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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굽는 순간들

올리브 치아바타 실험 후기 - 실패 같았던 하루가 알려준 것들

 

며칠 전,

새로운 빵을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름하여 ‘올리브 치아바타’.
겉은 거칠지만 속은 부드럽고,

짭조름한 올리브가 입안 가득 풍미를 남기는 그

빵을 떠올리면 늘 마음이 설렜습니다.
하지만 막상 만들어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어요.


 

 

첫 번째 시도는

지나치게 수분이 많았습니다.
치아바타 특유의 촉촉함을 살리고 싶어

욕심을 부린 탓이었죠.
반죽은 손에 찰싹 달라붙고,

아무리 접어도 모양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결국 오븐 안에서

납작하게 퍼져버린 반죽을 꺼내며 혼자 웃었습니다.
‘그래, 오늘은 이 정도면 된 거야.’

 

 

다음 날은 물의 비율을 조금 줄이고,

올리브의 염도도 다시 조절했습니다.
발효 도중 반죽이 서서히 살아나는 걸 보며
“아, 어제의 실패가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올리브 치아바타의 묘미는

소금과 올리브의 균형에 있습니다.
올리브는

그 자체로 짭조름하지만,

빵 속에서 만나면 염도보다 향이 먼저 퍼집니다.

그래서 단순한 반죽보다 한결 깊은 풍미를 만들어주죠.
반면 소금이 과하면

모든 향이 묻히고, 적으면 밋밋해집니다.
그 미묘한 균형을 찾는 게

이번 실험의 가장 큰 숙제였습니다.

 

마지막 시도에서는

오븐 앞에서 유난히 오랜 시간을 서 있었습니다.
돌판 위에 올려진 반죽이

천천히 부풀어 오르며
올리브 향이 고소한 밀냄새와 섞여 퍼질 때,
그 순간이

바로 ‘빵이 살아 있는 시간’이란 걸 다시 느꼈습니다.

 

 


 

 

결과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평온했습니다.
겉은 약간 더 단단했고,

올리브가 조금 많이 들어갔지만
한입 베어무는 순간,

짭조름한 향과 부드러운 속살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이게 바로 내가 만들고 싶던 맛이야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배운 건

단순한 레시피가 아니라
"균형은 감각으로 배우는 것"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숫자로 정해지지 않는 미묘한 차이,
그건 결국 빵을

오래 바라보고, 느끼고, 기다리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세계였죠.

 


 

담다브레드가 추구하는 빵은 이런 것입니다.
완벽함보다 진심이 담긴 과정,
한 번의 실패보다 다시 일어서는 손의 온기.

 

올리브 치아바타는

결국 완성되지 않은 채로 끝났지만,
그 하루는 제게 가장 완전한 수업이 되어주었습니다.
아마 다음번에는 조금 더 나은 균형을 찾겠죠.
그게 제가 빵을 계속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