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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다브레드 이야기

새해에도 빵은 갑자기 달라지지 않는다 - 목표보다 루틴을 믿기로 한 이유 새해가 되면 무엇이든 새로워질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하지만 작업대 앞에 서면그 기대는 금세 현실로 돌아오지요.반죽은 여전히 같은 밀가루로 시작되고,손의 움직임도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빵은 새해라고 해서갑자기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올해는큰 목표보다 루틴을 믿기로 했습니다.더 많은 빵을 굽겠다는 다짐보다,매일 같은 시간에 반죽을 만지는 일.완벽한 결과보다,기본을 반복하는 하루. 제빵을 배우며 알게 된 것은성장은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어느 날 갑자기 손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어제와 같은 동작을 오늘도 했을 때조금씩 쌓이는 감각. 새해 다짐은 종종지금의 나를 부정하는 데서 시작합니다.하지만 빵은 그렇지 않습니다.어제의 반죽 위에오늘의 시간이 더해질 뿐입니다. .. 더보기
1월에 다시 펼쳐보는 노트 한 권 - 지난 해의 기록과 올해의 방향 1월이 되면 자연스럽게 노트 한 권을 다시 펼치게 됩니다.새 노트를 꺼내기보다는,지난 해에 쓰다 만 페이지들을 먼저 넘겨보지요. 빵을 배우며 남긴 메모들,반죽 비율 옆에 적힌 짧은 감정,잘 되지 않았던 날에 그어놓은 작은 표시들.이 노트는 계획서라기보다시간이 쌓인 기록에 가깝습니다. 처음에는 성공한 것만 적으려 했어요.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실패한 날의 메모가 더 많아지게 되었지요.“수분 과다”,“기다리지 못함”,“오늘은 마음이 급했다.”기술적인 기록 사이에사람의 상태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1월에 다시 읽어보면그 메모들이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오히려 그때는 몰랐던 이유들이이제야 또렷해집니다.왜 그 반죽이 말을 듣지 않았는지,왜 그날의 빵이 마음에 남지 않았는지. 이 노트는잘한 것을 확인.. 더보기
유행 빵을 담다브레드 식으로 만든다면 - 트렌드와 철학 사이에서의 선택 만약 요즘 유행하는 빵을담다브레드 식으로 만든다면,아마 먼저 레시피를 펼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신 이런 질문부터 해볼 것 같습니다.이 빵을 왜 만들고 싶은지,이 유행 속에서 꼭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 유행하는 빵들은 대체로 분명한 장점이 있습니다.눈에 띄고,기억에 남고,한 입에 설명되는 매력이 있습니다.두바이 쫀득 쿠키의 질감,나가사키 카스테라의 단정함처럼 말이죠. 하지만 담다브레드라면그 매력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조금 천천히 옆에서 바라볼 것 같습니다. 쫀득함이 유행이라면그 식감을 더 세게 만들기보다는왜 사람들이 그 식감을 좋아하는지부터 생각할 것입니다.빠르게 사라지지 않고,입 안에 잠시 머무는 감각.그 ‘머무름’을 어떻게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달콤함이 포인트라면당도를 높이는 대신재.. 더보기
겨울 빵이 더 따뜻한 이유 - 차가운 계절이 빵 맛에 남기는 것 겨울에 빵을 굽다 보면같은 레시피라도 맛이 조금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분명 재료는 같고,과정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빵을 꺼내는 순간의 공기와 온도가그 맛에 다른 결을 남깁니다. 차가운 계절은 주방을 더 조용하게 만듭니다.여름처럼 반죽이 급하게 움직이지 않고,발효는 한 박자 느려집니다.그 느림 덕분에반죽은 더 많은 시간을 버티고,맛은 조금 더 깊어질 여유를 얻게 되지요. 겨울의 주방에서는오븐의 불빛이 유난히 선명합니다.차가운 공기 속에서따뜻한 열이 퍼질 때,그 온도 차이가 몸으로 먼저 느낄수가 있습니다.그래서인지 빵을 굽는 사람도자연스럽게 더 집중하게 되지요.문을 닫고,소리를 줄이고,손의 감각에 귀를 기울이게 되지요. 겨울 빵이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단순히 온도 때문만은 아닙니다.차가운 계절일.. 더보기
