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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굽는 순간들

첫 조각의 설렘 - 갓 구운 빵을 자를 때의 순간 빵을 굽는 긴 여정은언제나 기다림의 연속입니다.반죽이 천천히 숨 쉬며 부풀어 오르고,오븐 속에서 빵이 색을 입어가는 동안,빵을 굽는 사람의 마음은 늘 같은 생각에 닿습니다.“이 빵은 과연 어떤 얼굴로 나와줄까?” 오븐에서 꺼낸 따끈한 빵은아직도 살아 움직이는 듯뜨거운 기운을 내뿜습니다.그 순간 가장 떨리는 일은 바로,첫 조각을 자르는 일입니다.칼이 바삭한 껍질을 스치고,안에서 부드러운 속살이 드러날 때~그 소리와 향은 그동안의 기다림을 단숨에 보상해줍니다. 첫 조각은단순한 시식이 아닙니다.빵의 결을 눈으로 확인하고,식감과 향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확인’의 순간이자,빵이 전해줄 이야기의 시작이기도 하지요.아직 식지 않은 따뜻한 숨결이 손끝으로 전해질 때,마치 오늘 하루가 작은 축제로 채워지는 듯합니다.. 더보기
빵집의 아침은 왜 특별할까 -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의식 새벽의 빵집은아직 세상이 잠들어 있는 시간에가장 먼저 깨어납니다. 거리는 고요하지만,문을 열자마자반죽기의 둥근 소리와 오븐의 예열되는 열기가 공기를 가득 채웁니다.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저는 묘한 설렘을 느낍니다.마치 하루가 저에게“준비됐니?”하고 조용히 말을 거는 듯합니다. 아침의 빵집은단순히 ‘빵을 굽는 시간’이 아닙니다.반죽을 나누고 모양을 잡으며 하나씩 정리해 나가는 과정은제게 작은 의식처럼 느껴집니다.밀가루가 가득 묻은 손으로반죽을 다루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어제의 피로나 복잡했던 생각들도 조금씩 가라앉습니다.하루를 여는 이 시간은,저를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돌려놓는 힘이 있습니다. 특히 오븐에서첫 빵이 구워져 나올 때의 순간은늘 특별합니다.따뜻한 증기와 함께 번지는 고소한 향기.그 향이 .. 더보기
시간이 만든 맛 빵을 굽다 보면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빵은 시간과의 대화다.” 짧게는 몇 시간,길게는 하루가 넘는발효 과정을 거치며밀가루와 물, 소금, 발효종은 서로 어울리고 섞이며새로운 맛을 만들어냅니다.그 안에는 급하게는결코 얻을 수 없는 풍미가 숨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그 말을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은 바쁘다는 이유로,발효 시간을 조금 줄여서빵을 구운 적이 있습니다. 겉모습은 그럴듯했지만,막상 잘라보니속이 덜 익은 듯 촉촉했고맛 또한 깊이가 부족했습니다. 반대로,한 번은 반죽을 발효통에 넣은 채로 깜빡 잊고긴 시간을 보내버린 적도 있습니다.‘망했다’ 싶었는데,놀랍게도그 빵은 예상치 못한 향과 풍미를 품고 있었습니다. 기다림이 만든 차이가고스란히 맛에 담긴 순간이었죠. 특히천연 발효종을 사용.. 더보기
두 번째 발효의 마법, 기다림이 주는 맛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두 번째 발효’ 는 마치 무대에 오르기 전,깊게 숨을 고르는 순간과도 같아요 1차 발효를 통해이미 반죽은 생명을 얻었지만,이 마지막 발효 시간을 거치면서비로소 빵으로서의 성격과 매력을 완성하게 됩니다. 두 번째 발효 시간은짧게는 20분, 길게는 한 시간 이상.이 순간의 온도와 습도는 무척 중요합니다. 너무 빠르면깊은 향을 품지 못하고,너무 느리면힘이 빠져 오븐 속에서 제 모습을 펼치지 못하죠. 그래서 이때는아기에게 포근한 이불을 덮어주듯세심하게 환경을 챙겨줍니다.저는 이 시간을 ‘기다림의 미학’이라 부릅니다. 반죽을 만지지 않고,다만 지켜보는 시간.미세하게 부풀어 오르는 표면,점점 은은해지는 발효향,손끝으로 눌렀을 때 느껴지는 부드러운 탄성.그 모든 변화가작은 기적처럼 다.. 더보기
