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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배우다

「소금빵 이후의 빵들」 - 단순한 재료가 다시 사랑받는 이유 어느 순간부터 빵집마다소금빵이 하나씩 놓이기 시작했어요.특별한 장식도, 화려한 속도 없는데사람들은 그 빵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죠. 버터의 향,소금의 짠맛,그리고 갓 구웠을 때의 따뜻함.설명하기보다 느끼게 되는 빵이었어요. 소금빵이 남긴 한 가지 힌트 소금빵의 인기는단순히 ‘유행해서’라기보다는지금 우리가 원하는 감각을 정확히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재료는 적고, 맛은 분명했어요.버터가 좋으면 바로 느껴지고,굽는 온도와 시간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죠. 숨길 게 없는 빵이었어요.그래서 더 많은 기준과 정직함이 필요했습니다. 버터롤, 식빵, 그리고 다시 기본으로 소금빵 이후로버터롤, 담백한 식빵,크림이나 필링이 거의 없는 빵들이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이런 빵들은화려하지 않아서 더 어렵습니다.재.. 더보기
「크림이 많아질수록 고민도 깊어진다」 - 크림도넛·폭신한 케이크 유행 앞에서의 선택 요즘 빵집 진열대를 보면크림이 주인공인 빵들이 눈에 띄어요.속이 보이지 않을 만큼 가득 찬 크림도넛,숟가락이 필요할 정도로 부드러운 케이크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의 만족감은 분명해요.부드럽고,달콤하고,풍성하죠.그래서 더 많은 크림,더 폭신한 식감이유행처럼 번져가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빵을 만드는 입장에서는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와요.“이 풍성함이 끝난 뒤에도, 이 빵을 다시 찾게 될까?”크림은 주인공이 될 수도, 부담이 될 수도 크림은 빵을 화려하게 만들어주는 재료예요.하지만 동시에 가장 빠르게 질릴 수 있는 재료이기도 하죠.너무 많으면 빵보다 크림만 기억에 남고,한 개를 다 먹기 전에 손이 멈추기도 해요. 담다브레드는 그래서크림을 대할 때 늘 조심스러워요.‘많이 넣을 수 있느냐’보.. 더보기
단순해서 더 어려운 빵 - 나가사키 카스테라가 다시 불리는 이유 요즘 나가사키 카스테라가 다시 자주 언급됩니다.화려한 토핑도 없고,겹겹이 접는 공정도 없습니다.그저 네모난 모양의, 아주 단정한 빵. 그런데 이상하게도사람들은 이 단순한 빵 앞에서 다시 멈춰 섭니다. 카스테라는 재료부터가 솔직합니다.계란, 설탕, 밀가루, 그리고 물엿이나 꿀.이 정도면 설명은 끝.하지만 바로 그 단순함 때문에만드는 사람의 실력과 태도가 숨을 곳이 없습니다. 계란을 어떻게 풀었는지,공기를 어디까지 품게 했는지,굽는 동안 오븐을 얼마나 믿고 기다렸는지.조금만 흔들려도 결과는 바로 드러납니다.기교로 감출 수 있는 구간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카스테라는‘쉬운 빵’이 아니라정직한 빵에 가깝습니다. 요즘 이 빵이 다시 유행하는 이유도어쩌면 거기에 있는지도 모른니다.자극적인 맛과 복잡한 구조.. 더보기
왜 지금 ‘쫀득함’일까 - 식감이 먼저 기억되는 시대의 빵 요즘 빵과 제과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습니다.바로 ‘쫀득함’이죠.두바이 쫀득 쿠키,쫀득한 식빵,쫀득한 베이글.맛보다 먼저 식감이 이름이 되고, 설명이 됩니다. 왜 하필 지금, 사람들은 이 ‘쫀득함’에 끌리는 걸까. 먼저 떠오른 건 속도였습니다.하루가 너무 빠르게 흘러가지요.음식도, 정보도, 감정도 빠르게 소비되고요.이럴수록 사람들은 한 입 안에서라도확실하게 느껴지는 무언가를 원하게 됩니다. 쫀득한 식감은 즉각적입니다.베어 무는 순간 바로 반응이 옵니다.씹히고,늘어나고,다시 돌아오는 탄력.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기억합니다.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대신,분명한 만족을 남깁니다. 하지만 쫀득함이 단순히 자극적인 식감만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그 안에는 ‘안정감’도 있습니다.너무 바삭.. 더보기
