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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다브레드 이야기

손님이 없던 날을 상상하며 - 조용한 빵집의 하루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빵집을 상상해본다.
간판은 켜져 있지만,

종소리는 울리지 않고
유리문 너머로 햇빛만 천천히 들어오는 그런 날이다.
누군가를 기다리기보다,
그날의 리듬을 차분히 따라가는 하루.

 

 

아침은 언제나 반죽부터 시작된다.
손님이 없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오히려 그런 날에는
반죽의 온도와 표정이 더 또렷하게 느껴진다.
말을 걸어오듯 늘어나는 글루텐
조금만 서두르면 바로 알려주는 질감의 변화.
그날의 빵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나에게 말을 건다.

 

오븐 앞에 서 있는 시간도 다르다.
누군가의 주문을 재촉할 필요가 없을 때,
불빛은 더 부드럽고
빵이 부풀어 오르는 속도는 더 느리게 느껴진다.
오븐 안에서 만들어지는 건
빵만이 아니라,
이 공간이 어떤 곳이 될지에 대한 확신이다.

 

 

점심 무렵이면
한쪽에 앉아 노트를 펼쳐본다.
실패 노트,

아이디어 메모,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빵에 대한 스케치들.
손님이 없던 날은
생각이 가장 많이 자라는 날이기도 하다.
조용함은 비어 있음이 아니라
채워질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라는 걸
그제야 알게 된다.

 

 

해가 기울 무렵,
진열대에 몇 개 남아 있는 빵을 바라본다.
오늘은 다 팔리지 않아도 괜찮다.
이 빵들이 내일의 나에게
무엇을 남겨줄지를 생각해본다.
맛, 향,

그리고 다음에 조금 더 다듬고 싶은 마음까지.

 

아직 담다브레드에는
손님이 가득 찬 날보다
이런 조용한 날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런 하루가
빵집의 중심이 될 거라고 믿는다.
서두르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자기 속도로 굽는 하루.

 

 

손님이 없던 날을 상상하며 알게 된다.
이 빵집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공간이기 전에
내가 매일 성실하게 서 있어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문을 열 준비를 한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