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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굽는 순간들

한 덩이의 반죽이 만들어준 관계 - 사람과의 연결

 

빵을 만든다는 건,
언뜻 보면 밀가루와 물, 이스트의 과학 같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저는 그것이 ‘사람의 일’이라는 걸 더 느낍니다.

 

 

한 덩이의 반죽은 언제나 제게 ‘관계’를 가르쳐줍니다.

처음 만졌을 때의 서툴던 손끝,
함께 반죽을 나누던 동료의 웃음소리,
그리고 그 빵을 받아 든 사람의 따뜻한 표정까지~
모두가 그 안에 녹아 있습니다.

 

처음 제빵을 배우던 시절,
저는 오로지 ‘빵을 잘 만드는 법’에만 집중했습니다.
온도, 시간, 발효율, 굽기…
그런데 어느 날

함께 수업을 듣던 한 친구가 제게 이렇게 말했죠.
“빵은 손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나누는 거야.”
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반죽은 혼자서 만들 수 있지만,
빵은 결국 누군가에게 건네져야 완성됩니다.
함께 구운 빵을 나누던 날의 공기,
서로의 노하우를 알려주던 작은 대화,
그리고 실패한 반죽을 보며 함께 웃던 순간들~
그 모든 것이 제게는 ‘담다브레드’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빵을 굽는 일이 제 일상이 되자,
이제는 반죽을 보며 ‘사람’을 떠올립니다.
오늘 이 빵을 누가 먹을까,
그 사람의 하루는 어떤 냄새와 함께 시작될까.
그렇게 생각하며 반죽을 만지면
손끝이 자연스레 더 부드러워집니다.

 

 

빵은 결국 사람을 잇는 매개체입니다.
밀가루와 물이 만나 반죽이 되듯,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마음이 이어집니다.
서로 다른 온도와 속도를 가진 이들이
하나의 식탁에서 빵을 나눌 때,
그 따뜻한 순간이야말로 제게 ‘굽는 이유’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반죽을 만지며 다짐합니다.
빵을 만드는 일은 단순한 손의 노동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작은 연결의 일이라는 것을요.

한 덩이의 반죽 안에
이토록 많은 인연이 스며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저는 빵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진심으로.

 

 

그리고 언젠가 담다브레드의 식탁에도
따뜻한 관계의 향이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