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과제빵

바게트 - 물과 밀가루의 정직한 대화 (빵 종류 시리즈 2편) 지난 편에서 식빵을 다뤘어요."가장 기본이자 가장 어려운 빵" 이라고 말씀드렸어요.오늘은 식빵과 완전히 다른 성격의 빵, 바게트 예요. 식빵이 부드러움과 은은한 단맛이라면바게트는 바삭함과 담백함이에요.같은 밀가루로 만드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요. 바게트를 이해하려면 먼저 재료의 단순함부터 봐야 해요.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이 네 가지가 전부예요. 버터도 없고, 설탕도 없고, 우유도 없고, 계란도 없어요.이 단순함이 바게트를 정직한 빵으로 만들어요.숨길 게 없어요.꾸밀 것도 없어요.밀가루의 진짜 향, 발효의 진짜 깊이, 굽기의 진짜 결과가 그대로 드러나요. 식빵과 바게트의 결정적 차이를 정리해볼게요.항목 식빵 바게트재료6~10개4개가수율62~68%68~72% (더 촉촉)유지버터 5~8%없.. 더보기
지금까지 만든 도구들 - 베이커스 노트 다섯 개의 지도 가끔은 걸어온 길을 한 번 뒤돌아볼 때가 있어요.몇 년 동안 하나씩 만들어온 도구들이 정신을 차려보니 다섯 개가 되어 있었어요.그리고 지금 만들고 있는 것 하나,잠시 멈춰 있는 것 하나까지 더하면 일곱 개의 도구가 이 지도 위에 있어요.오늘은 그 지도를 한번 펼쳐보려고 해요. 첫 번째. 베이커리 용어사전 (Step 01)지난 7월 3일에 정식으로 공개한 도구예요.이 도구를 만들면서 가장 오래 고민했던 건 "같은 단어를 R&D 책과 현장이 다르게 쓴다" 는 문제였어요. 오토리즈, 오버나잇, 발효종·사워도우·르방·자가효모.문서에 쓰인 정의와 베이커리 현장에서 쓰는 언어가 달라서 입문자들이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 모르는 상태였어요.용어사전은 그 간극을 메우려고 만든 도구예요. R&D 정의 + 현장 표현 + 헷갈.. 더보기
식빵 - 가장 기본이자 가장 어려운 빵 (빵 종류 시리즈 1편) 지난 6편에 걸쳐 반죽의 4단계를 시리즈로 다뤘어요.믹싱 → 1차 발효 → 성형 → 2차 발효 → 굽기.각 단계의 원리와 판단법을 차례대로 정리한 시리즈였어요. 오늘부터는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해요.바로 빵 종류 시리즈 예요.각 빵마다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고, 어떤 특성을 살려야 하는지 하나씩 들여다볼 예정이에요. 첫 편은 식빵 이에요.가장 익숙한 빵이면서도 가장 만들기 어려운 빵 중 하나예요. 식빵은 왜 어려울까요.이유는 하나예요.숨길 게 없기 때문이에요.재료가 밀가루, 물, 이스트, 소금. 여기에 우유·설탕·버터 조금.이 몇 가지 재료로만 만든 빵이라 반죽이 좋으면 좋은 대로,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모든 게 그대로 드러나요.크림이나 필링, 견과류가 있는 빵은 그 안에 실수가 살짝 가려져요.식빵은 다르죠.. 더보기
10월이 오면 손이 먼저 알아채는 것들 - 반죽 앞에서 계절이 바뀔 때의 감각 10월 첫 주에 반죽을 만졌어요.같은 밀가루, 같은 이스트, 같은 물, 같은 시간.모든 게 지난주와 똑같았어요. 그런데 반죽을 처음 손에 잡는 순간 "아, 다르네" 하고 느꼈어요.무엇이 다른지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분명히 다른 감각이었어요. 이 감각은 온도계로는 잡히지 않아요.측정하면 어제와 오늘의 실온이 1도쯤 다를 수 있고습도도 몇 퍼센트 정도 차이가 있을 뿐이에요.숫자로는 "거의 같다" 고 나올 정도예요.근데 손끝은 그 미묘한 차이를 알아요.손이 먼저 계절을 알아채요. 10월의 반죽은 이런 게 달라요. 1. 표면이 살짝 더 마른 느낌9월에 촉촉하게 느껴지던 표면이 10월엔 조금 건조하게 느껴져요.공기 습도가 낮아지기 때문이에요. 2. 반죽이 조금 더 무겁게 느껴짐같은 무게의 반죽인데 손에 얹었.. 더보기
