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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굽는 순간들

가을 아침, 오븐이 켜지기 전의 5분 - 하루가 시작되기 직전의 조용함

새벽 6시 30분.

 

오븐 스위치를 누르기 직전의 5분이

저에게는 하루 중 가장 조용한 시간이에요.

낮에는 이 시간을 느낄 수가 없어요.

 

주문받고, 반죽하고, 성형하고, 오븐이 이미 뜨거워져 있고

빵이 계속 나오고 들어가는 그 흐름 안에서는 "조용함" 이라는 감각을 만나기 어려워요.

새벽 6시 30분은 달라요.

모든 게 아직 시작되기 전이에요.

 

가을이 오면 이 시간이 더 특별해져요.

여름엔 새벽 6시 30분에도 이미 밝고 공기가 후끈해요.

가을엔 다르죠.

 

밖은 아직 어둡고, 주방에는 노란 등만 하나 켜져 있고, 공기는 서늘해요.

이 계절의 새벽은 저를 조금 더 조심스럽게 만들어요.

행동 하나하나가 천천히 이루어져요.

 

 

오븐을 켜기 전에 저는 몇 가지 일을 조용히 해요.

 

첫 번째. 어제 발효 시켜둔 반죽을 확인.

냉장고 문을 열어 반죽을 꺼내요.

부피가 어느 정도 부풀었는지, 표면이 촉촉한지, 가스가 잘 잡혔는지.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보고 지금 오븐에 넣을 준비가 됐는지 판단해요.

이 판단은 시간이 아니라 감각이에요.

"이 반죽이 오늘의 반죽이 될 자격이 있는가."

 

두 번째. 재료 정리.

오늘 만들 빵의 재료들이 자리에 잘 있는지 확인해요.

밀가루 통은 가득한지, 소금은 준비되어 있는지, 이스트는 냉장고에 남아 있는지.

가끔 소소한 것 하나가 부족한 걸 발견해요.

새벽에 문 연 마트가 없으니 없는 재료로 되는 빵으로 오늘의 계획을 바꿔요.

"오늘은 이 재료로 뭘 만들지."

 

 

세 번째. 도구 확인.

스크레이퍼가 어제 위치에 있는지, 저울이 잘 작동하는지, 오븐 팬이 깨끗한지.

낮에 정신없이 쓰다 보면 가끔 도구가 이상한 자리에 놓여 있어요.

새벽에는 그것도 다시 정리해요.

"오늘의 자리로 다시 놓기."

 

네 번째. 5분 정도의 정지.

마지막으로 저는 잠깐 아무것도 안 해요.

카운터 옆에 서서 갓 내린 커피 한 잔을 들고 조용히 밖을 봐요.

가을 새벽의 창문 밖은 아직 어두운데 어딘가 지평선이 옅게 밝아지고 있어요.

 

이 5분 동안 오늘의 하루를 미리 그려봐요.

어떤 순서로 반죽을 시작할지,

어떤 빵에 먼저 오븐 자리를 줄지,

낮에 손님이 얼마나 올지.

정확한 계획은 아니에요. 그저 마음이 하루를 미리 살아보는 느낌.

 

그리고 오븐 스위치를 눌러요.

"딸깍"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오븐 안 조명이 켜지고 서서히 온기가 올라오기 시작해요.

이 소리가 저에게는 하루의 시작 신호예요.

 

오븐이 200도까지 올라가려면 40분이 필요해요.

그 40분 동안 저는 반죽을 성형하고 빵의 순서를 정리해요.

오븐이 뜨거워지는 소리와 저의 손이 반죽을 다루는 소리가 새벽 주방을 채워가요.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은 빵이 나오는 시간이 아니라 오븐을 켜기 전 5분 이라고요.

빵은 이미 어제 반죽되었고, 발효도 어제 시작됐고, 성형은 새벽에 하고 있어요.

오븐을 켜기 전 5분은 그 모든 준비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에요.

이 5분 없이 바로 오븐을 켜면 오늘의 빵이 어딘가에서 어긋나요.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시작하면 결과도 그만큼 흔들려요.

 

가을이 오면 저는 이 5분이 특히 좋아요.

여름엔 조바심이 있었어요.

"빨리 시작해야 오븐이 뜨거워지기 전에 성형이 끝나지" 라는 급함.

가을엔 다르죠.

공기가 서늘해서 반죽이 여유롭게 발효되니 저의 마음도 여유로워져요.

이 5분을 정성껏 지나면 하루가 훨씬 부드럽게 흘러가요.

 

혹시 이 가을에 빵을 굽는 분이시라면 오븐 스위치를 누르기 전에 5분만 조용히 지나 보세요.

반죽을 확인하고, 재료를 정리하고, 도구를 챙기고, 그리고 잠깐 아무것도 안 하기.

이 5분이 오늘의 빵을 조금 다르게 만들 거예요.

하루가 시작되기 직전의 조용함은 어쩌면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일지도 몰라요.

오늘도 저는 그 5분을 살아요.

그러고 나서 오븐 스위치를 눌러요.

"딸깍."

가을 아침의 하루가 시작돼요.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