유행하는 빵 앞에서 멈춰 서 본다 - 두바이 쫀득 쿠키와 나가사키 카스테라를 보며 든 생각 요즘 빵 이야기를 하다 보면꼭 한 번쯤은 이름이 오르는 것들이 있습니다.두바이 쫀득 쿠키, 나가사키 카스테라.SNS를 넘기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줄을 서서 사 먹었다는 이야기들도 흔하지요. 솔직히 말하면,나 역시 처음엔 궁금했어요.왜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을까.무엇이 사람들을 이 빵들 앞에 멈춰 서게 만들었을까. 그래서 일부러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그 유행을 바라보았습니다.당장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보다, “이 빵들이 지금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건드리고 있을까” 를 먼저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두바이 쫀득 쿠키는 이름 그대로 식감이 강렬해요.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느껴지는 쫀득함,씹을수록 이어지는 단맛과 밀도.복잡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즉각적으로 만족을 줍니다.요즘처럼 빠른 일상 속에서는,이런 즉각.. 더보기
기다려야 맛이 완성되는 빵들 - 숙성과 시간의 역할 빵은 오븐에서 나오면 끝일 것 같지만,사실 어떤 빵들은그때부터 비로소 시작됩니다. 막 구워졌을 때보다하루, 이틀이 지나며맛이 더 깊어지는 빵들.그 빵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 슈톨렌이 그렇습니다.갓 구웠을 때보다며칠의 시간이 지나야버터와 과일, 견과의 맛이서로 어울리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각자의 존재감이 분명하지만시간이 흐르면서서로를 밀어내지 않고천천히 자리를 내어주죠. 그래서 슈톨렌은기다릴 줄 아는 사람에게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빵입니다. 천연발효 빵도 비슷합니다.빠르게 부풀릴 수는 있지만담다브레드는굳이 서두르지 않으려 합니다. 발효종이 스스로 움직일 시간을 주고,반죽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립니다.그 시간 동안맛은 부드러워지고,산미는 정돈되며,속은 더 편안해집.. 더보기
겨울에만 굽는 이유 - 슈톨렌이 기다림을 닮은 빵인 까닭 슈톨렌은 언제든 만들 수 있는 빵입니다.재료도, 레시피도 사계절 내내 크게 다르지 않죠.그런데도 이 빵은늘 겨울이 와야만 생각납니다. 담다브레드가 슈톨렌을겨울에만 굽고 싶은 이유도바로 그 지점에 있습니다. 슈톨렌은굽는 순간보다기다리는 시간이 더 긴 빵입니다. 오븐에서 나왔다고 해서곧바로 먹기 좋은 상태가 되지 않아요.버터가 스며들고,과일과 견과의 향이 어우러지고,며칠의 시간이 지나야비로소 이 빵의 표정이 완성됩니다. 그래서 슈톨렌은만드는 사람에게도, 먹는 사람에게도‘조금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을 요구합니다. 겨울이라는 계절도 닮아 있습니다.날은 짧고,무엇이든 천천히 움직이는 계절.서두르기보다조금 더 머무르게 되는 시간. 슈톨렌은 그런 겨울에 가장 잘 어울립니다.따뜻한 차 옆에서얇게 썰어 한 조각씩.. 더보기
레시피를 그대로 만들지 않는 이유 - 기준은 있지만 답은 없는 빵 처음 빵을 배울 때는레시피가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중량, 온도, 시간까지정확히 지키면 같은 빵이 나올 거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빵을 만들수록그 믿음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레시피로 만든 빵인데도어떤 날은 반죽이 지나치게 부드럽고,어떤 날은 유난히 단단했습니다. 분명 틀린 게 없는데결과는 늘 달랐어요.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레시피는 ‘정답’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걸요. 담다브레드에는지키는 기준은 있습니다.재료를 대하는 태도,과하지 않게 만드는 방향,몸에 부담을 남기지 않는 선택들. 하지만 그 기준 안에서모든 빵을 똑같이 만들지는 않아요. 오늘의 날씨,반죽의 상태,오븐의 열,그리고 만드는 사람의 컨디션까지—그날의 빵은 그날의 조건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담다브레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