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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굽는 순간들

10월이 오면 손이 먼저 알아채는 것들 - 반죽 앞에서 계절이 바뀔 때의 감각

10월 첫 주에 반죽을 만졌어요.

같은 밀가루, 같은 이스트, 같은 물, 같은 시간.

모든 게 지난주와 똑같았어요.

 

그런데 반죽을 처음 손에 잡는 순간 "아, 다르네" 하고 느꼈어요.

무엇이 다른지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분명히 다른 감각이었어요.

 

이 감각은 온도계로는 잡히지 않아요.

측정하면 어제와 오늘의 실온이 1도쯤 다를 수 있고

습도도 몇 퍼센트 정도 차이가 있을 뿐이에요.

숫자로는 "거의 같다" 고 나올 정도예요.

근데 손끝은 그 미묘한 차이를 알아요.

손이 먼저 계절을 알아채요.

 

 

10월의 반죽은 이런 게 달라요.

 

1. 표면이 살짝 더 마른 느낌

9월에 촉촉하게 느껴지던 표면이 10월엔 조금 건조하게 느껴져요.

공기 습도가 낮아지기 때문이에요.

 

2. 반죽이 조금 더 무겁게 느껴짐

같은 무게의 반죽인데 손에 얹었을 때 무게감이 달라요.

밀가루가 공기 중 수분을 덜 머금기 때문에 실제로도 살짝 되직해져요.

 

3. 발효가 여유로워짐

여름엔 발효를 재촉해도 따라올 정도로 빨랐어요.

9월엔 살짝 여유가 생겼고,

10월엔 반죽이 훨씬 차분하게 부풀어요.

이 여유가 손끝에도 전해져요.

 

담다브레드의 예전 글 가을, 발효가 더 깊어지는 계절 에서

가을 발효의 온도와 시간의 대화를 다룬 적이 있어요.

그 글에서는 발효 자체에 초점을 뒀는데 오늘 이 글은 손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같은 계절 변화라도 발효의 시각과 손의 시각이 조금 달라요.

 

10월이 오면 저는 자연스럽게 반죽을 더 오래 만져요.

여름엔 반죽 온도가 걱정돼서 빨리 손을 뗐어요.

한 번이라도 더 만지면 반죽 온도가 더 올라갈까 봐요.

 

10월엔 그럴 걱정이 없어요.

손 온도와 반죽 온도가 크게 차이가 안 나서 손이 반죽에 오래 머물러도 괜찮아요.

이 여유가 저에겐 참 좋아요.

 

반죽을 오래 만지면 반죽의 상태를 더 자세히 알 수 있어요.

어디가 조금 뻣뻣한지,

어디가 좀 더 부드러운지,

어디에 텐션이 살짝 부족한지.

손 안에서 반죽의 지도가 그려져요.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빵을 만드는 손은 계절을 기억하는 손이라고요.

같은 반죽인데도 어느 계절에 만졌는지에 따라 손이 다르게 반응해요.

 

여름의 손은 급하고,

가을의 손은 여유롭고,

겨울의 손은 조심스러워요.

이 손의 리듬이 반죽에 그대로 전해져요.

손이 여유로우면 반죽도 여유로워요.

 

10월 첫 주에 만든 빵은

지난주 9월 마지막 빵과 미묘하게 달라요.

색이 조금 더 안정적이고,

크럼이 살짝 더 촘촘하고,

향이 뭔가 더 익어 있어요.

이 미묘한 변화를 오븐이 만들고 발효가 만들고 결국 손이 만들어요.

계절의 결이 손을 통해 빵에 새겨져요.

 

혹시 이 가을에 반죽을 만지실 일이 있다면 잠깐 손끝에 집중해 보세요.

숫자가 아니라 색이 아니라 그저 손끝의 감각에요.

"오늘 반죽이 어제와 어떻게 다른가."

이 질문을 손에게 물어보면 반죽이 대답해줘요.

말이 아닌 방식으로.

 

 

빵을 만드는 일은 결국 손이 계절을 배우는 일이에요.

책이나 온도계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이 반죽 앞에서 손을 통해 쌓여요.

여름을 지나 가을에 접어드는 이 시기.

 

저는 매년 이 감각을 다시 배워요.

같은 시기가 매년 오지만 그 사이 저의 손도 조금씩 달라져 있어요.

반죽도 저도 매년 조금씩 다른 얼굴이에요.

그래서 이 시기의 반죽이 저에게는 매년 새로운 첫 만남이에요.

오늘 만들 반죽에게 "안녕, 오늘 처음이지" 하고 인사해 보세요.

거기서 시작되는 10월의 빵이 있을 거예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