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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다브레드 이야기

“손이 먼저 알고 있는 것들” - 기술보다 중요한 감각에 대하여 제빵을 배우다 보면어느 순간부터‘기술’보다 ‘감각’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순간이 찾아옵니다.레시피에는 정확한 숫자가 적혀 있고,강의에서는 단계가 명확하게 설명되지만,실제 빵을 만드는 자리에서는 늘 손이 먼저 반응합니다. 반죽을 집어 올렸을 때의 온도,밀가루와 물이 섞이기 시작할 때의 질감,발효가 어느 정도 왔는지 손바닥에 닿는 공기의 느낌,이 모든 것은 설명을 듣기보다직접 만져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처음 담다브레드를 준비할 때나 역시 숫자와 이론에만 의지했습니다.“수분율은 정확히 몇 %, 반죽은 몇 분, 발효는 몇 시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지요같은 레시피라도 날씨가 다르면반죽의 숨결이 달라지고,밀가루의 상태가 미묘하게 변하면손끝에 전달되는 반응도 달라진다는 것을. 그래서 .. 더보기
언젠가 담다브레드에 오게 될 당신에게 -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빵집에서 전하는 편지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어떤 빵집을 마음속에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간판도 없고,주소도 없고,오픈 날짜조차 정해지지 않은 작은 공간.하지만 그곳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반죽을 배우고, 실패한 빵을 버리고,더 깊은 맛을 고민하는 시간 속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습니다. 담다브레드는 거창한 빵집을 꿈꾸지 않습니다.사람들이 한번에 몰려드는 인기 대신,한 사람의 마음에 오래 남는 빵을 굽고 싶습니다. 오래된 곡식처럼, 천천히 자라는 느린 준비.반죽이 발효되듯, 시간이 스며드는 과정.그 시간 속에서 하나씩 만들어지는 공간과 온기.그게 담다브레드의 방식입니다. 언젠가 당신이 이곳에 찾아오게 된다면,그날도 아마 아주 특별하지는 않을 겁니다.화려한 쇼케이스도, 유명한 디저트도 없을지 모.. 더보기
나는 왜 건강한 빵을 선택했을까 - 담다브레드가 굽고 싶은 빵의 이유 처음부터 건강한 빵을 구워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습니다.그냥 ‘빵이 좋았다’는 단순한 마음에서 시작됐습니다.버터의 향, 반죽의 온기, 오븐 앞에 서 있을 때의 설렘.그 모든 감각들이 너무 좋아서, 빵이라는 세계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런 질문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나는 어떤 빵을 만들고 싶은 걸까?그리고 그 빵은 누구에게 닿을까? 답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먹이고 싶은 빵.가볍게 먹어도 괜찮은 빵,먹고 나서 마음이 편안한 빵,하루를 무겁게 하지 않는 빵. 밀을 어떤 방식으로 갈아냈는지,발효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버터와 소금이 어디에서 왔는지,그것들을 알고 싶어졌고,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건강한 빵은 ‘다이어트 빵’이 아니라,‘정직하.. 더보기
가게를 열기 전, 매일 하는 연습 - 아직 문을 열지 않았지만, 이미 시작된 하루들 담다브레드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간판도 없고, 아직 오븐을 구비한 작업실도 없습니다.하지만, 빵을 향한 하루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습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밤,작은 반죽 한 덩이를 꺼내어 손끝으로 만져봅니다.온도는 적당한지, 수분은 잘 머금었는지,오늘의 내 상태와 반죽은 얼마나 닮아 있는지 살핍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아직 빵집은 없잖아요. 나중에 해도 되지 않아?”하지만 저는 압니다.공간이 생긴다고, 준비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익히는 시간은, 가게가 생기기 전부터 쌓여야 한다는 걸. 작은 오븐에서 굽는 제한된 양의 빵.늘 같은 재료지만, 매일 조금씩 다른 결과.때로는 너무 굽고, 때로는 다 익기 전 꺼내버리고,오늘의 실패는 내일의 감각이 됩니다. 연습은 기술을 쌓는 일.. 더보기
