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제빵 썸네일형 리스트형 르방을 살리는 일 - 매일 반복하는 작은 의식 매일 아침 제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어요.주방에 들어가서 유리병 하나를 확인하는 일. 그 안에는 르방이 살고 있어요.밀가루와 물로만 키워낸 자가효모. 거품이 얼마나 올라와 있는지,표면이 어떻게 변했는지,새콤한 향이 나는지.살아있는지부터 확인해요. 처음 르방을 만들었던 날을 지금도 기억해요.호밀가루 30g에 물 30g을 섞고 따뜻한 곳에 두었어요.첫날엔 아무 변화도 없었어요. 둘째 날에도 그대로."이게 되는 게 맞나."이런 생각이 여러 번 스쳤어요. 셋째 날 아침에 열어봤을 때 표면에 아주 작은 기포가 몇 개 보였어요.그날 이후로 하루에 두 번씩 밥을 주기 시작했어요.같은 양의 밀가루와 물.하루하루 정말 조심스럽게 다뤘어요. 5일째 되던 날 아침이었어요.병 안이 두 배 가까이 부풀어 있었고 표면엔 반.. 더보기 베이킹 재료 대체 가이드 - 없는 재료 있을 때 R&D는 뭘 대신 쓸까 레시피를 보다가"어? 이 재료 지금 없는데"이런 순간, 자주 있으시죠? 버터가 없거나,우유가 다 떨어졌거나,계란이 딱 한 개 부족하거나. 이때 어떤 걸 대신 쓸 수 있는지 아니면 그냥 빼도 되는지 막막할 때가 많아요.저도 예전엔 그랬어요.그냥 빼고 만들었다가 빵이 완전히 다르게 나온 적이 여러 번이에요. 재료를 대체할 때 지키는 세 가지 기준이 있어요. 1. 무게 매칭같은 양(그램)으로 대체하는 게 기본이에요.우유 100g이 없다면 두유 100g으로.무작정 부피(ml)로 계산하면 안 돼요.액체마다 밀도가 조금씩 다르거든요. 2. 기능 매칭이게 사실 가장 중요해요.버터의 역할은 지방·풍미·색·부드러움이에요.이걸 대체하려면 비슷한 지방 함량과 역할을 가진 재료가 필요해요. 3. 풍미 매칭재료마다 향이 다르니.. 더보기 꿀의 얼굴 - 아카시아 꿀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빵에 꿀을 넣을 때"꿀은 다 같은 꿀이지"그렇게 생각한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어요.레시피에 "꿀 30g" 이라고 적혀 있으면집에 있는 아무 꿀이나 그대로 넣었어요.수확 시기가 다르든,꽃이 다르든 그건 별로 신경 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어느 날.한 선배가 저한테 꿀 네 병을 나란히 놓아주셨어요.아카시아 꿀밤꿀잡화꿀유채꿀"같은 레시피, 꿀만 바꿔서 각각 구워봐."솔직히 그때는 큰 차이가 안 날 거라 생각했어요.같은 밀가루, 같은 이스트, 같은 온도, 같은 시간.꿀만 바뀌었을 뿐인데 얼마나 달라지겠나 싶었어요. 오븐에서 나온 네 개의 빵을 나란히 놓았을 때저는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어요.색이 다 달랐어요.아카시아 꿀로 만든 건 은은한 밝은 갈색밤꿀로 만든 건 진한 갈색, 거의 캐러멜색잡화꿀로 만.. 더보기 베이커즈 퍼센트 활용법 - 1kg 반죽을 3kg로 늘릴 때 진짜 주의할 점 레시피를 두 배, 세 배로 늘리다가뭔가 어긋난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가족 모임 때문에 평소 양의 3배를 만들었는데반죽이 늘어지거나발효가 뜬금없이 빨리 끝나거나크럼이 원래 안 나오던 결로 나오거나. 저도 그랬어요.처음엔 그램 단위로 그냥 곱했어요.밀가루 500g → 1,500g 물 325g → 975g 소금 10g → 30g 이스트 5g → 15g 단순히 3을 곱한 거예요.근데 결과는 매번 다르게 나왔어요. R&D에서 스케일업할 때 쓰는 방법이베이커즈 퍼센트예요.이름은 어려운데 개념은 정말 단순해요. 밀가루를 100%로 잡고, 나머지 재료를 밀가루 대비 몇 %인지로 표시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이런 식빵 레시피가 있다면밀가루 500g 물 325g 소금 10g 이스트 5g 설탕 25g 버터 25g베이커즈.. 