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굽는 순간들 썸네일형 리스트형 10월이 오면 손이 먼저 알아채는 것들 - 반죽 앞에서 계절이 바뀔 때의 감각 10월 첫 주에 반죽을 만졌어요.같은 밀가루, 같은 이스트, 같은 물, 같은 시간.모든 게 지난주와 똑같았어요. 그런데 반죽을 처음 손에 잡는 순간 "아, 다르네" 하고 느꼈어요.무엇이 다른지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분명히 다른 감각이었어요. 이 감각은 온도계로는 잡히지 않아요.측정하면 어제와 오늘의 실온이 1도쯤 다를 수 있고습도도 몇 퍼센트 정도 차이가 있을 뿐이에요.숫자로는 "거의 같다" 고 나올 정도예요.근데 손끝은 그 미묘한 차이를 알아요.손이 먼저 계절을 알아채요. 10월의 반죽은 이런 게 달라요. 1. 표면이 살짝 더 마른 느낌9월에 촉촉하게 느껴지던 표면이 10월엔 조금 건조하게 느껴져요.공기 습도가 낮아지기 때문이에요. 2. 반죽이 조금 더 무겁게 느껴짐같은 무게의 반죽인데 손에 얹었.. 더보기 빵집 문을 열기 전 30분의 조용함 - 하루 중 가장 정성이 짙은 시간 오전 9시 30분.가게 문 앞에 걸어둔 팻말이 아직 "CLOSED" 인 시간. 빵집의 하루 중 저는 이 30분을 가장 좋아해요.이유는 잘 설명하기 어려운데 매일 이 시간이 되면 왠지 잠깐 마음이 조용해져요. 새벽부터 반죽을 만들고, 발효를 기다리고,성형하고, 오븐에 들여보내고, 꺼낸 빵을 식힘망에 옮기고.이 모든 일이 6시간 정도 걸려요. 10시에 문을 열려면 새벽 4시에 반죽을 시작해요.그리고 9시 30분쯤이 되면 갓 구운 빵들이 모두 식힘망 위에 놓여 있어요.진열대에 옮기기 딱 좋은 온도로 식은 상태.이때부터 30분이 저에게는 하루 중 가장 조용한 시간이에요. 빵을 하나씩 진열대로 옮겨요.앞에 놓을지, 뒤에 놓을지,어떤 각도로 놓을지, 어떤 조명 아래 놓을지.이 세밀한 결정들을 30분 동안 조용히 .. 더보기 9월 문턱, 아침 공기가 달라지는 순간 - 계절이 반죽을 바꿔놓아요 며칠 전 새벽에 창문을 열었어요.몇 주 전과 다르게 공기가 살짝 서늘해요. 아직 낮에는 30도 가까이 올라가지만새벽 5시의 공기는 분명히 8월과 달라요.이럴 때 저는 반죽을 마주하면 살짝 긴장돼요.계절이 바뀌면 반죽도 함께 바뀌거든요. 여름 내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반죽을 만들었어요.밤새 시원했던 공기 덕에 반죽 온도가 안정적이었고 발효도 예측 가능했어요.여름 새벽은 여름 반죽의 친구였어요. 근데 9월이 되면 새벽 공기가 서서히 달라져요.25도였던 새벽이 22도가 되고,어느 날 아침엔 20도까지 떨어져요.이 3~5도 차이가 반죽에겐 큰 변화예요. 같은 레시피로 반죽을 만들었는데어제와 다른 결과가 나와요.여름 내내 65% 가수율로 잘 되던 반죽이 9월 되면 살짝 되직해져요. 밀가루도 공기 중 습도를 덜.. 더보기 오븐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 - 굽기가 완성되는 마지막 순간 반죽이 오븐에 들어가는 순간 저는 카운트다운을 시작해요.25분. 이 시간 동안 오븐 안에서는 정말 많은 일이 벌어져요.저는 그 앞에 조용히 서서 오븐 창을 들여다보곤 해요.가끔 이 시간을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어요. 처음 3분 반죽이 급격히 부풀어요.이걸 오븐 스프링 이라고 해요. 오븐 열이 반죽 안으로 스며들면서안의 공기와 이스트가 만든 가스가 한꺼번에 팽창해요.이 3분이 사실 굽기의 가장 극적인 순간이에요.반죽 표면은 아직 부드러운데안에서 밀어올리는 힘이 빵의 최종 볼륨을 결정해요. 5~7분 표면이 서서히 마르기 시작해요.수분이 증발하면서 크러스트가 형성돼요. 이때 오븐 문을 열면 안 돼요.찬 공기가 들어가는 순간 반죽이 놀라서 주저앉거든요.오븐 창으로만 조용히 보는 게 규칙이에요.. 더보기 8월 여름, 새벽 4시의 주방 - 폭염 속에서도 빵을 굽는 이유 낮에는 35도가 넘어가는 8월 한여름.