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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굽는 순간들

오븐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 - 굽기가 완성되는 마지막 순간

반죽이 오븐에 들어가는 순간 저는 카운트다운을 시작해요.

25분.

 

이 시간 동안 오븐 안에서는 정말 많은 일이 벌어져요.

저는 그 앞에 조용히 서서 오븐 창을 들여다보곤 해요.

가끔 이 시간을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어요.

 

처음 3분 반죽이 급격히 부풀어요.

이걸 오븐 스프링 이라고 해요.

 

오븐 열이 반죽 안으로 스며들면서

안의 공기와 이스트가 만든 가스가 한꺼번에 팽창해요.

이 3분이 사실 굽기의 가장 극적인 순간이에요.

반죽 표면은 아직 부드러운데

안에서 밀어올리는 힘이 빵의 최종 볼륨을 결정해요.

 

 

5~7분 표면이 서서히 마르기 시작해요.

수분이 증발하면서 크러스트가 형성돼요.

 

이때 오븐 문을 열면 안 돼요.

찬 공기가 들어가는 순간 반죽이 놀라서 주저앉거든요.

오븐 창으로만 조용히 보는 게 규칙이에요.

 

10~15분 색이 잡히기 시작해요.

이스트가 남긴 당분이 열을 만나 마이야르 반응을 시작해요.

옅은 갈색에서 점점 노릇한 색으로.

그 변화를 창 너머로 보는 게 저는 정말 좋아요.

 

20분 지날 무렵 향이 오븐 밖으로 새어 나오기 시작해요.

이 향은 오븐 문을 아예 열지 않아도 집 안 가득 퍼져요.

버터가 녹은 향, 당이 캐러멜화되는 향, 밀가루가 익어가는 고소한 향.

이 향이 나기 시작하면 "거의 다 됐구나" 하고 알 수 있어요.

 

23~25분 완성 직전이에요.

색이 진해지고, 크러스트가 단단해지고, 빵이 오븐 안에서 조용히 자리를 잡아요.

오븐 문을 열기 딱 한 걸음 전.

 

여기까지가 오븐 앞에서 25분간 벌어지는 일이에요.

그런데 저는 이 시간의 가장 좋은 순간이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것 같은 그 순간이라고 느껴요.

오븐 안에서 조용히 익어가는 빵. 밖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나.

 

이 사이엔 아무 대화도 없고 움직임도 없어요.

그냥 시간만 흘러가요.

그런데 이 시간이 지나면 반죽은 빵이 되어 있어요.

같은 재료였는데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나와요.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빵을 만드는 일은 결국 기다림을 배우는 일이라고요.

 

반죽을 발효시킬 때 기다리고, 성형 후에 다시 기다리고, 오븐에 넣고 또 기다려요.

빵의 절반은 기다리는 시간이에요.

그런데 이 기다림이 빵을 완성해요.

 

빨리 만들려고 재촉하면 빵은 그만큼의 결과로 응답해요.

느리게, 정확한 시간만큼 기다리면 빵도 정확한 얼굴로 나와요.

 

25분이 지나 오븐 문을 여는 그 순간.

훅 하고 나오는 뜨거운 공기, 얼굴을 감싸는 향, 갓 구워진 빵의 색.

이 순간을 위해서 저는 25분 동안 조용히 서 있어요.

 

빵을 꺼내고 식힘망 위에 옮기고 "똑똑" 하고 밑면을 쳐서 소리를 확인해요.

건강한 빵은 속이 텅 빈 소리가 나요.

그 소리를 들으면 오늘의 빵이 완성됐다는 걸 알아요.

 

 

빵을 만들다 보면 가끔 세상이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어요.

오븐 앞에서 기다리는 25분이 저에겐 그런 시간이에요.

낮의 소음도, 해야 할 일들도, 잠시 뒤로 물러나 있는 시간.

그저 반죽이 빵이 되어가는 그 조용한 변화만이 눈앞에 있어요.

 

빵을 굽는 일은 사실 시간을 곁에 두는 일이더라고요.

그 시간을 함께 흘려보내야 빵이 완성돼요.

혹시 오늘 빵을 구우신다면 오븐 앞에 잠깐 서 계셔 보세요.

굳이 뭘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저 오븐 창 너머로 익어가는 빵을 조용히 봐주세요.

그 25분이 빵과 함께 지나가는 시간이 될 거예요.

그리고 오븐 문을 열 때 그 향이 훅 올라올 때

 

"아, 오늘의 빵이 완성됐구나."

 

그 감각이 저에겐 매일의 가장 조용한 축복이에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