소금의 얼굴 - 정제염·천일염·게랑드가 각각 다른 이유 몇 달 전 소금의 자리 — 1%가 빵 맛을 바꾼다는 걸 처음 안 날 이라는 글에서소금이 빵에서 하는 역할 네 가지를 다뤘어요. 맛 조절, 글루텐 강화, 발효 조절, 보존성. 그 글에서 마지막에 이렇게 썼어요."비싼 버터보다 좋은 소금을 먼저 챙긴다"그런데 정작 "어떤 소금을 골라야 하는지" 는 짚지 못했어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이어서 해볼게요.소금의 종류 이야기예요. 저도 처음엔 소금은 다 같은 소금인 줄 알았어요."짠맛만 내면 되는 거 아냐?" 근데 아니었어요.같은 양의 소금을 넣어도 어떤 소금을 골랐느냐에 따라 빵의 인상이 달라졌어요. 소금은 짠맛만 내는 재료가 아니라 미네랄이 담긴 재료예요.그 미네랄이 소금마다 다르기 때문에 빵의 맛도 미묘하게 달라져요. 한국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소금을 크게 .. 더보기
호밀의 얼굴 - 밀보다 오래된 곡물이 반죽에 남기는 것 지난 편에서 통밀가루를 다뤘어요.밀가루의 다른 얼굴을 만나면서 계절이 재료를 부른다는 감각을 함께 나눴었죠. 오늘은 또 다른 곡물, 호밀 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호밀은 밀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사실 완전히 다른 곡물이에요.저도 호밀을 처음 만졌을 때 "밀가루랑 같이 쓰면 되는 거 아닌가" 정도로 생각했어요.근데 아니었어요. 호밀은 밀과 다르게 다뤄야 해요. 호밀은 밀보다 훨씬 오래된 곡물이에요.역사적으로 유럽 북부·동부 지역에서밀이 잘 자라지 않는 추운 환경에서 호밀이 재배됐어요.그래서 독일·러시아·북유럽에서 호밀빵이 발달했죠. 담다브레드에서 예전에 독일 빵이 단단한 이유 - 오래 먹는 빵을 만드는 문화 라는 글을 쓴 적이 있어요.거기서 호밀을 잠깐 언급했는데,오늘은 호밀 자체를 재료로 자세히 다뤄볼게요.. 더보기
빵집 문을 열기 전 30분의 조용함 - 하루 중 가장 정성이 짙은 시간 오전 9시 30분.가게 문 앞에 걸어둔 팻말이 아직 "CLOSED" 인 시간. 빵집의 하루 중 저는 이 30분을 가장 좋아해요.이유는 잘 설명하기 어려운데 매일 이 시간이 되면 왠지 잠깐 마음이 조용해져요. 새벽부터 반죽을 만들고, 발효를 기다리고,성형하고, 오븐에 들여보내고, 꺼낸 빵을 식힘망에 옮기고.이 모든 일이 6시간 정도 걸려요. 10시에 문을 열려면 새벽 4시에 반죽을 시작해요.그리고 9시 30분쯤이 되면 갓 구운 빵들이 모두 식힘망 위에 놓여 있어요.진열대에 옮기기 딱 좋은 온도로 식은 상태.이때부터 30분이 저에게는 하루 중 가장 조용한 시간이에요. 빵을 하나씩 진열대로 옮겨요.앞에 놓을지, 뒤에 놓을지,어떤 각도로 놓을지, 어떤 조명 아래 놓을지.이 세밀한 결정들을 30분 동안 조용히 .. 더보기
통밀가루 - 가을·겨울 빵의 밑그림이 되는 곡물의 얼굴 계절이 바뀌면 자주 찾게 되는 재료가 있어요.여름엔 상대적으로 손이 잘 안 가지만 아침 공기가 서늘해지기 시작하면 갑자기 생각나는 재료.통밀가루 예요. 같은 빵인데 통밀이 들어가면 훨씬 진하고, 깊고, 든든해져요.아마 저만 그런 게 아닐 거예요. 먼저 통밀가루가 뭔지 짚고 갈게요.우리가 평소 쓰는 밀가루(강력분·중력분·박력분)는밀알의 하얀 속살(배유) 만 골라서 곱게 빻은 거예요.밀알의 껍질(밀기울)과 씨눈(배아)은 대부분 제거돼요. 통밀가루는 다르게 만들어져요.밀알을 껍질까지 통째로 빻아요.그래서 색이 갈색이고, 알갱이가 굵고, 향이 훨씬 진해요.밀 본연의 맛을 그대로 담고 있는 재료예요. 정리하면 통밀은 일반 밀가루와 이런 점들이 달라요. 1. 흡수율이 훨씬 높아요밀기울이 물을 많이 머금기 때문에 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