하루 한 번, 반죽을 느끼는 시간 - 손끝에서 배워가는 집중의 기술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손끝으로 반죽을 느낍니다.습도에 따라, 온도에 따라,반죽은 매일 다른 표정을 짓지요.손끝에 닿는 질감이 단단한 날도 있고,물처럼 흐를 듯 부드러운 날도 있습니다.그 미묘한 차이를 느끼는 것이이제는 제 하루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반죽을 치대는 그 짧은 시간 동안,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이 하나씩 가라앉습니다.손의 움직임에만집중하다 보면,반죽과 제가 같은 리듬으로 호흡하고 있다는 걸 느끼죠.그 순간엔 오로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감각이 살아납니다. 처음엔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고 싶었습니다.정해진 시간 안에 반죽을 끝내야 하고,정확한 온도와 수분 비율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죠.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빵은 숫자로만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요.기록보다 더 중요한 건 손의 기억.. 더보기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빵집 - 담다브레드가 꿈꾸는 로컬의 온기 빵을 굽는 일은결국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는 걸 점점 더 느낍니다.밀가루와 물, 소금만으로시작한 반죽이 시간이 지나 부풀어 오르듯,하루하루 작은 인연들이 쌓이며‘지역’이라는 더 큰 반죽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처음 담다브레드를 떠올렸을 때,제 마음속에는 이런 그림이 있었습니다.한적한 동네 길가에 자리한 작은 공방,그 안에서갓 구운 빵 냄새가 바람을 타고 골목을 채우고,동네 어르신은산책하다가 들러 인사를 건네고,아이들은 학교 가는 길에 들러“오늘은 뭐 굽고 있어요?”하고 묻는 그런 풍경이요. 빵집이 단지 ‘빵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사람과 지역이 서로 연결되는 따뜻한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로컬’이라는 단어가 자주 들리지만,담다브레드에게 로컬은특별한 전략이 아니라 일.. 더보기
“밀가루 대신 마음을 반죽한다면” - 재료보다 중요한 것 빵을 만들다 보면,종종 이런 생각이 듭니다.‘좋은 재료로 만들면 좋은 빵이 될까?’물론 재료는 중요합니다.밀가루의 품질,버터의 향,소금의 농도,이 모든 것이 빵의 맛과 식감을 결정짓죠.하지만 오래 반죽하다 보면그보다 더 미묘한 무언가가 있다는 걸 느낍니다.같은 레시피,같은 재료로 만들어도누가 만들었느냐에 따라 빵의 온기가 다릅니다.그 차이는 아마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공방 수업에서 한 제빵 지망생이 물었습니다.“선생님, 반죽이 이상하게 오늘따라 말을 안 들어요.”그날 그녀는 꽤 지쳐 보였고,손끝의 힘도 평소보다 약했습니다.저는 그 반죽을 살짝 만져보다가 웃으며 말했습니다.“오늘 마음이 바쁜가 봐요. 반죽이 그걸 그대로 느꼈네요.” 반죽은 사람의 손끝 온도를 기억합니다.조급하면 표면이 거.. 더보기
“추석 이후의 식탁” - 가족, 그리고 나눔의 온기 명절이 지나고 나면,집 안은 한결 조용해진다.북적이던 식탁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남은 전과 과일, 송편 몇 개가명절의 흔적처럼 남아 있다.하지만 그 잔잔한 풍경 속에서나는 늘 ‘빵 굽는 마음’을 떠올린다. 빵을 굽는다는 건어쩌면 명절의 마음을 일상으로 이어가는 일이다.누군가를 위해 준비하고,기다리고, 나누는 그 과정 자체가가족의 식탁과 닮아 있다.오븐 속에서부풀어 오르는 반죽을 바라보는 시간은솥 위에서 보글보글 끓던 명절 음식의 냄새와 겹쳐진다. 추석이 지나면,나는 남은 재료로 새로운 빵을 구워본다.밤, 단호박, 무화과, 쌀가루 같은 재료들.계절의 풍성함이남긴 흔적들을 버리지 않고,다시 새로운 맛으로이어가는 그 시간은마치 식탁 위의 온기를 다시 살려내는 일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빵은,끝이 아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