더보기 달걀의 무게 - 같은 한 개인데 왜 다 다를까 레시피에 이렇게 적혀 있는 걸 자주 보시죠? "달걀 1개" 너무 익숙한 표현이라저도 오랫동안 아무 의심 없이 썼어요. 근데 어느 날부터 같은 레시피로 만든 빵이하루는 촉촉하고 하루는 뻣뻣해지는 일이 반복됐어요.밀가루도 같고,버터도 같고,심지어 오븐 온도까지 똑같이 잡았는데 결과가 자꾸 흔들렸어요. 원인을 못 찾고 헤매다가 한 선배가 무심하게 물었어요. "달걀은 그램으로 재?" 그날 처음 알았어요.달걀 한 개의 무게가 사이즈별로 20% 이상 차이 난다는 걸. 한국에서 유통되는 달걀은 등급이 이렇게 나뉘어 있어요.왕란: 68g 이상특란: 60~68g대란: 52~60g중란: 44~52g소란: 44g 미만"달걀 1개"라고만 적힌 레시피는 사실 정말 애매한 표현이었어요. 특란과 소란은 무게가 15g 넘게 차이 나.. 더보기 빵 식히는 시간 - 갓 구운 빵 바로 자르면 안 되는 진짜 이유 빵을 오븐에서 꺼내자마자바로 자르고 싶은 마음, 너무 잘 알아요.향이 훅 올라오고,겉이 노릇하게 익어 있고,당장 한 조각 잘라보고 싶잖아요. 근데 그때 자르면 크럼이 뭉쳐서 질감이 무너져요.저도 그랬어요.처음 식빵을 구웠을 때 너무 궁금해서15분 만에 잘랐다가 단면이 축축해지고 결이 사라진 경험이 있어요. 빵이 오븐에서 나온 뒤에도안에서는 계속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굽는 순간에 전분이 팽창하면서 크럼 구조가 만들어졌지만이 구조는 뜨거울 때는 아직 젤리 같은 상태예요. 시간이 지나면서전분이 다시 안정된 결정으로 돌아가고수분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재분배돼요.이 과정을 크럼 안정화 라고 해요. 빵 온도를 보면 이렇게 흘러가요.오븐 직후: 안쪽 95도 크럼이 아직 뜨겁고 젤리처럼 유동적.30분 후: 안쪽 60.. 더보기 우유의 자리 - 물 대신 우유를 쓴다는 것 빵을 만들 때우유 대신 물을 써도 되나요?또는 반대로, 물 대신 우유를 쓰면 뭐가 달라질까요. 한 번쯤 궁금하셨던 적 있으신가요?저도 오랫동안 그랬어요."물이나 우유나 그냥 액체잖아."그렇게 생각했어요. R&D 시절 평소 식빵 레시피의 물을 우유로 바꿔본 적이 있어요.같은 밀가루,같은 이스트,같은 소금,같은 온도. 물만 우유로 바꿨을 뿐인데오븐에서 나온 빵이 다른 사람이 만든 것 같았어요.색이 훨씬 노릇했고, 향이 은은하게 달았고,잘랐을 때 크럼이 손에 감기는 부드러움이었어요.한 입 먹었을 때 "이게 뭐지" 했어요. 그날 알았어요.우유는 그냥 액체가 아니라 빵의 인상을 바꾸는 재료라는 걸. R&D에서는 우유의 역할을 크게 네 가지로 봐요. 1. 풍미우유 안의 유당은 빵에 은은한 단맛을 남겨요.유지방은 .. 더보기 소금의 자리 - 1%가 빵 맛을 바꾼다는 걸 처음 안 날 빵에 들어가는 소금,그냥 짠맛 내는 거 아니에요?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어요.밀가루 1kg에 소금 20g.이 비율을 처음 봤을 때 저는 너무 많다고 생각했어요. "20g이면 너무 짜지 않나?"R&D 시절, 저는 그날 한 가지 실수를 했어요.소금을 10g만 넣어본 거예요. 겉으로 봐서는 별 차이가 없었어요.반죽도 잘 만들어졌고,발효도 평소처럼 됐고,오븐에서 나온 빵의 색도 비슷했어요. 근데 한 입 먹는 순간 이상한 게 느껴졌어요.밍밍하다는 느낌이 아니었어요.뭔가 풍미 자체가 빠져 있었어요. 빵에서 나오던 그 깊은 향, 씹을수록 올라오던 단맛, 밀가루 본연의 고소함.그게 다 흐려져 있었어요. 같이 일하던 선배가 한 입 먹어보더니 말했어요."소금 줄였지?"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어요. "소금은 짠.. 더보기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