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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굽는 순간들

‘건강한 빵’이라는 말에 대해 - 우리가 생각하는 기준 처음 이 빵집을 떠올렸을 때,가장 먼저 떠오른 말은 ‘건강한 빵’이었습니다. 어쩌면 너무 익숙하고,그래서 더 쉽게 사용되는 말일지도 모릅니다.그래서일까요.이 말을 꺼낼 때마다조금은 조심스러워집니다. 요즘 ‘건강한’이라는 말은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됩니다. 당을 줄인 빵,칼로리가 낮은 빵,특정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빵. 이런 기준들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담다브레드가 생각하는 ‘건강함’은조금 다른 방향에 있습니다. 단순히 무엇을 ‘빼는 것’이 아니라,어떻게 ‘균형을 맞추는가’에 더 가깝습니다. 덜 달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그로 인해 전체의 맛이 무너지지 않는지,재료를 줄이는 대신다른 방식으로 채워지고 있는지,먹었을 때몸이 부담스럽지 않은지까지 함께 생.. 더보기
작은 빵집이 할 수 있는 정직함 - 규모보다 태도의 문제 빵집을 떠올리면요즘은 아주 큰 베이커리들도 많습니다.넓은 공간,다양한 메뉴,하루 종일 채워지는 진열대. 그 모습은 분명 멋지고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줍니다.하지만 그런 곳들을 바라보면서담다브레드는 가끔다른 질문을 하게 됩니다. 작은 빵집은어떤 방식으로 빵을 만들어야 할까.크기보다 중요한 것 작은 빵집은모든 것을 많이 할 수는 없습니다.메뉴도 많지 않을 수 있고,하루에 굽는 양도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조금 더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바로 태도입니다. 어떤 재료를 선택할지,얼마나 신선한 상태로 빵을 내어드릴지,어떤 기준을 포기하지 않을지.이런 결정들은가게의 크기보다빵을 만드는 사람의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 대형 베이커리는많은 사람들에게 빵을 제공해야 .. 더보기
겨울의 끝자락에서 굽는 빵 - 가장 추운 달에 가장 단단해지는 기준 1월의 주방은 유난히 차분합니다.문을 열면 찬 공기가 먼저 들어오고,반죽은 쉽게 움직이지 않습니다.손이 닿는 모든 것이조금씩 더 천천히 반응합니다. 이 계절의 반죽은사람의 조급함을 그대로 드러냅니다.조금만 서두르면 발효는 흐트러지고,조금만 방심하면 온도는 금세 어긋납니다.그래서 겨울의 빵은기술보다 태도를 먼저 묻습니다. 1월의 온도는빵을 만드는 사람에게 늘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지금 기다릴 수 있는가.조금 더 지켜볼 여유가 있는가. 여름처럼 밀어붙일 수 없고,가을처럼 자연에 맡기기도 어렵습니다.이 계절에는 손이 더 많이 개입하게 됩니다.덮어주고, 옮겨주고,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옆에 머문답니다. 겨울 발효는 느립니다.하지만 그 느림 속에서반죽은 스스로 자리를 잡습니다.급하게 부풀지 않는 대신속.. 더보기
빵을 계속 배우는 이유 -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다짐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이 정도면 이제 혼자 해도 되지 않나요?”그럴 때마다잠깐 생각하다가 웃으며 대답하게 됀다.아직은 아니라고. 빵은 알수록 쉬워지지 않았다처음엔하나라도 더 빨리 익히고 싶었다.반죽법, 온도, 시간, 레시피.공식처럼 외우면어느 순간 다 될 줄 알았다.하지만 배우면 배울수록빵은 오히려 더 어렵게 다가왔다.같은 밀가루, 같은 물, 같은 손인데날마다 결과가 달랐고어제의 정답이 오늘은 틀리기도 했다.그때 알게 됐다.빵은 외우는 게 아니라계속 묻는 일이라는 걸. 배움은 기술보다 태도를 바꿨다 수업을 들을수록손기술보다 먼저 바뀐 건마음가짐이었다.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는 법,실패를 바로 버리지 않는 법,빵이 말할 때까지 기다리는 법.배움은나를 더 잘 굽게 만들기보다더 천천히 만들었다.그리고 그.. 더보기
