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아상을 처음 반죽했을 때를
잊을 수 없습니다.
버터와 반죽을 여러 번 접어 올리며,
그 속에 층층이 시간이 쌓여가는 것을 보았지요.
손끝은 힘들었지만,
밀대에 눌리고 펴지는 반죽은
마치 작은 숨결을 품은 듯 살아 움직였습니다.
크루아상은 단순히 빵이 아닙니다.
반죽과 버터를 반복해 접는 라미네이팅 과정은
마치 한 장 한 장 이야기를 쓰는 것과도 같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차가운 휴식 시간을 주어야만,
결이 고운 층들이 살아납니다.
그 기다림이 없으면
크루아상은 결코 바삭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낼 수 없습니다.
구워진 크루아상을 오븐에서 꺼낼 때면,
바삭한 결이 반짝이며 햇살을 머금은 듯 빛납니다.
한 입 베어 물면,
겹겹이 쌓인 시간과 정성이 입안에서 무너져 내리고,
고소한 버터 향이 퍼집니다.
그 순간 깨닫게 됩니다.
빵은 결국 손과 마음이 만든 예술이라는 것을.
담다브레드가 꿈꾸는 크루아상도 그렇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로지 시간과 손길이 만든 결을 전하는 빵.
한 입을 베어 무는 순간,
단순히 맛을 넘어서
“아, 이건 정성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그런 크루아상 말이지요.
빵을 배우며 알게 된 사실은,
크루아상은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패도 많았고,
결이 엉켜 속상한 날도 있었지만,
그 모든 과정이 오늘의 작은 배움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크루아상은 제게 인내와 기다림,
그리고 손끝의 정직함을 가르쳐 준 스승과 같은 빵이었습니다.
언젠가 담다브레드의 문을 열었을 때,
따뜻한 빛 아래 놓인 크루아상이
손님들에게 작은 행복이 되길 바랍니다.
그것은 단순히 바삭한 빵이 아니라,
시간과 손길이 켜켜이 만든 삶의 결이기 때문입니다.
빵을 굽는 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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