돌판 오븐이 주는 차이 처음 돌판 오븐을 마주했을 때,무언가 단단하고 믿음직스러운 느낌이 들었어요.화려하진 않지만, 오래도록 제 자리를 지켜온 듯한 온기.그건 마치, 묵묵하게 일하는 장인의 손 같았죠. 일반 오븐과는 달리,돌판 오븐은 빵을 직접적인 열기가 아닌바닥에서 올라오는 열로 전체적으로 고루고루 익혀줍니다. 빵이 굽히는 동안,반죽과 돌 사이에 오가는 따뜻한 대화처럼~천천히, 깊게, 그리고 부드럽게… 온도보다 ‘전해지는 열’이 중요한 순간일반 오븐에서는 금세 겉이 익고 속은 덜 익는 경우가 있어요.하지만 돌판 오븐은 달라요. 안에서부터 익어가는 느낌,마치 마음 깊은 곳부터 차오르는 따뜻함처럼요.반죽이 바닥에 닿는 순간,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돌에 기대고,그 짧은 찰나에 빵은 자신만의 숨결을 품기 시작합니다. 더 바삭하게.. 더보기
밀가루 없이 빵을 만든다면? 빵을 굽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밀가루 없이도 빵을 만들 수 있을까?”처음엔 단순한 상상이었어요.혹은,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식단을 보며그들의 선택을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었죠.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빵.도대체 어떤 식감일까? 어떤 맛일까?정말 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빵의 정의는 어디까지일까우리가 흔히 말하는 ‘빵’은밀가루와 물, 이스트, 소금으로 시작합니다.하지만 요즘은 밀가루 대신귀리, 퀴노아, 아몬드가루, 쌀가루 등다양한 재료로 빵을 구워요.그런 빵은 가볍기도 하고,소화가 잘되기도 하고,글루텐에 민감한 분들께는 꼭 필요한 선택이죠.그렇다면밀가루 없는 빵도 ‘빵’일까요?혹은 그냥, 새로운 ‘무언가’일까요? 담다브레드가 추구하는 방향담다브레드는 밀가루, 그.. 더보기
빵의 굽기 색, 황금빛이란 무엇일까? 빵을 굽다 보면, 어느 순간오븐 속에서 반죽이 ‘빵’이 되어가는 그 찰나가 있어요.반죽 위로 천천히 색이 입혀지면서,속은 익고, 겉은 바삭해지고,마침내 ‘황금빛’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순간이죠.하지만 그 ‘황금빛’이란 건,정해진 시간표처럼 딱딱 떨어지는 게 아니더라고요.불 조절, 습도, 오븐 문을 여닫는 타이밍,그리고 오늘의 온도까지.조금만 달라도 빛깔은 달라져요. ‘황금빛’은 정답이 아니라, 느낌이에요.어느 날은 조금 더 짙어도 좋고,또 다른 날은 살짝 연한 색이 더 마음에 들 때도 있어요.담다브레드는 그날그날의 반죽과 오븐 앞에서‘오늘의 황금빛’을 찾으려 애써요.그게 정답은 아니지만,맛과 향, 식감의 균형이 가장 잘 맞는 순간이기 때문이에요. 너무 바삭하지도, 너무 촉촉하지도 않게.황금빛이라는 .. 더보기
머랭이 오르지 않던 날 오늘은 뭔가 기분이 괜찮은 날이었어요.오븐은 예열되어 있었고, 반죽도 잘 됐고,머랭만 올려 베이킹을 마무리하면 '끝' 완벽했을 텐데..거품기는 돌아가고, 흰자는 돌고 도는데머랭은 끝내 오르지 않았습니다.주걱으로 쿡 찍으면 그대로 흘러내리고,한참을 휘젓고 나서야 겨우 거품만 가득했죠. 왜 이럴까.달걀 온도는 맞췄는데,설탕도 천천히 나눠 넣었고,볼에 물기 하나 없이 준비했는데…그러다 문득,"이렇게 해서 뭐가 되긴 할까?"그런 마음이 툭 하고 튀어나왔어요. ㅠㅠ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어요.머랭은 여전히 흐물거리고,주방에는 작은 정적이 흘렀어요.실패한 거죠.이제 와서 뭐라도 억지로 구울 수는 있지만그게 더 아쉬울 것 같았어요.그래서 도구들을 조용히 내려놓았어요.불도 끄고, 오븐도 식히고.그냥 오늘은 이걸로 충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