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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굽는 순간들

9월 문턱, 아침 공기가 달라지는 순간 - 계절이 반죽을 바꿔놓아요

며칠 전 새벽에 창문을 열었어요.

몇 주 전과 다르게 공기가 살짝 서늘해요.

 

아직 낮에는 30도 가까이 올라가지만

새벽 5시의 공기는 분명히 8월과 달라요.

이럴 때 저는 반죽을 마주하면 살짝 긴장돼요.

계절이 바뀌면 반죽도 함께 바뀌거든요.

 

여름 내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반죽을 만들었어요.

밤새 시원했던 공기 덕에 반죽 온도가 안정적이었고 발효도 예측 가능했어요.

여름 새벽은 여름 반죽의 친구였어요.

 

근데 9월이 되면 새벽 공기가 서서히 달라져요.

25도였던 새벽이 22도가 되고,

어느 날 아침엔 20도까지 떨어져요.

이 3~5도 차이가 반죽에겐 큰 변화예요.

 

 

같은 레시피로 반죽을 만들었는데

어제와 다른 결과가 나와요.

여름 내내 65% 가수율로 잘 되던 반죽이 9월 되면 살짝 되직해져요.

 

밀가루도 공기 중 습도를 덜 머금고, 물도 조금 차가워지고, 손 온도도 살짝 낮아져요.

이 미묘한 변화들이 겹치면서 반죽이 조금씩 다른 얼굴을 보여줘요.

"어? 오늘 반죽이 좀 다르네."

이 순간이 저에겐 매 계절 초입마다 만나는 감각이에요.

 

계절 전환기엔 몇 가지 조정이 필요해요.

 

1. 물 온도 다시 잡기 여름 15도 물이었다면 9월엔 20도로 올려요.

목표 반죽 온도(24~26도)를 유지하려면 계절마다 물 온도가 달라져야 하거든요.

 

2. 발효 시간 다시 확인 여름 냉장 발효 6시간 → 9월엔 실온 발효로 돌아갈 수도 있어요. 반죽 상태로 판단하는 게 가장 정확해요.

 

3. 가수율 미세 조정 습도가 낮아지니 물을 1~2% 정도 더 넣어야 할 때가 있어요. 반죽 손끝의 느낌으로 조정해요.

 

이 조정들이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저는 이 시기를 좋아해요.

같은 것을 다시 배우는 시간 이거든요.

 

여름 내내 손에 익었던 감각을 가을이 오면 다시 새로 익혀야 해요.

같은 밀가루, 같은 이스트인데도

계절이 바뀌면 재료가 다른 목소리를 내요.

그 목소리에 다시 귀 기울이는 시간이 저에겐 새로운 학습 같아요.

 

 

9월 첫 주에 만든 빵은 여름 빵과 다르게 나와요.

색이 조금 더 진해지고,

크럼이 살짝 더 촘촘해지고,

향이 뭔가 더 안정된 느낌.

 

이유는 잘 설명하기 어려운데

매년 이 계절 초입의 빵을 먹으면 "아, 가을이 오는구나" 하는 감각이 있어요.

빵이 계절을 먼저 알려줘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빵을 만드는 일은 계절과 함께 사는 일이라고요.

일 년 열두 달 같은 레시피로 같은 빵을 만들 수는 없어요.

 

여름의 반죽, 가을의 반죽,

겨울의 반죽, 봄의 반죽.

 

같은 이름의 빵이라도 계절마다 조금씩 다른 얼굴을 갖고 있어요.

그 다름을 받아들이면서 매번 조금씩 다르게 대해야 해요.

이 반복이 어쩌면 빵 만드는 사람의 삶 아닐까 싶어요.

 

9월 문턱에 서 계신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평소 레시피가 잘 안 될 수도 있어요" 예요.

 

여름 내내 잘 되던 반죽이 9월 되면 어색하게 나오는 게 정상이에요.

그건 실력이 줄어서가 아니에요.

계절이 바뀌었을 뿐이에요.

 

물 온도를 다시 잡고, 발효 시간을 다시 확인하고,

반죽 손끝 감각을 다시 살려주세요.

며칠만 지나면 새 계절의 반죽에 손이 익어요.

빵은 계절을 담아 완성되니까요.

 

오늘 새벽에 열어본 창문 너머 서늘한 공기 한 자락이 오늘의 반죽에도 스며들 거예요.

그 미묘한 변화를 놓치지 않고 만나는 것.

그게 매년 9월 새벽에 저를 다시 반죽 앞에 앉게 하는 이유예요.

계절이 다시 시작되고 있어요.

 

오늘의 반죽에게도 새로운 인사를 건네보세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