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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배우다

작은 실패가 알려주는 큰 배움

빵을 배우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실패를 겪습니다.

발효가 덜 되어 딱딱해진 반죽,

오븐에서 너무 오래 구워 타버린 빵,

혹은 레시피대로 했는데도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을 때.

저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습니다.

첫 수업에서 바게트를 만들었을 때였죠.

반죽도 나름 매끈하게 된 것 같아 뿌듯했는데,

오븐에서 꺼내보니 기대했던 바삭함은커녕

무겁고 질긴 바게트가 되어 있었습니다.

 

속이 차갑게 식은 듯 촉촉하지도 않았고, 맛은 그저 밍밍했습니다.

그날 저는 ‘빵 굽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구나’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그 실패들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왜 나는 이렇게 서툴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습니다.

실패는 단순히 결과가 아니라 과정 속의 선생님이라는 사실을요.

 

 

부풀지 않은 반죽은

온도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었고,

너무 짠 빵은

소금이 가진 무게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타버린 바게트는

오븐 앞에서 지켜보는 집중의 시간을 선물해 주었고요.

실패가 아니었다면 놓치고 지나갔을 작은 디테일들이,

실패 속에서는 오히려 크게 다가왔습니다.

 


 

 

 

빵은 정직합니다.

내가 놓친 부분을 감추지 않고,

고스란히 드러내 줍니다.

그 덕분에 매번 반성하고, 또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실패 하나가 다음 빵을 더 나아지게 하고,

그 반복 속에서 빵도 저도 조금씩 깊어졌습니다.

 

지금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실패 속에서 배우고,

그 배움이 담긴 빵을 굽는 것이

담다브레드의 길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작은 실패들이 쌓여 언젠가 더 단단한 빵을,

더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줄 거라 확신합니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