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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다브레드 이야기

우리는 무엇을 덜어내기로 했을까요 - 넣는 기술보다 빼는 선택 빵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무언가를 더하는 일이 늘 성장처럼 느껴졌습니다. 더 많은 재료,더 화려한 장식,더 특별한 기술. 배울수록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나니까요.그래서 한동안은좋은 빵이란 많이 담긴 빵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조금 다른 질문이 생겼습니다.“정말 이것이 다 필요할까?”넣는 것보다 어려운 일 빵에는 얼마든지 무언가를 더할 수 있습니다.크림을 올리고, 토핑을 얹고,새로운 재료를 섞으면맛은 즉각적으로 풍성해집니다.하지만 덜어내는 순간,숨길 것이 사라집니다. 반죽의 상태,발효의 균형,굽는 사람의 태도까지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그래서 ‘빼는 선택’은생각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담다브레드가 덜어내기로 한 것들담다브레드는 조금씩 정리해가고 있습니다.필요 이상으로.. 더보기
담다브레드다운 빵이란 무엇일까요 - 흉내가 아닌 해석 요즘은 전 세계의 빵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해외 유명 베이커리의 스타일도,유행하는 메뉴도 금방 공유됩니다. 저 역시 많이 보고,배우고, 감탄합니다.그런데 늘 마음속에 남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참고는 하되, 따라 하지는 않겠습니다프랑스의 깊은 풍미,일본의 정돈된 디테일,독일의 묵직한 생활성,이탈리아의 단순한 자신감. 이 모든 것은 분명 배울 점이 있습니다.하지만 그대로 옮겨오는 순간그 빵은 담다브레드의 빵이 아니게 됩니다. 저는 흉내보다 해석을 택하고 싶습니다.겉모양이 아니라그 안에 담긴 태도를 이해하는 쪽으로요. 유행은 지나가도 기준은 남습니다소금빵이 유행하면 소금빵을 보고,새로운 식재료가 사랑받으면 그 이유를 살펴봅니다. 하지만 늘 스스로에게 묻.. 더보기
기준이 메뉴가 되는 순간 - 생각이 레시피로 바뀌는 과정 그동안 저는 여러 나라의 빵을 보며‘좋은 빵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오래 붙들고 있었습니다. 기다림을 배웠고,섬세함을 보았고,생활 속에서 오래 먹히는 힘을 느꼈고,재료를 믿는 태도까지 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기준은 언제 빵이 될까요?생각으로만 남아 있다면아직 담다브레드의 빵은 아니지 않을까요. 철학은 주방에서 시험을 받습니다‘기다리겠다’는 다짐은발효 시간을 줄이지 않는 선택으로 바뀌어야 하고, ‘재료를 믿겠다’는 말은원가보다 원재료를 먼저 고민하는 결정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매일 먹어도 괜찮은 빵’을 만들겠다는 기준은버터의 양, 당도의 균형,소화가 편안한지까지 점검하는 과정으로 구체화되어야 합니다. 그제야 비로소생각은 레시피가 됩니다. 메뉴는 갑자기 탄생하지 않.. 더보기
새해에도 빵은 갑자기 달라지지 않는다 - 목표보다 루틴을 믿기로 한 이유 새해가 되면 무엇이든 새로워질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하지만 작업대 앞에 서면그 기대는 금세 현실로 돌아오지요.반죽은 여전히 같은 밀가루로 시작되고,손의 움직임도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빵은 새해라고 해서갑자기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올해는큰 목표보다 루틴을 믿기로 했습니다.더 많은 빵을 굽겠다는 다짐보다,매일 같은 시간에 반죽을 만지는 일.완벽한 결과보다,기본을 반복하는 하루. 제빵을 배우며 알게 된 것은성장은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어느 날 갑자기 손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어제와 같은 동작을 오늘도 했을 때조금씩 쌓이는 감각. 새해 다짐은 종종지금의 나를 부정하는 데서 시작합니다.하지만 빵은 그렇지 않습니다.어제의 반죽 위에오늘의 시간이 더해질 뿐입니다. .. 더보기