한 덩이의 반죽이 만들어준 관계 - 사람과의 연결 빵을 만든다는 건,언뜻 보면 밀가루와 물, 이스트의 과학 같지만시간이 지날수록 저는 그것이 ‘사람의 일’이라는 걸 더 느낍니다. 한 덩이의 반죽은 언제나 제게 ‘관계’를 가르쳐줍니다.처음 만졌을 때의 서툴던 손끝,함께 반죽을 나누던 동료의 웃음소리,그리고 그 빵을 받아 든 사람의 따뜻한 표정까지~모두가 그 안에 녹아 있습니다. 처음 제빵을 배우던 시절,저는 오로지 ‘빵을 잘 만드는 법’에만 집중했습니다.온도, 시간, 발효율, 굽기…그런데 어느 날함께 수업을 듣던 한 친구가 제게 이렇게 말했죠.“빵은 손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나누는 거야.”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반죽은 혼자서 만들 수 있지만,빵은 결국 누군가에게 건네져야 완성됩니다.함께 구운 빵을 나누던 날의 공기,서로의 노하우를 알려주.. 더보기
올리브 치아바타 실험 후기 - 실패 같았던 하루가 알려준 것들 며칠 전,새로운 빵을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이름하여 ‘올리브 치아바타’.겉은 거칠지만 속은 부드럽고,짭조름한 올리브가 입안 가득 풍미를 남기는 그빵을 떠올리면 늘 마음이 설렜습니다.하지만 막상 만들어보니,생각보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어요. 첫 번째 시도는지나치게 수분이 많았습니다.치아바타 특유의 촉촉함을 살리고 싶어욕심을 부린 탓이었죠.반죽은 손에 찰싹 달라붙고,아무리 접어도 모양이 잡히지 않았습니다.결국 오븐 안에서납작하게 퍼져버린 반죽을 꺼내며 혼자 웃었습니다.‘그래, 오늘은 이 정도면 된 거야.’ 다음 날은 물의 비율을 조금 줄이고,올리브의 염도도 다시 조절했습니다.발효 도중 반죽이 서서히 살아나는 걸 보며“아, 어제의 실패가 헛되지 않았구나”하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올리브 치아바타의 묘미는.. 더보기
“하루의 끝에 굽는 빵” - 고요한 시간의 위로 하루가 저물 무렵,주방 안은 고요해집니다.한동안 울리던 반죽기 소리도 멎고,따뜻한 오븐 불빛만이 벽에 그림자를 드리웁니다.모든 일이 잠시 멈춘 그 시간,저는 다시 빵을 굽습니다. 누군가는 아침을 위해 굽고,저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굽습니다.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죠.아침의 빵이 활기와 시작을 위한 것이라면,밤의 빵은 하루의 무게를 덜어내는 과정입니다. 하루 종일 손을 움직였던 그 손으로마지막 반죽을 다듬으며 생각합니다.“오늘의 나는 어떤 마음으로 빵을 만들었을까.”빵이 익어가는 냄새 속에는,기쁨도, 피로도, 작은 후회도 함께 섞여 있습니다. 그 냄새가 퍼질 때마다마음 한쪽이 조금씩 풀립니다.누군가를 위해 굽는 빵이지만,그 순간만큼은 제 자신을 위해 굽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은 그런 생각을 했습.. 더보기
“쉬어가는 시간도 반죽의 일부다” - 멈춤이 주는 힘 반죽을 하다 보면,어느 순간 손이 멈춘다.처음에는단지 팔이 아파서 쉬는 줄 알았다.하지만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그 멈춤의 시간,바로 그때 빵이 숨을 쉬기 시작한다는 것을.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쉬어가기’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치대고, 당기고, 접어 올리며 긴장했던 반죽 속에온기가 스며들고,밀가루와 물, 소금, 효모가서로를 알아가는 순간이기도 하다.사람의 손이 멈추면,반죽은 스스로의 리듬으로 움직인다.그 고요한 시간 속에서반죽은 자신만의 결을 만들고, 또 단단해진다. 이 시간을 무시하고 서두르면,겉은 그럴듯해도속은 허무한 빵이 된다.빵뿐만 아니라사람도 그렇지 않을까?쉬어야 다시 단단해지고,잠시 멈춰야 다음 걸음을 내디딜 힘이 생긴다. 나는 오븐 옆에서 그 사실을 자주 떠올린다.열기와 소음 속에서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