새해에도 변하지 않는 기준 - 2026년 담다브레드가 지키고 싶은 한 가지 새해가 되면 자연스럽게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올해는 무엇을 더 할지,어디까지 가고 싶은지,어떤 모습을 그리고 있는지. 하지만 2026년을 맞이하며 나는목표보다 먼저 기준을 떠올리게 됩니다.얼마나 많이 굽느냐보다,어떤 마음으로 굽고 싶은지가더 중요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담다브레드가새해에도 지키고 싶은 한 가지는 단순합니다.빵을 만들기 전에, 이유를 먼저 묻는 것.이 빵이 왜 필요한지,누구를 위한 것인지,지금 이 시기에 어울리는지. 조금 느려지더라도그 질문을 건너뛰지 않는 것이올해 내가 스스로에게 정한 기준입니다. 제빵을 배우며 알게 된 사실은기술은 빠르게 늘 수 있지만,기준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무엇을 만들지보다무엇을 만들지 않기로 할지 결정하는 일이오히려 더 어렵고 중요합니다. 그래.. 더보기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남은 반죽들 - 끝내 굽지 못한 생각과 배운 것들 한 해의 끝에 서면,작업대 위를 한 번 더 바라보게 됩니다.오늘 굽지 않은 반죽은 없는지,마음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 생각은 무엇인지. 올해도 나는 많은 반죽을 만졌습니다.손에 익숙해진 것도 있었고,끝내 원하는 결을 만들지 못한 것도 있었지요.어떤 반죽은 오븐에 들어가기 전에 접어두었고,어떤 생각은 아직 꺼내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모두 굽지 못한 것이 꼭 실패는 아니었습니다.시간이 부족했던 날도 있었고,아직 내 손이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날도 있었지요.그때는 아쉬움으로 남았지만,지금 생각해보면 그 반죽들은 나에게‘아직’이라는 시간을 알려준 것 같았습니다. 빵을 만들며 배운 가장 큰 깨달음 중 하나는모든 반죽이 같은 날,같은 속도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급하게 굽.. 더보기
겨울 주방의 풍경 -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오븐 사이 겨울 주방은문을 여는 순간부터 다릅니다.차가운 공기가 먼저 들어오고,그 뒤를 따라오븐의 열이 천천히 공간을 채웁니다. 이 계절의 주방은늘 두 가지 온도가 공존합니다. 손은 차갑고,반죽은 평소보다 느리게 움직입니다.물의 온도를 조금 더 살피고,반죽이 놀라지 않도록손길도 자연스럽게 조심스러워져요. 겨울에는빵이 사람을 시험하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조금만 서두르면 바로 티가 나고,조금만 방심해도반죽은 제 속도를 잃어버리죠. 그래서 겨울 주방에서는자연스럽게 천천히 일하게 됩니다. 오븐의 불이 켜지면주방의 분위기도 달라집니다.차가웠던 공기 사이로따뜻한 열이 번지고,빵이 굽히는 소리와 향이조용히 공간을 채워요. 그 순간만큼은겨울도 잠시 멈춰 있는 것 같습니다. 겨울은기다림이 자연스러운 계절입니다.빵도,.. 더보기
잘 팔리는 빵보다 오래 먹는 빵 - 담다브레드가 선택한 방향 빵을 배우다 보면한 번쯤 이런 질문을 듣게 됩니다. “이 빵, 잘 팔려요?” 처음엔 그 말이조금은 낯설게 느껴졌습니다.빵의 맛이나 과정이 아니라결과부터 묻는 것 같았거든요. 물론 빵집에게‘잘 팔리는 빵’은 중요합니다.현실적인 이유도 있고,사람들이 찾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담다브레드는그 질문 뒤에다른 질문 하나를 더 얹어봅니다. “이 빵, 오래 먹어도 괜찮을까?” 처음 먹었을 때 화려한 빵은 많습니다.버터 향이 진하고,달콤함이 빠르게 다가오는 빵들.하지만 매일 먹기에는조금은 부담스러울 때도 있죠. 담다브레드가 만들고 싶은 빵은한 번에 눈길을 끄는 빵보다는며칠, 몇 달이 지나도다시 생각나는 빵입니다. 그래서 재료를 고를 때도,배합을 정할 때도항상 기준은 같습니다. 과하지 않을 것..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