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건강한 빵을 구워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빵이 좋았다’는 단순한 마음에서 시작됐습니다.
버터의 향, 반죽의 온기, 오븐 앞에 서 있을 때의 설렘.
그 모든 감각들이 너무 좋아서, 빵이라는 세계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런 질문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어떤 빵을 만들고 싶은 걸까?
그리고 그 빵은 누구에게 닿을까?

답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먹이고 싶은 빵.
가볍게 먹어도 괜찮은 빵,
먹고 나서 마음이 편안한 빵,
하루를 무겁게 하지 않는 빵.
밀을 어떤 방식으로 갈아냈는지,
발효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버터와 소금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것들을 알고 싶어졌고,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
건강한 빵은 ‘다이어트 빵’이 아니라,
‘정직하게 만들어진 빵’이라는 것을.
첨가물을 더하지 않고,
덜어낼 수 있는 건 덜어내고,
빵의 본질이 가진 맛을 믿는 일.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 몸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기름지고, 달고, 무겁고, 쉽게 상하는 빵을 계속 먹을 수 없다는 걸.
내가 먹고 싶은 빵,
내가 먹어도 좋은 빵을 굽는 일은
곧 내가 나를 돌보는 과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담다브레드의 빵은
화려한 모양보다는 결이 살아 있고,
겉보다 속이 더 중요하며,
때로는 투박해 보여도 그 안에 시간이 들어 있습니다.
나는 건강한 빵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닿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확신합니다.

몸이 기억하는 빵,
마음이 안심하는 빵,
그런 빵을 굽고 싶다고.
건강한 빵은 누군가를 위한 배려이자,
내가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반죽 위에 손을 얹으며 다짐합니다.
“좋은 빵은 결국, 정직한 마음으로부터 온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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