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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배우다

레시피를 그대로 만들지 않는 이유 - 기준은 있지만 답은 없는 빵 처음 빵을 배울 때는레시피가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중량, 온도, 시간까지정확히 지키면 같은 빵이 나올 거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빵을 만들수록그 믿음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레시피로 만든 빵인데도어떤 날은 반죽이 지나치게 부드럽고,어떤 날은 유난히 단단했습니다. 분명 틀린 게 없는데결과는 늘 달랐어요.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레시피는 ‘정답’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걸요. 담다브레드에는지키는 기준은 있습니다.재료를 대하는 태도,과하지 않게 만드는 방향,몸에 부담을 남기지 않는 선택들. 하지만 그 기준 안에서모든 빵을 똑같이 만들지는 않아요. 오늘의 날씨,반죽의 상태,오븐의 열,그리고 만드는 사람의 컨디션까지—그날의 빵은 그날의 조건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담다브레드.. 더보기
다른 제과점에서 배운 한 가지 태도 - 나폴레옹 제과점에서 느낀 ‘흔들리지 않는 중심’ 오래된 제과점을 떠올리면먼저 기술이나 레시피를 생각하게 된다.하지만 나폴레옹 제과점에 다녀온 날,내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은 건의외로 기술이 아닌 태도였다.화려하지도,요즘 유행을 좇지도 않는데공간 전체에는 묘하게 단단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바쁘지만 급하지 않은 손길 매장은 분명 바빴다.사람도 많고, 빵도 끊임없이 나가는데손놀림은 급하지 않았다.진열을 정리하는 손,빵을 담아내는 동작,계산대 앞의 짧은 응대까지도모두가 정해진 속도를 가지고 있었다.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서두르지 않는다는 건자신의 리듬을 알고 있다는 뜻이구나.’ 오래 가는 곳의 공통점 나폴레옹 제과점의 빵은요란하지 않아다.자극적인 설명도, 과한 장식도 없었다.하지만 그 자리에오래 머물러 왔다는 사실 자체가이미 많은 걸 말해주고 있었다... 더보기
빵을 계속 배우는 이유 - 아직 다 알지 못했기 때문에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이미 많은 것을 배웠는데,왜 나는 아직도 빵을 배우고 있을까. 레시피는 손에 익었고반죽의 흐름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되었는데여전히 수업을 듣고,노트를 적고,다른 사람의 손길을 유심히 바라본다.그 이유는 단순하다.아직 다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빵은 한 번 배웠다고 끝나는 대상이 아니었다.같은 밀가루, 같은 물, 같은 발효종을 써도날씨가 바뀌면 결과가 달라지고손의 온도가 달라지면 반죽의 성격도 변한다.어제 잘 되던 것이 오늘은 말썽을 부리고실패라고 생각했던 반죽이다음 날 더 나은 빵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배움은 멈추지 않는다.기술을 더 쌓기 위해서라기보다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다.빵을 만들수록 확신보다는 질문이 늘어난다.“왜 오늘은 이럴까?”“이 반죽은 무엇을 원하.. 더보기
실패 노트 한 페이지 - 아직 공개하고 싶지 않았던 기록들 노트 한쪽에적혀 있는 글씨는 대부분 작다.잘된 날의 기록보다,잘 안 된 날의 기록이 더 많기 때문이다.반죽이 무너졌던 날,발효가 과했던 날,오븐에서 꺼내자마자 마음이 먼저 내려앉았던 날들.그런 날의 기록은 이상하게도 더 조심스럽게 적게 된다. 어느 날은반죽이 유난히 질었다.레시피는 분명 같았고,손의 감각도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반죽은 끝내 원하는 탄력을 찾지 못했다.‘오늘은 여기까지’라고 적어 내려가며그날의 온도, 습도, 반죽을 만지던 내 마음 상태까지 함께 적었다.지금 돌아보면,그날의 반죽은 실패라기보다내가 놓치고 있던 것을 조용히 알려준 신호였다. 실패한 빵은 말이 없다.다만 식어가는 표면과 기대와 다른 결이‘다음엔 다르게 해보라’는 메시지를 남길 뿐이다.그 메시지를 그냥 넘기지 않기 위해나는.. 더보기
