침 공기가 유난히 차가운 날이면,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더 또렷해진다.

빵을 배우러 가는 길,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거리 위를 걸으면

작은 설렘이 따라온다.

오늘은 어떤 반죽을 만질까,

어떤 시행착오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리고 오늘은 어제보다 나아갈 수 있을까.
이 짧은 걸음 사이에서 어김없이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배움은 끝이 아니라, 항상 다시 시작이구나.’

 

처음 제빵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나는 어느 정도의 지식과 기술이 쌓이면

‘이제 됐다’라는 순간이 올 줄 알았다.

그런데 배우면 배울수록

그 끝이라고 여겼던 지점이 점점 더 멀어졌다.

온도, 시간, 습도, 밀가루의 성질, 손의 감각…

하나를 이해하면 또 다른 질문이 생기고,

한 번의 성공 뒤에는 새로운 실패가 따라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과정이 지치기보다는 나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배움의 길은 직선이 아니라 원처럼 돌아온다.


반죽이 잘 안 되는 날이 있으면,

처음 배웠던 기본기를 다시 떠올린다.

오븐이 뜻대로 반응하지 않으면,

내가 놓친 미세한 감각을 다시 돌아본다.

이렇게 맨 처음으로 돌아간 듯한 순간들이 쌓여

어느 날 갑자기 성장이 된다.

어제의 이해가 오늘의 질문을 만들고,

오늘의 경험이 내일의 답을 만든다.

 

그리고 그 길을 걸으며 나는 깨달았다.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조금씩 다듬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서두르지 않는 법,

실패를 견디는 법,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법.

그 모든 것들이 빵을 배우면서 같이 익혀지는 삶의 기술이었다.

 

 

수업이 있는 날의 걸음은 그래서 늘 가볍다.

완벽해지는 날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음 질문을 만날 준비를 하러 가는 것이니까.
어쩌면 나는 평생 이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실이 이상하리만큼 좋다.

 

 

언젠가 내 공방이 열리고,

그곳에서 빵을 굽는 날이 와도

이 감정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배움의 끝은 언제나 다시 시작이라는 것.
그 마음을 잊지 않는 한,

나는 계속해서 더 좋은 빵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