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5분도 서 있기 힘든 계절이에요.이런 날씨에 왜 굳이 빵을 굽나 싶으실 수도 있어요. 저도 그런 생각을 해요."이 더위에 오븐까지 켜야 하나."그런데도 새벽 4시가 되면 저는 어김없이 주방에 서 있어요. 새벽 4시의 주방은 낮과 완전히 다른 공간이에요.밖은 아직 어둡고, 공기는 시원해요.에어컨 없이도 실온이 25도 정도로 유지돼요. 이 시간에 반죽을 시작하면 발효가 안정적으로 진행돼요.여름 반죽에게는 새벽이 최고의 친구예요. 물이 시원해요.수돗물이 낮보다 3~4도 낮게 나와요.밀가루도 밤새 시원해진 상태고 버터도 딱 좋은 온도에 있어요. 이 모든 재료가 낮에는 30도 넘게 데워져 있어요.같은 재료인데도 새벽에는 완전히 다른 존재예요. 밖에서 새.. 더보기 르방을 살리는 일 - 매일 반복하는 작은 의식 매일 아침 제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어요.주방에 들어가서 유리병 하나를 확인하는 일. 그 안에는 르방이 살고 있어요.밀가루와 물로만 키워낸 자가효모. 거품이 얼마나 올라와 있는지,표면이 어떻게 변했는지,새콤한 향이 나는지.살아있는지부터 확인해요. 처음 르방을 만들었던 날을 지금도 기억해요.호밀가루 30g에 물 30g을 섞고 따뜻한 곳에 두었어요.첫날엔 아무 변화도 없었어요. 둘째 날에도 그대로."이게 되는 게 맞나."이런 생각이 여러 번 스쳤어요. 셋째 날 아침에 열어봤을 때 표면에 아주 작은 기포가 몇 개 보였어요.그날 이후로 하루에 두 번씩 밥을 주기 시작했어요.같은 양의 밀가루와 물.하루하루 정말 조심스럽게 다뤘어요. 5일째 되던 날 아침이었어요.병 안이 두 배 가까이 부풀어 있었고 표면엔 반.. 더보기 꿀의 얼굴 - 아카시아 꿀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빵에 꿀을 넣을 때"꿀은 다 같은 꿀이지"그렇게 생각한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어요.레시피에 "꿀 30g" 이라고 적혀 있으면집에 있는 아무 꿀이나 그대로 넣었어요.수확 시기가 다르든,꽃이 다르든 그건 별로 신경 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어느 날.한 선배가 저한테 꿀 네 병을 나란히 놓아주셨어요.아카시아 꿀밤꿀잡화꿀유채꿀"같은 레시피, 꿀만 바꿔서 각각 구워봐."솔직히 그때는 큰 차이가 안 날 거라 생각했어요.같은 밀가루, 같은 이스트, 같은 온도, 같은 시간.꿀만 바뀌었을 뿐인데 얼마나 달라지겠나 싶었어요. 오븐에서 나온 네 개의 빵을 나란히 놓았을 때저는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어요.색이 다 달랐어요.아카시아 꿀로 만든 건 은은한 밝은 갈색밤꿀로 만든 건 진한 갈색, 거의 캐러멜색잡화꿀로 만.. 더보기 ‘건강한 빵’이라는 말에 대해 - 우리가 생각하는 기준 처음 이 빵집을 떠올렸을 때,가장 먼저 떠오른 말은 ‘건강한 빵’이었습니다. 어쩌면 너무 익숙하고,그래서 더 쉽게 사용되는 말일지도 모릅니다.그래서일까요.이 말을 꺼낼 때마다조금은 조심스러워집니다. 요즘 ‘건강한’이라는 말은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됩니다. 당을 줄인 빵,칼로리가 낮은 빵,특정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빵. 이런 기준들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담다브레드가 생각하는 ‘건강함’은조금 다른 방향에 있습니다. 단순히 무엇을 ‘빼는 것’이 아니라,어떻게 ‘균형을 맞추는가’에 더 가깝습니다. 덜 달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그로 인해 전체의 맛이 무너지지 않는지,재료를 줄이는 대신다른 방식으로 채워지고 있는지,먹었을 때몸이 부담스럽지 않은지까지 함께 생.. 더보기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