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제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어요.
주방에 들어가서 유리병 하나를 확인하는 일.
그 안에는 르방이 살고 있어요.
밀가루와 물로만 키워낸 자가효모.
거품이 얼마나 올라와 있는지,
표면이 어떻게 변했는지,
새콤한 향이 나는지.
살아있는지부터 확인해요.
처음 르방을 만들었던 날을 지금도 기억해요.
호밀가루 30g에 물 30g을 섞고 따뜻한 곳에 두었어요.
첫날엔 아무 변화도 없었어요. 둘째 날에도 그대로.
"이게 되는 게 맞나."
이런 생각이 여러 번 스쳤어요.
셋째 날 아침에 열어봤을 때 표면에 아주 작은 기포가 몇 개 보였어요.
그날 이후로 하루에 두 번씩 밥을 주기 시작했어요.
같은 양의 밀가루와 물.
하루하루 정말 조심스럽게 다뤘어요.

5일째 되던 날 아침이었어요.
병 안이 두 배 가까이 부풀어 있었고 표면엔 반짝이는 기포가 가득했어요.
새콤한 향이 방 안 가득 퍼졌어요.
"살아났구나."
그 순간의 감정이 이상하게 깊었어요.
내가 뭘 만들었다기보다 뭔가가 나와 함께 살고 있다는 감각.
그때 배운 건 르방은 반려식물 같은 존재라는 거예요.
매일 밥을 주지 않으면
약해지고 너무 따뜻해도, 너무 추워도 문제예요.
저의 르방 관리 루틴은 이래요.
아침 8시
전날 밤 밥준 르방 상태 확인. 활발하게 부풀어 있으면 살아있는 신호.
아침 8시 30분
밥 주기. 남긴 르방 30g에 밀가루 30g + 물 30g. 비율 1:1:1.
저녁 8시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필요하면 밥 주기. 빵 만들 예정이 있으면 양을 조금 더 늘려요.
25~28도 실온에서 유지하고 여름엔 밥을 조금 자주, 겨울엔 조금 뜸하게 줘요.

살아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어요.
부양 테스트.
작은 르방 한 스푼을 물에 살짝 띄워보는 거예요.
건강한 르방은 물 위에 둥둥 떠요.
가스가 안에 충분히 차 있다는 뜻이에요.
가라앉으면 활성이 부족한 상태.
밥을 주고 몇 시간 기다렸다가 다시 테스트해요.
이 테스트가 없으면 빵을 만들었는데 발효가 안 되는 사고가 생겨요.
살아있다고 착각한 르방은 반죽을 통째로 망칠 수 있거든요.
한 번은 여행을 다녀왔더니 르방이 죽어 있었어요.
일주일 정도 밥을 못 줬거든요.
되살리는 데 일주일이 걸렸어요.
매일 밥을 조금씩 늘리고, 따뜻한 곳에 두고,
"제발 다시 살아나 줘"를 속으로 되뇌었어요.
그때 알았어요.
살아있는 재료는 한 번 놓으면 다시 만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걸.

가끔 이런 질문을 받아요.
"왜 그렇게 번거로운 걸 해요? 그냥 이스트로 빵 만들면 되잖아요."
맞아요.
이스트는 편해요. 빠르고,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죠.
근데 르방은 다른 걸 줘요.
깊은 풍미, 씹을수록 올라오는 산미,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이 빵과 함께 살아있다는 감각."
매일 아침 병을 열어보면서 느끼는 그 짧은 순간이
저에겐 빵을 만드는 가장 조용한 이유예요.
살아있는 재료를 다룬다는 건 사실 재료가 저를 다루는 일이기도 해요.
매일 잊지 않고, 같은 시간에, 같은 정성으로.
반복이 만들어내는 존중.
그게 좋은 빵의 시작이더라고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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