1월에 다시 펼쳐보는 노트 한 권 - 지난 해의 기록과 올해의 방향 1월이 되면 자연스럽게 노트 한 권을 다시 펼치게 됩니다.새 노트를 꺼내기보다는,지난 해에 쓰다 만 페이지들을 먼저 넘겨보지요. 빵을 배우며 남긴 메모들,반죽 비율 옆에 적힌 짧은 감정,잘 되지 않았던 날에 그어놓은 작은 표시들.이 노트는 계획서라기보다시간이 쌓인 기록에 가깝습니다. 처음에는 성공한 것만 적으려 했어요.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실패한 날의 메모가 더 많아지게 되었지요.“수분 과다”,“기다리지 못함”,“오늘은 마음이 급했다.”기술적인 기록 사이에사람의 상태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1월에 다시 읽어보면그 메모들이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오히려 그때는 몰랐던 이유들이이제야 또렷해집니다.왜 그 반죽이 말을 듣지 않았는지,왜 그날의 빵이 마음에 남지 않았는지. 이 노트는잘한 것을 확인.. 더보기
유행 빵을 담다브레드 식으로 만든다면 - 트렌드와 철학 사이에서의 선택 만약 요즘 유행하는 빵을담다브레드 식으로 만든다면,아마 먼저 레시피를 펼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신 이런 질문부터 해볼 것 같습니다.이 빵을 왜 만들고 싶은지,이 유행 속에서 꼭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 유행하는 빵들은 대체로 분명한 장점이 있습니다.눈에 띄고,기억에 남고,한 입에 설명되는 매력이 있습니다.두바이 쫀득 쿠키의 질감,나가사키 카스테라의 단정함처럼 말이죠. 하지만 담다브레드라면그 매력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조금 천천히 옆에서 바라볼 것 같습니다. 쫀득함이 유행이라면그 식감을 더 세게 만들기보다는왜 사람들이 그 식감을 좋아하는지부터 생각할 것입니다.빠르게 사라지지 않고,입 안에 잠시 머무는 감각.그 ‘머무름’을 어떻게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달콤함이 포인트라면당도를 높이는 대신재.. 더보기
겨울 빵이 더 따뜻한 이유 - 차가운 계절이 빵 맛에 남기는 것 겨울에 빵을 굽다 보면같은 레시피라도 맛이 조금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분명 재료는 같고,과정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빵을 꺼내는 순간의 공기와 온도가그 맛에 다른 결을 남깁니다. 차가운 계절은 주방을 더 조용하게 만듭니다.여름처럼 반죽이 급하게 움직이지 않고,발효는 한 박자 느려집니다.그 느림 덕분에반죽은 더 많은 시간을 버티고,맛은 조금 더 깊어질 여유를 얻게 되지요. 겨울의 주방에서는오븐의 불빛이 유난히 선명합니다.차가운 공기 속에서따뜻한 열이 퍼질 때,그 온도 차이가 몸으로 먼저 느낄수가 있습니다.그래서인지 빵을 굽는 사람도자연스럽게 더 집중하게 되지요.문을 닫고,소리를 줄이고,손의 감각에 귀를 기울이게 되지요. 겨울 빵이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단순히 온도 때문만은 아닙니다.차가운 계절일.. 더보기
새해에도 변하지 않는 기준 - 2026년 담다브레드가 지키고 싶은 한 가지 새해가 되면 자연스럽게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올해는 무엇을 더 할지,어디까지 가고 싶은지,어떤 모습을 그리고 있는지. 하지만 2026년을 맞이하며 나는목표보다 먼저 기준을 떠올리게 됩니다.얼마나 많이 굽느냐보다,어떤 마음으로 굽고 싶은지가더 중요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담다브레드가새해에도 지키고 싶은 한 가지는 단순합니다.빵을 만들기 전에, 이유를 먼저 묻는 것.이 빵이 왜 필요한지,누구를 위한 것인지,지금 이 시기에 어울리는지. 조금 느려지더라도그 질문을 건너뛰지 않는 것이올해 내가 스스로에게 정한 기준입니다. 제빵을 배우며 알게 된 사실은기술은 빠르게 늘 수 있지만,기준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무엇을 만들지보다무엇을 만들지 않기로 할지 결정하는 일이오히려 더 어렵고 중요합니다. 그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