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 식빵을 다뤘어요.
"가장 기본이자 가장 어려운 빵" 이라고 말씀드렸어요.
오늘은 식빵과 완전히 다른 성격의 빵, 바게트 예요.
식빵이 부드러움과 은은한 단맛이라면
바게트는 바삭함과 담백함이에요.
같은 밀가루로 만드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요.
바게트를 이해하려면 먼저 재료의 단순함부터 봐야 해요.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
이 네 가지가 전부예요.
버터도 없고, 설탕도 없고, 우유도 없고, 계란도 없어요.
이 단순함이 바게트를 정직한 빵으로 만들어요.
숨길 게 없어요.
꾸밀 것도 없어요.
밀가루의 진짜 향, 발효의 진짜 깊이, 굽기의 진짜 결과가 그대로 드러나요.

식빵과 바게트의 결정적 차이를 정리해볼게요.
항목 식빵 바게트
| 재료 | 6~10개 | 4개 |
| 가수율 | 62~68% | 68~72% (더 촉촉) |
| 유지 | 버터 5~8% | 없음 |
| 크럼 | 부드럽고 촘촘 | 큰 기공, 씹힘 있음 |
| 크러스트 | 얇고 부드러움 | 두껍고 바삭함 |
| 굽기 | 200도 25~30분 | 240도 20~25분 (스팀) |
같은 반죽 시리즈로 만들지만 목표하는 결과가 다르니 접근도 완전히 달라져요.
바게트에도 종류가 있어요.
1. 트라디시옹 (Tradition)
프랑스 정부가 법으로 정한 "진짜 바게트" 예요.
- 첨가물 절대 금지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만)
- 냉동 반죽 사용 금지
- 손 성형 필수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든 바게트로 프랑스 빵집에서 아침에 손님을 맞이하는 대표 빵이에요.
2. 클래식 (Baguette Classique)
일반 바게트.
비타민 C 같은 개량제를 사용할 수 있고 공장식 생산도 가능해요.
편의점·마트 바게트가 대부분 이 계열.
3. 시골 바게트 (Baguette de Campagne)
호밀이나 통밀이 일부 섞인 바게트.
색이 진하고 향이 깊어요.
담다브레드에서 이전에 바게트를 굽고, 기다림을 배우다 라는 글에서
처음 바게트를 반죽하던 날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그 글은 감성 중심이었다면 오늘은 기술 중심으로 다뤄볼게요.

바게트를 만들 때 지키는 3원칙이 있어요.
1. 가수율 68~72% (높은 편)
식빵보다 물을 더 넣어요.
이유는 크럼의 큰 기공 을 만들기 위해서예요.
물이 많은 반죽은 다루기 어렵지만 가벼운 크럼과 씹임 있는 식감을 만들어줘요.
처음 만드시는 분은 68%부터 시작하고 익숙해지면 72%까지 올려보세요.
2. 저온 장시간 발효 (풍미의 열쇠)
바게트는 실온 3시간 발효보다
냉장 12~24시간 발효가 훨씬 좋아요.
밀가루의 자연 효소가 천천히 일하면서 아미노산과 유기산이 만들어져요.
이게 바게트의 깊은 향을 만드는 비밀이에요.
편의점 바게트와 전통 바게트의 향 차이가 바로 이 발효 시간에서 나와요.
3. 스팀 (Crust의 예술)
바게트를 구울 때 오븐에 물을 뿌리거나 얼음을 넣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수증기가 바게트 표면에서 크러스트가 마르는 속도를 조절해요.
수증기가 있으면 표면이 천천히 마르면서
반죽이 최대한 부풀어 오르고 표면이 얇고 바삭한 크러스트로 완성돼요.
바게트에는 쿠프 라는 독특한 기술도 있어요.
성형 마친 바게트 위에 대각선으로 칼집을 5~7개 넣어요.
이 칼집은 장식이 아니에요.
오븐 안에서 반죽이 팽창할 때
어디로 부풀어 오를지 정해주는 길이에요.
칼집이 없으면 반죽이 무작위로 터져 결이 흐트러져요.
쿠프는 각도(45도), 깊이(0.5cm), 방향까지 정확해야 해요.
"바게트는 마지막 칼질에서 완성된다" 는 프랑스 베이커들의 말이 있을 정도예요.
좋은 바게트의 조건을 정리해볼게요.
시각적으로
- 짙은 갈색의 크러스트
- 칼집이 벌어져 결이 살아 있음
- 크럼에 큰 기공이 여러 개
청각적으로
- 자를 때 "빠삭" 하는 소리
- 밑면을 두드리면 텅 빈 소리
촉각적으로
- 크러스트가 손끝에 부스러짐
- 크럼이 손가락에 살짝 감김
미각적으로
- 밀 본연의 담백한 향
- 씹을수록 올라오는 감칠맛
- 은은한 산미 (저온 발효)

바게트를 잘 만드시게 되면 많은 것이 보여요.
가수율 조절의 감각, 발효의 인내, 성형의 텐션, 쿠프의 각도, 스팀의 타이밍.
이 다섯 가지가 손에 익으면 어떤 빵을 만나도 자신 있게 접근할 수 있어요.
바게트는 홈베이커의 진짜 시험대예요.
식빵이 반죽 시리즈의 시험대였다면
바게트는 베이커 전체 실력의 시험대예요.
다음 편에서는 캉파뉴 — 자가효모가 만드는 시골빵의 얼굴 을 다뤄볼게요.
바게트보다 한 단계 더 원시적이고 더 깊은 향을 가진 빵의 세계로 가볼게요.
오늘 만들 바게트에 한 번쯤 쿠프를 정성껏 넣어 보세요.
45도 대각선, 얕은 깊이로 5개.
그 칼질 하나가 바게트의 결과 향을 바꿔놓아요.
단순함이 곧 정직함이고 정직함이 곧 완성이에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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