빵을 배우러 가는 길에서 든 생각 - 배움의 끝은 언제나 다시 시작 아침 공기가 유난히 차가운 날이면,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더 또렷해진다.빵을 배우러 가는 길,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거리 위를 걸으면작은 설렘이 따라온다.오늘은 어떤 반죽을 만질까,어떤 시행착오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그리고 오늘은 어제보다 나아갈 수 있을까.이 짧은 걸음 사이에서 어김없이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배움은 끝이 아니라, 항상 다시 시작이구나.’ 처음 제빵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나는 어느 정도의 지식과 기술이 쌓이면‘이제 됐다’라는 순간이 올 줄 알았다.그런데 배우면 배울수록그 끝이라고 여겼던 지점이 점점 더 멀어졌다.온도, 시간, 습도, 밀가루의 성질, 손의 감각…하나를 이해하면 또 다른 질문이 생기고,한 번의 성공 뒤에는 새로운 실패가 따라왔다.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과정이 지치기보다는 .. 더보기
작은 도구 하나가 바꾼 작업대의 풍경 - 디테일이 만드는 차이 제빵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나는 “기술”과 “시간”이 가장 중요한 줄 알았다.반죽을 잘하고, 발효를 잘 맞추고,굽기만 제대로 하면 되는 줄 알았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작은 요소들이오히려 빵의 완성도를 크게 바꾼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시작은 작은 도구 하나였다. 어느 날,선생님이 작업대 위에 조용히 올려둔 하나의 스크래퍼.이미 집에도 있는 평범한 도구였지만,손에 쥐는 순간 느낌이 달랐다.두께가 조금 다르고,가장자리가 더 부드럽게 처리되어 있을 뿐인데반죽을 긁어낼 때 잡아당김이 거의 없었고,작업대에 남는 잔여물도 깔끔하게 정리됐다. 그때 알았다.도구는 단순히 ‘편하게 하려고’ 쓰는 게 아니라손이 원하는 움직임을 정확하게 돕는 존재라는 걸. 이후로도 변화는 계속 이어졌.. 더보기
실습 중 만난 멘토 이야기 제빵을 배우는 과정에서가장 큰 변화를 가져다준 건어떤 기술이나 레시피가 아니라, 사람이었다.그리고그 사람은 내가 실습을 하던 어느 날조용히 다가와 내 반죽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반죽은 거짓말을 안 해요.지금 당신이 어떤 마음인지 그대로 담겨 있어요.” 그 말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그 순간나는 멘토를 만났다는 걸 직감했다. 그분은 크게 가르치지 않았다.목소리도 낮았고,말도 길지 않았다.하지만딱 필요한 순간에, 딱 필요한 한마디를 건넸다.그 말들이 이상하게 오래 남아,내가 다음 반죽을 만질 때마다 다시 떠올랐다. 예를 들어,내가 한동안 반죽을 과하게 치대던 시기가 있었다.빵을 잘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다 보니힘을 더 주는 것이‘노력’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때 멘토는잠시 내 손동작을 지켜보다.. 더보기
오븐 온도 조절의 난관 빵을 굽기 시작한 뒤 가장 많이 마주한 벽은기술도, 반죽도, 레시피도 아니었다.바로 오븐 온도 조절이었다.처음에는 단순한 숫자 조절이라고 생각했다.180도면 180도,230도면 230도.그 숫자 안에 정답이 들어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반죽과 오븐 앞에 서 있는 시간이길어질수록, 나는 하나씩 알아갔다.같은 230도라도 오븐마다 기질이 다르고,같은 오븐이라도 시간대마다 숨을 쉬듯 온도가 달라지고,반죽의 수분감이나 발효 상태에 따라 '오늘의 적정 온도'는 매번 달라진다는 사실을. 내가 가장 당황했던 날은이런 날이었다.평소처럼 예열을 해두고치아바타 반죽을 넣었는데,겉은 금방 색이 나는데 속은 익지 않고,스팀은 충분히 넣었는데도 구움색이 멍하게 올라왔다.원인을 찾기 위해다시 예열, 다시 굽기, 다시 점검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