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주방은
문을 여는 순간부터 다릅니다.
차가운 공기가 먼저 들어오고,
그 뒤를 따라
오븐의 열이 천천히 공간을 채웁니다.
이 계절의 주방은
늘 두 가지 온도가 공존합니다.

손은 차갑고,
반죽은 평소보다 느리게 움직입니다.
물의 온도를 조금 더 살피고,
반죽이 놀라지 않도록
손길도 자연스럽게 조심스러워져요.
겨울에는
빵이 사람을 시험하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조금만 서두르면 바로 티가 나고,
조금만 방심해도
반죽은 제 속도를 잃어버리죠.
그래서 겨울 주방에서는
자연스럽게 천천히 일하게 됩니다.
오븐의 불이 켜지면
주방의 분위기도 달라집니다.
차가웠던 공기 사이로
따뜻한 열이 번지고,
빵이 굽히는 소리와 향이
조용히 공간을 채워요.
그 순간만큼은
겨울도 잠시 멈춰 있는 것 같습니다.
겨울은
기다림이 자연스러운 계절입니다.
빵도, 사람도
조금 더 머무는 법을 배우는 시간.
그래서 이 계절에 구운 빵은
유난히 차분하고,
괜히 더 마음에 남습니다.
담다브레드는
겨울 주방의 이 느린 리듬을 좋아합니다.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오븐 사이에서
오늘도 빵은
자기 속도로 익어갑니다.

그 속도를 존중하는 것,
그게 이 계절에
빵을 굽는 사람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차가운 계절 속에서도
빵이 전해줄 온기를 믿으며,
오늘도 주방의 불을 켭니다.
조용히,
그리고 따뜻하게.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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