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 바게트를 다뤘어요.
"물과 밀가루의 정직한 대화" 라고 말씀드렸죠.
오늘은 바게트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간 캉파뉴 이야기예요.
캉파뉴(Pain de Campagne)는 프랑스어로 "시골빵" 이라는 뜻이에요.
도시의 세련된 바게트가 아니라 시골 농가에서 매주 한 번씩 굽던 크고 든든한 빵이에요.
식빵과 바게트가 상업용 이스트 로 만든다면 캉파뉴는 보통 자가효모(사워도우) 로 만들어요.
이 하나의 차이가 빵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아요.

캉파뉴의 가장 큰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해볼게요.
1. 자가효모가 만드는 깊은 향
상업용 이스트는 몇 시간 안에 발효를 끝내요.
그만큼 풍미가 얕아요.
자가효모는 다른 세계예요.
밀가루·호밀·물로 키운 효모와 유산균이 반죽 안에서 24시간 이상 함께 일해요.
이 과정에서 유기산이 만들어지면서 은은한 산미 와 깊은 곡물 향 이 생겨요.
캉파뉴를 한 입 먹으면 바로 알 수 있어요. "이건 이스트 빵과 다르구나" 라고.
2. 긴 수명
자가효모의 유산균이 반죽을 자연 산성 환경으로 만들어줘요.
산성 환경은 곰팡이가 자라기 어려워요.
그래서 캉파뉴는 일주일 이상 보관해도 안쪽이 촉촉해요.
전통적으로 시골에서 일주일에 한 번만 빵을 구웠던 이유예요.
3. 크고 두꺼운 크러스트
캉파뉴는 보통 500g~1kg 짜리 큰 덩어리로 구워요.
크기가 크니 굽는 시간이 길고 크러스트가 두껍고 바삭해요.
이 두꺼운 크러스트가 안쪽 수분을 가둬서 빵이 오래 촉촉하게 유지돼요.
캉파뉴의 재료 구성을 보면 바게트와 비슷해 보여요.
바게트
- 밀가루 (100%)
- 물 (68~72%)
- 소금 (2%)
- 이스트 (1%)
캉파뉴
- 밀가루 (70%)
- 호밀가루 (20~30%)
- 물 (72~78%)
- 소금 (2%)
- 르방 (사워도우) (20~30%)
두 가지 결정적 차이가 있어요.
호밀가루 섞기 와 르방 사용.
이 두 가지가 캉파뉴의 깊은 향과 긴 수명을 만들어줘요.

R&D에서 캉파뉴 만들 때 지키는 3원칙이 있어요.
1. 르방 관리를 매일 (가장 중요)
르방은 살아있는 재료예요.
매일 밀가루와 물을 1:1:1 비율로 밥을 주고 25~28도에서 유지해야 해요.
르방이 건강하지 않으면 캉파뉴 발효가 흔들려요.
2. 저온 장시간 발효 (24시간 이상)
실온 발효 2시간 + 냉장 발효 12~18시간.
이 긴 시간이 캉파뉴의 진짜 향을 만들어요.
3. 스팀 + 고온 굽기
230도에서 10분 스팀 → 220도에서 25~30분.
캉파뉴는 큰 덩어리라 처음 10분 스팀이 결정적으로 중요해요.
🖼️ [이미지 5 추천] 캉파뉴 반죽 — 검색어: "캉파뉴 반죽"
캉파뉴에는 데크 커팅(Decorative scoring) 이라는 독특한 전통이 있어요.
바게트의 시즈닝이 기능적이라면 캉파뉴의 커팅은 장식적이에요.
- 십자가 (전통적인 프랑스 농가 스타일)
- 밀 이삭 모양 (풍요의 상징)
- 격자 무늬 (현대적)
이 커팅이 캉파뉴의 얼굴을 결정해요.
좋은 캉파뉴의 조건을 정리해볼게요.
시각적으로
- 짙은 갈색의 두꺼운 크러스트
- 커팅이 벌어져 결이 살아 있음
- 크럼에 큰 기공과 작은 기공이 섞여 있음
청각적으로
- 자를 때 "빠삭" 하는 소리
- 밑면을 두드리면 깊은 울림
미각적으로
- 은은한 산미 (자가효모)
- 깊은 곡물 향
- 호밀의 거친 감칠맛
- 씹을수록 올라오는 복합적인 맛
촉각적으로
- 크러스트가 손끝에 부스러짐
- 크럼이 쫄깃하고 씹임 있음

캉파뉴를 처음 만들어보시는 분께 드리고 싶은 말이 하나 있어요.
"르방부터 시작하세요."
캉파뉴 레시피를 아무리 완벽하게 익혀도 르방이 약하면 빵이 안 돼요.
르방을 키우는 데 처음엔 5~7일 걸려요.
호밀가루 30g + 물 30g을 섞어서 하루 두 번 밥을 주고 표면에 거품이 생기고 두 배 부풀면 완성이에요.
이 과정을 지나야 캉파뉴를 제대로 만들 수 있어요.
캉파뉴는 참을성의 빵이에요.
식빵은 반죽만 좋으면 빨리 만들 수 있고,
바게트는 발효만 잘 되면 완성되지만,
캉파뉴는 르방 키우기부터 시작해서 24시간 이상 발효를 기다리고 천천히 구워야 완성돼요.
이 시간을 견딘 사람만이 캉파뉴를 만날 수 있어요.
다음 편에서는 브리오슈 — 버터와 계란의 사치스러운 결 을 다뤄볼게요.
캉파뉴의 담백함과 완전히 반대편에 있는 풍부하고 사치스러운 빵의 세계로 가볼게요.
빵 종류 시리즈가 캉파뉴에서 처음으로 "자가효모의 세계"에 들어왔어요.
여기서부터는 더 깊어지는 발효의 이야기가 이어져요.
오늘 르방이 아직 없으시다면 오늘부터라도 시작해 보세요.
호밀가루 30g, 물 30g, 유리병 하나.
5일 뒤에 생명이 깨어나요.
그 생명이 당신의 캉파뉴를 만들어줄 거예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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