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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배우다

반죽 온도에 마음을 배우다 조급함을 내려놓게 해 준 아주 조용한 깨달음 처음엔 잘 몰랐어요.레시피에 적힌 반죽 온도 숫자를 맞추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어떤 빵 반죽 온도 24도”“어떤 빵 반죽 온도 27도” 그게 뭐라고,그날 따라 실내 온도가 조금 낮거나손이 차가웠다는 이유로반죽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어요. 어느 날은 반죽이 부풀지 않았고,어느 날은 겉은 부풀어 올랐는데 속은 텅 비어 있었어요.그때마다 나는 “왜 안 되지?” 하고조급한 마음으로 원인을 찾아 헤맸죠.그런데 어느 날, 문득 알게 됐어요.반죽 온도는 ‘숫자’가 아니라 ‘태도’라는 걸. 빵을 만든다는 건,‘빨리’보다는 ‘알맞은 때’를 기다리는 일이더라고요.온도가 맞지 않으면 반죽이 스트레스를 받는것 같았어요.그저 덜 부풀고 마는 게 아니라,속 안에서부터 .. 더보기
첫 수업의 기억 빵을 처음 배웠던 날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해요.긴장 반, 설렘 반으로 가득했던 어느 평일 저녁. 하얀 앞치마를 둘러메고, 생소한 재료들과 마주 앉았죠.사실 그날 저는 빵이 ‘나랑 맞을까?’ 하는 걱정을 안고 있었어요.처음 해보는 거라 더더욱 그랬죠요리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손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어쩌면 ‘괜한 도전을 한 건 아닐까?’ 생각도 들었죠.한편으로는 '그냥 도망칠까?' 생각도 했답니다. “밀가루가 내 손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느낌” 첫 수업에서 만든 건 가장 기본적인 식빵이었어요.손으로 반죽을 치대고, 발효를 기다리고, 성형하는 과정을 따라갔죠.선생님이 한마디 하셨던 게 유독 기억에 남아요. “빵 반죽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다뤄야 해요.” 그 말을 듣고 나서부터였어요.밀가루와 물, 소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